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인터뷰] 청와대를 떠난 배우, 이수련의 가슴 뛰게하는 도전 인생

2023. 10. 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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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성 1호 대통령 경호관 출신
어느날 그만두고 배우의 삶으로 다시 인생 시작
“지금 당신의 가슴은 뛰고 있나요? 책을 낸 이유
선천성 심장병 앓아…“신체적 결핍은 나를 성장”
설렘이 있는 삶 원해…땀흘려 번 돈 기부에 보람
“두려워말고 도전하라” 후배들에 말해주고 싶어
대한민국 여성 1호 대통령 경호관 출신의 이수련 배우. 그는 설렘이 있는 인생을 찾기 위해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 틀에 박힌 일상은 싫고 가슴이 뛰는 인생을 살고 싶어 계속 변신한다고 했다. 그가 ‘청와대를 떠난 배우’라는 에세이 책을 쓰게된 것도 이같은 설렘의 인생의 소중함을 공유하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지인인 출판사 사장이 책을 퀵으로 보내왔다. 그는 책을 보내기 앞서 전화를 해 “관심있으면 한번 보셔”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여성 1호 대통령 경호관 출신이고, 청와대 그만두고 배우하고 있는데 그 인생이 흥미로울거야. 특히 김 이사는…. ㅎㅎ” 흥미로울 인생이라…. ‘꿈꾸는 인생’에 유독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하는 말일게다.

책을 보니 제목이 ‘청와대를 떠난 배우’(출판사 북오션)다. 에세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겉표지 아래다. 글귀가 “지금 당신의 가슴은 뛰고 있나요?”라고 돼 있다. 루틴한 인생을 박차고 뭔가 꿈을 향해 부단히 달리는 사람의 얘기라는 것이 표지에 드러난다. 정독해보니 묘한 울림이 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공감할 대목이 많다. 배우 이수련의 변화무쌍한 인생이 간결한 문체로 전개돼 있다.

출판사 사장은 배우 이수련이 엄청 유명한 사람은 아니지만, 유튜브 등에서 입소문이 난 사람이라고 했다. 책은 책대로 보되, 그가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유튜브에서 이름을 검색했다. KBS 인간극장 대통령 경호관 출신 수련 씨의 액션배우 도전기 ‘나는 액션배우다’, 청와대 경호원 10년만에 그만둔 이유, ‘사이렌 불의 섬’ 경호팀 리더 배우 이수련 첫 인터뷰 등의 관련 작품이 줄줄이 나온다.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

출판사는 책 소개를 이렇게 했다. “이처럼 화려하고 짠내 나는 인생이 또 있을까? 눈을 씻고 다시 봐도 없을 눈부신 경력인데 이면은 눈물 나게 치열한 인생극장이다.” 또 덧붙인다. “대한민국 여성 1호 대통령 경호관으로서 모든 것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순간, 그 모든 걸 박차고 나와 경력 한줄 없는 배우로서 제일 바닥에서 다시 시작해 새로운 것들을 이뤄내는 인생은 보는 것만으로도 피곤한데, 응원하게 된다. 배가 불렀구나 싶어 혀를 차면서도 눈물 나게 공감이 간다.”

이런 이수련 배우는 누구일까.

이수련 배우는 스스로 우심방 중격 결손을 갖고 태어난 선천성 심장병 환아였다고 했다. 어릴적 약품냄새, 몸에 와닿는 서늘한 의료기기의 감촉이 일상이었다고 한다. “내게 주어진 신체의 결핍은 나를 성장시켰어요.”

병약한 자신이 싫어 엄마를 졸라 태권도장에 다녔고, 그게 바탕이 돼 훗날 대한민국 여성1호 대통령 경호관이 됐고, 다시 배우의 길을 접어들게 된 것은 ‘결핍’에 대한 극복의지와 무관치 않다고 그는 말한다.

이대를 다니며 언론사를 꿈꿨던 그에게 청와대 경호관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어느날 학원 청소를 마치고 오는길, 신문 하나를 샀는데 하단 광고란에 이렇게 쓰여있었다. “대통령 경호실, 금녀의 벽을 깨고 최초 여성 대통령 경호관 공개채용”. 창설 이래로 여성을 공식 채용한 적이 없던 대통령 경호실에서 처음으로 여성을 공개채용한다는 공고였다. 본능적으로 가슴이 뛰었단다. 죽어라 준비했고, 당당히 공개채용됐다. 최초 여성 대통령 경호관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수련 배우는 이렇게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대통령 경호실 경호관으로 근무했다. 노무현정부,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에서 일했으니 청와대에 계속 둥지를 틀만도 했다.

