"가짜 카톡채널에 속아 돈 날렸어요"… 카카오는 뒷짐

진영화 기자(cinema@mk.co.kr) 2023. 10. 5. 17: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업·은행 사칭 사기 급증
본인인증 외 확인과정 없고
공식채널 부여때만 서류확인
2분이면 사칭채널 만들어
소비자 금전·개인정보 탈취
"국민SNS가 범죄 방치하는꼴"

서울의 한 소형 악기 업체 A사에는 지난 일주일 사이 "입금했는데 왜 답이 없냐"는 항의 전화가 두 차례 걸려 왔다. 회사 카카오톡 채널에서 상담을 받고 악기 물품 대금을 입금했는데 이후 연락이 없다는 불만이었다. A사가 확인해보니 자사 이름 뒤에 '상담채널' 문구를 추가한 사칭 카톡 채널이 존재했다. 두 건 모두 이 창구를 통해 벌어진 사기 사건이었다. A사 대표는 "현재 사칭 채널의 친구 등록 수가 공식 채널보다 더 많다"며 "국민 SNS인 카카오가 왜 이런 사기를 방치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채널 사칭'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공식 채널과 비슷한 명칭에 똑같은 모양의 로고를 내건 가짜 채널에 속아 넘어간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채널 개설 때 필요한 인증 절차를 강화하면 범죄를 사전 차단할 수 있는데도 카카오 측이 손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인터넷 카페 등을 검색하면 기업 고객센터를 사칭한 카톡 채널에 속아 돈을 뜯겼다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A사 사례처럼 물품 구입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회사 카톡 채널을 통해 애프터서비스(AS)를 신청하려다 사기당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사칭 채널은 고객이 AS를 문의하면 새 제품으로 교환해준다고 말하고 입금을 유도한 뒤 잠적하는 수법을 쓴다. 이런 범죄는 럭셔리 제품부터 세탁기, 에어컨, 프린터 등 물품 종류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사칭 채널은 회사 공식 채널과 동일한 로고 이미지를 내걸고 채널명에 '상담' '고객센터' 'AS센터' '공식' 등 문구를 붙이는 수법을 쓴다. 일례로 연 매출 30억원 규모의 한 주방기기 업체 B사를 카톡 채널에서 검색하면 공식 채널 외에 5개 사칭 채널이 뜬다. 업체와 전화 연락이 원활하지 않아 카톡 채널을 찾은 소비자들은 공식 채널보다 '상담센터' 등 문구가 붙은 채널이 소통이 빠를 것 같아 입장했다가 사기를 당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대형 업체도 카톡 채널 사칭 피해에서 자유롭지 않다. HP, 필립스코리아, 한국엡손 등 글로벌 업체들은 지난 6~8월 카톡 채널 사칭을 통해 전자금융 사기 피해 사례가 확인됐다며 주의 요구 공지를 올렸다.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은 카톡 채널 서비스에서 시중은행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소비자 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카카오는 이런 범죄에 대응해 여러 예방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업체 공식 채널을 최상단에 위치시키고 채널명 우측에는 'V' 모양 배지를 달았다. 추가 인증을 거치지 않은 채널에는 '사업자 정보 확인되지 않은 채널' 표시도 한다. 하지만 이들 인증은 채널 개설 이후 사업자등록증, 대표자 신분증 등 서류를 제출받아 진행하는 사후 절차다. 채널을 개설할 때는 의무가 아니다.

실제 기자가 유명 전자제품 업체명에 '공식 상담센터'라는 문구를 붙인 사칭 카톡 채널을 여는 데 2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통상적인 본인 인증을 거친 뒤 '카카오비즈니스 통합회원'에 새로 가입하고 채널 이름 및 검색용 아이디 입력, 사업 카테고리 체크만으로 사칭 채널을 만들 수 있다. 본인 인증 외 아무런 인증 없이 채널을 만들어도 이 사칭 채널에 입장하는 소비자의 입력창에는 '상담직원에게 메시지 보내기'라는 안내 문구가 뜬다. 공식 채널로 오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카카오 측이 범죄 예방에 사실상 손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불특정 다수와 소통하는 오픈 카톡방과 달리 카카오비즈니스는 상업 활동 목적이 분명한 만큼 사업자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카톡 채널 사칭을 통해 사업자에게 금전적 손해를 끼치는 행위는 사기죄, 업무방해죄 적용을 검토할 수 있는 범죄"라며 "이 범죄 때 이용되는 통장은 대포통장이고, 신분 은닉을 위해 우회 서버를 활용해 본인 IP를 노출하지 않는 만큼 사전 범죄 예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카오 측은 "오픈 플랫폼이다 보니 우려할 만한 지점이 생기는 것 같다"며 "카톡 채널 프로필 관련 인증을 강화하기 위해 카카오 인증서와 결합된 비즈니스 프로필을 제공하고, 인증된 사업자 채널의 경우 이용자가 이를 쉽게 구분하고 인지할 수 있도록 이용자 환경을 꾸준히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진영화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