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드티 의원’에 난리난 美 상원…정치인 ‘복장규정’ 필요할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성민 2023. 10. 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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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원 복장 자율화→넥타이·긴바지 복장규정 명문화
여성 의원도 민소매 차림 논란돼…지지 운동까지 촉발
‘원피스 등원’ 정의당 류호정 의원 ‘복장정치’ 대명사로

“비록 우리는 (과거에) 공식적인 복장 규정을 가져본 적이 없었지만 지난주 일어난 일들을 통해 우리는 모두 규정을 만드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미국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 슈머 원내대표가 자신이 선언했던 ‘복장 자율화’를 일주일만에 철회하며 이같이 말했다. 상원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비지니스 정장을 의무화하는 복장 규정 관련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에 따르면 남성은 의사당 내 상원 공간에서 최소한 코트(정장 상의), 넥타이, 헐렁한 바지나 그외 다른 긴 바지 등을 포함하는 비즈니스 정장을 입도록 규정했다. 여성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정을 담지 않았다.
존 페터먼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AP연합뉴스
이번 사태는 평소 캐주얼 차림 그대로 의회에 출석한 54세 존 페터만 의원(민주)에 의해 촉발됐다. 키가 2m3㎝에 달하는 페터만 의원은 반바지, 후드티를 입은 채로 상원 회의장에 등장하고, 언론 브리핑도 했다. 그는 지난 6월 후드티를 입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필라델피아 I-95 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와 관련 기자회견을 함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해 상원에 입성한 페터만 의원이 불문율이던 복장 규정에 도전하며 구설을 일으키자, 슈머 원내대표는 “상원 의원들은 회의장에서 무슨 옷을 입을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며 거들었다. 그러자 동료 상원의원들의 만만치 않은 반발이 있었다. 강경 보수 성향의 공화당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복장 규정은 우리 사회의 기준이자 기관에 대한 존중을 표시하는 일종의 예의범절이다”라고 비판했다. 상원은 결국 복장 규정을 명문화하는 초당적 결의를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소매 없는 원피스도 문제시돼

의회의 복장 규정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민주당 탈당을 선언해 파문을 일으켰던 커스틴 시네마 의원은 앞서 2019년 취임 선서 당시 소매가 없는 원피스를 입어 복장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미국 의회 규정엔 특정 의복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지만 민소매는 암묵적 금지 복장으로 여겨져 왔다.

이와 관련 시네마 의원은 2021년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은 것”이라며 “내 옷차림은 뉴스거리가 아니고, 타인이 관여할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공화당 소속 수잔 콜린스 등 양당 소속 3명의 여성 의원은 뉴욕타임스(NYT)에 그를 두둔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커스턴 시네마 의원. AP뉴시스
이에 앞서 2017년에는 소매 없는 원피스를 입은 미국 CBS 여기자가 하원 의장실 앞 로비에 입장하려다 부적절한 복장이라는 이유로 제지를 받았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미국 여성 의원들은 “민소매 금지는 복장 규정의 자의적 해석”이라며 ‘소매 없는 금요일(#SleevelessFriday)’ 운동을 진행했다. 당시 마르타 맥샐리 공화당 의원은 “나는 지금 민소매 옷을 입고 ‘오픈토(발가락이 드러나는 신발)’를 신었다. 이것이 전문적인 복장임을 강조하고 싶다”며 민소매 차림으로 연설에 나섰다. 민주당 하원의원 20여명은 미국 의사당 앞에서 민소매 차림으로 단체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11월 캐나다 퀘벡주 의회에서는 청바지에 후드티 차림으로 국회에 등원한 캐서린 도리온 의원(퀘벡연대 소속)이 다른 의원들의 비판을 사기도 했다. 도리온 의원은 이후 “자신은 평범한 사람들을 대표하기 때문에 평범한 옷차림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유권자들은 그의 선택을 지지하며 ‘나의 후드티, 나의 선택’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후드티 입고 출근하기 운동을 벌였다. 

영국에선 2020년 2월 노동당 트레이시 브레이빈 의원이 한 쪽 어깨가 드러난 검정색 원피스를 입고 국회에 등원해 악성 댓글과 성희롱에 시달리는 등 논란에 휩싸였다. 브라빈 의원은 이 원피스를 자선 경매에 내놨고 3000만원이 넘는 금액에 낙찰됐다. 그는 경매 수익금 전액을 여성 단체에 기부했다.

◆한국서도 도마 위에 올랐던 원피스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 분홍색 도트 무늬 원피스를 입고 온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고정관념을 깬 파격적인 의상이 화제가 되며 여론의 관심이 류 의원에 쏠렸다. 류 의원은 당시 “여성 청년 정치인에 대한 복장 지적은 언제나 있었다”며 “국회의 권위는 양복이 아니라 시민들을 위해 일할 때 비로소 세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8월 4일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원피스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사랑하는 출근룩이다. 국회는 국회의원들의 직장”이라며 남녀 가릴 것 없이 다양한 복장을 한 유럽연합 의회의 사진을 올리며 류 의원을 엄호했다. 심 대표는 “국회의원들이 저마다 개성 있는 모습으로 의정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응원해 달라. 다양한 시민의 모습을 닮은 국회가 더 많은 국민을 위해 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에도 류 의원은 ‘복장 정치’를 이어갔다. 그는 2021년 청년정의당이 채용비리를 척결하겠다며 출범한 신고센터 ‘킬 비리’를 알리고자 영화 ‘킬빌’의 주인공처럼 노란색 트레이닝복 차림에 칼을 들고 국회에 나타났다. 지난 7월 서울 퀴어문화축제에선 배꼽티와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참가해 주목받기도 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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