“경호실에 입사해 경호관으로서 사는 하루하루가 너무 설레고 즐거웠다.(중략)세상 어디에도 없는 경험을 공유하며 위험을 함께하고 서로를 가족 이상으로 의지하고 신뢰하는 동료들도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모든 것들이 보장하는 나의 미래가 너무나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것이어서, 더이상 아무런 미래에의 두근거림이나 설렘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

인생의 방향을 바꾼 것은 순전히 이때문이었다. 설렘이 없고 일상이 루틴한 삶으로 여겨질때도 보통의 사람은 대개 참고 사는 법이다. 이수련 배우는 그러질 못했다. 고민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죽기 전에 후회하고 싶지 않다.” 안정을 버리고 설렘을 택했다.

이수련 배우가 쓴 에세이 ‘청와대를 떠난 배우’ 겉표지. 출판사 북오션.

동료들은 만류했고, 주변사람들은 “그 안정적인 직장, 왜 그만두느냐”고 수근거렸다. 새로운 잡(Job)을 갖기엔 서른세살이라는 나이가 너무 늦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틀에 박힌 일상에 대한 두려움은 새로운 도전으로 내몬 것이라고 그는 되돌아봤다.

그러다 찾은게 배우였다. 어린시절 연극 배우였던 작은 아버지 공연을 자주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단다. 그래 나는 연기를 하고 싶었던거야. 이렇게 마인트 컨트롤했다.

“그저 남의 시선이나 관심이 욕심나 연기를 하고 싶은게 아니라 다양한 인생, 다양한 인물을 살아 숨쉬게 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생각만큼 쉬운 일인가. 어릴적부터 배우 수업을 해온 수많은 이들 속에서 서른세살의 ‘늦깎이 배우 입문자’가 들어설 룸은 좁디 좁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법. 게다가 외모든, 재능이든 내세울 것 없다고 스스로도 인정하고 들어갔단다. “제가 연기를 하고 싶고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면 비웃음과 만류가 돌아올 것이 뻔하다는 생각에 미리 움츠러들었어요.”

청와대 여성 경호관이라는 과거 이력도 연기 판 앞에서는 신기한 대상일 뿐, 그 이상도 이하는 아니었다. 연기자의 길을 걷던 그의 초기 아픔과 좌절은 이런 독백에 묻어난다. “설레는 마음으로 두 달간 함께 작업한 영화의 시사회. 촬영했던 분량에서 내 얼굴과 대사는 모두 사라지고 액션 연기만 남아있다. 태권도 5단이라는 특기에 반색하며 나를 캐스팅했던 감독은 결국 몇마디의 대사와 표정 연기마저 무참히 편집한 뒤 화려한 발차기와 액션 연기만 남겨 스턴트 배우를 만들었다. 배우들을 대신해 위험한 장면을 연기하는 전문 스턴트 배우들은 위험성을 인정받아 출연료가 높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단역 배우는 상대적으로 출연료가 낮게 책정된다. 몇마디의 대사를 미끼로 일반 배우로 캐스팅해서 치고받고 넘어지는 연기를 직접 소화하게 한 후 시사회에서야 그 편집된 결과물을 보여주는 일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너무도 흔했다.”

독하게 버텼다. 아니 버틸수 밖에 없었다. “배우는 아무나 하나”, “정신 차리고 빨리 취집해서 아기나 낳으세요”라는 조롱을 받으면서도 포기할 수 없었다. “6년간 배우 생활을 했어요. 유명 배우라고는 감히 말을 못하고요. 다만 연기로 그 값어치를 하는 배우가 되었고, 이제 어디에서도 ‘경호관’보다 ‘배우’로 불리는데 스스로 부끄러움이나 어색함이 없다는데 만족합니다.”

각고의 노력에 대한 보답일까. 이수련 배우는 2023년에 청룡시리즈 어워즈 최우수 예능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의 배우로서의 삶은 현재진행형이다.그는 여전히 꿈꾼다. “예쁘고 사랑받는 역할만 맡아 인기와 유명세를 얻는 게 아니라 도처에 있을법한 모습을 표현하고 공감을 받는 배우, 사람들이 나인지 알아볼 수 조차 없는 수많은 색깔을 연기하는 배우, 그렇게 되고 싶어요.”

