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윤발 ‘셀카’로 포문 연 부산국제영화제…열흘 간 여정 돌입[부국제 2023]

2023. 10. 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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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주윤발이 지난 4일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유튜브]

[헤럴드경제(부산)=이현정 기자]아시아 최대 영화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가 성대하게 문을 열었다. 배우 송강호가 호스트로서 손님들을 맞았고, 배우 박은빈이 개막식 사회를 맡았다. 각종 내홍으로 발생한 일부 집행부의 공백을 톱스타들이 채운 것이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4일 저녁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개막식과 함께 열흘 간의 여정에 돌입했다.

4일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올해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은 배우 주윤발(사진 왼쪽)이 영화제 호스트 배우 송강호(사진 오른쪽)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개막식은 그야말로 별들의 잔치였다. 중국 배우 판빙빙부터 송중기, 임수정, 오정세, 정수정, 전종서, 안재홍, 유연석 등 한류 톱스타들이 자리를 빛냈다.

가장 관심을 끈 스타는 홍콩 톱스타 주윤발이었다. 주윤발은 지난해 양조위에 이어 올해 아시아영화인상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단정한 보타이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밝은 미소로 5000여 명의 관객들의 호응에 화답하며 밝은 미소로 입장했다.

송강호는 주윤발에게 아시안영화인상의 트로피를 전달하며 “저와 비슷한 세대의 영화인과 영화 팬에게 잊을 수 없는 우상으로 남아 계신 분”이라며 “스크린 속의 영웅, 영화계의 큰형님이자 우리에게 영원히 기억될 분”이라고 소개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호스트인 배우 송강호가 4일 개막식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

배우 유덕화를 비롯한 동료 영화인과 박찬욱 감독의 축하 영상이 공개된 후 무대에 오른 주윤발은 “의미 깊은 상을 주신 부산국제영화제에 감사드린다”며 “긴 시간 사랑과 응원을 보내준 한국 팬들에게도 감사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는 트로피와 함께 셀카를 찍으며 한국말로 ‘김치’를 외치고선 “기뻐요. 감사합니다. 사랑해요”라고 했다.

올해 영화제에선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를 비롯해 69개국 209편이 부산 영화의전당 등 4개 극장에서 상영된다.

세계적인 거장 감독들의 신작들도 대거 공개된다. 특히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뤽 배송은 각각 ‘괴물’과 ‘도그맨’으로 관객들을 찾는다.

재미교포 영화인의 활약을 조명하는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도 열린다. 이번 특별전에선 영화 ‘미나리’를 비롯해 ‘파친코’, ‘서치’ 등 재미교포 영화인들의 작품이 조명된다.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존 조, 영화감독 정이삭, 저스틴 전도 부산을 찾았다.

액터스 하우스에선 윤여정, 한효주, 송중기, 존 조를 만나볼 수 있다. 지난 2021년 신설된 액터스 하우스는 배우들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특별 대화 프로그램이다.

올해 한국영화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된 고(故) 윤정희의 남편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딸인 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도 개막식에 참석했다. 백진희는 상을 대리 수상한 뒤 “어머니는 10여년을 중병과 싸워야 했지만, 이창동 감독의 ‘시’와 여러분의 애정이 멀리 계신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줬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바이올리니스트인 백진희는 윤정희의 추모 영상에 맞춰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를 연주했다.

‘탈조선’ 청춘들의 일기…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한국에서 못 살겠다고 한 이유는 한국에선 난 경쟁력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야. 난 잘못한 게 없는데 내 인생이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니까.”

영화제의 포문을 연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는 ‘탈조선’하는 청년들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주인공 계나(고아성 분)가 인천공항에서 가족들의 배웅을 뒤로 하고 뉴질랜드로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계나는 ‘헬조선’이 지긋지긋한 20대 직장인이다. 출퇴근에만 2시간을 허비하는 현실과 상사의 불합리한 업무적 요구에 희망을 잃고 학벌, 집안 배경, 직장 등이 사람들의 서열화 기준이 되는 ‘헬조선’에 내적 분노를 드러낸다. 7년 만난 그의 남자친구 지명(김우겸)은 계나와의 미래를 꿈꾸지만 계나는 양가의 경제력 차이에 더욱 좌절할 뿐이다.

계나는 우여곡절 끝에 뉴질랜드로 향하지만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영주권을 따기 위해 학위를 따고 직장을 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첫걸음은 어학원과 식당 아르바이트다. 동양 이민자라는 이유로 당하는 차별도 피할 길이 없다.

영화는 장강명 작가가 지난 2015년 출간한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헬조선이 싫어서 뉴질랜드로 떠난 20대 여성의 여정을 그린다. ‘달이 지는 밤’,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 등을 연출한 장건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계나가 한국 생활과 뉴질랜드 생활을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의 현실이 춥고 쓸쓸하고 답답하게 그려진다면 뉴질랜드에서의 삶은 고달프지만 자유롭게, 힘들지만 희망적으로 표현된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한국이 싫어서’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배경에 대해 “영화에 나오는 다양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젊은 친구들이라는 점”이라며 “영화가 한국이라는 특정 국가를 지칭하고 있지만 이들이 겪는 문제와 고민이 가감없이 드러나 있어 젊은 세대들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어려움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원작 소설의 큰 뼈대는 유지됐지만 영화의 설정은 다소 바뀌었다. 배경 국가를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옮겼고, 구체적인 결말도 다르다.

다만 소설과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비슷하다. 주인공을 비롯한 다양한 캐릭터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찾아가며 결국 목표를 이룬다. 물론 결론은 다 같지 않다. 누군가는 해외 생활에 만족하고, 또 누군가는 차라리 고국으로 돌아가는 게 낫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관객들에게 행복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계나의 대사 중 “행복이란 말은 과대평가 된 것 같아. 난 배고프고 춥지만 않으면 행복한 것 같아”고 내뱉는 장면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장 감독은 “‘무엇이 계나를 한국 사회를 탈출하게 만드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인물을 통해서 메시지를 던지기보단 각기 다른 처지 놓인 사람들이 왜 이런 선택하고 도전하는지 인물들을 들여다 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소설이 나온 이듬해인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프로젝트마켓에서 영화화 프로젝트로 소개된 작품이다. 다만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촬영이 미뤄지면서 올초 7년 만에 크랭크 업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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