다시 돌아가보자. 선천성 심장병을 앓았던 아이, 언론사를 꿈꿨던 대학생, 운명처럼 점지된 여성 1호 대통령 경호관 그리고 인생을 바꾼 모험의 배우 삶까지 왜 이수련 배우는 바꾸고 바꾸고 또 바꾸는 인생을 선택했을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살면서 내가 했던 많은 일들의 성패를 좌우한 것은 첫째는 간절함, 둘째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냥 흘려버린 시간이 아니라 공들여 보낸 시간. 누군가는 노력이나 성실함, 인내, 끈기라고 표현할지 모르겠지만 내 경우엔 그냥 ‘시간’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될지 안될지 모르고 확신할 수도 없지만 일단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며 공들인 시간. 내가 제대로 된 일에 공들이고 있는지, 맞게 가고 있는지, 스스로 불안해 하면서도 그 무언가에 집중해 나인지 아니면 무엇인지 모를 그 어떤 것과 씨름하며 보냈던 그 시간. 그 순간에는 도무지 보이지 않지만 그렇게 쌓이고 쌓여서, 어떻게든 작용해서 반드시, 나를 조금 더 나은 내일로 데려다주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든다. 틀에 박힌 일상에 안주하는 삶, 설렘이 없는 삶, 결핍을 채울 욕구와 간절함이 사라진 삶을 산다고 스스로 여기는 독자라면 한번쯤 이수련 배우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겠다고.

청와대 여성 경호원이라는 이력이 독특해서일까. 출판사가 보도자료 첫장을 통해 저자를 소개한 글귀는 이랬다. “대통령 경호관의 사격 노하우로 인생을 조준하는 나는 배우입니다.”

배우 생활 6년을 통해 이제 어디에서도 ‘경호관’보다 ‘배우’로 불리는데 스스로 부끄러움이나 어색함이 없다는데 만족한다는 이수련 배우. 그의 배우 인생은 계속해서 도전하는 삶으로 채우는 여정이라고 그는 말한다.

인생을 조준하는 삶은 보통의 삶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 저자와 직접 통화하고 싶어졌다. 책도 책이지만, 입으로 흘러나오는 철학을 스케치하고 싶었다. 살갑게 응대해준다. 다음은 전화를 통한 질문과 대답.

▷왜 이렇게 치열하게 사는가.

-아마 기질적인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심장병이 있는 상태에서 태어났고 극복해 나가다보니 선물같은 인생이라는 생각이 강했던 같아요. 그러다보니 남들보다 좀더 가치있게 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자신을 더 다그치는 것 같습니다. 선물같은 인생을 받았으니, 다른 이에게 좀더 좋은 영향을 주는 삶을 살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던 것 같습니다.

▷책에서 말했듯이, 지금 가슴 뛰는 인생을 살고 있는가?

-그렇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가슴이 뛰는 일을 더 찾아서 하고 싶어요. 루틴한 일상이 박힐때도 있는데 더 가슴이 뛰는 일을 찾아가고 싶어요. 못해봤어요, 안해봤어요라는 말은 저로선 받아들이기 힘들어요. 못해보거나 안해보는 것은 없게끔 이것저것 찾아다닙니다. 일상이 루틴하다고 생각될때 늘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어린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책을 낼때 망설였어요. 출판사에서 2년 넘게 계속 제의를 해주셨는데…. 저는 돈도 없고 금수저도 아니고 주어진 현실에 코 박고 살다보니 책을 낼 용기도 없었는데요. 경호관도 하고 배우도 하고 주어진 것 열심히 하다보니 책을 내자는 제안도 받고 그러다보니 이런 생각이 좀 들더군요. ‘주어진 것 열심히 하다보니 이렇게 흘러가는 인생도 있더라’는 것을 어린 친구들에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더라구요. 후배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어요. 두려워말고 도전하시라고. 아마 이 얘기를 하고 싶어 책을 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방위산업 앰버서더로 일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게 무엇인가?

-경호관 이력이 있고 실제로 무기를 다룰줄 아니까 여기저기서 부름을 받았어요. 경호처에서 통역관을 하기도 했는데, 예를들어 국내 항공 및 방위산업 관련한 아덱스나 디엑스코리아 방한 손님에게 무기를 소개하는 일도 합니다. 주한대사들이 궁금한 것을 설명도 해주고, 통역도 해주고…. 한마디로 K방산을 자긍심을 갖고 해외에 소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로비스트가 아닙니다. 그래서 앰버서더라고 했는데, 암튼 K방산의 프리랜서 홍보라고 보면 됩니다.

▷어렸을때 심장병을 앓았고, 얼굴도 모르는 이들에 수혈을 받아 건강해져 베푸는 삶에 관심이 커졌다고 했는데, 어떻게 베풀고 살고 있나?

-일단은 헌혈을 많이하고 장기기증 서약도 했어요. 기부도 관심이 많은데요. 거액을 기부하지는 못하고요. 아침에 우유, 신문 도보배달을 하며 직접 뛰면서 모은 돈을 기부하고 있어요. 작은 돈이지만 제가 땀을 흘리면서 번 돈을 의미있게 쓰는 것에 만족해요. 강의도 가끔하고요.

출판사 북오션, 2023년 10월 17일 발행, 분야 에세이, 판형 130×200mm, 272쪽, 1만8000원.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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