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변호사 답지 않은 학교폭력 대처법

정훈진 대전지방변호사회 회장 2023. 10.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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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진 대전지방변호사회 회장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학교폭력에 대해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미성년자 학생을 둔 부모는 누구도 자유롭지 않고 학교폭력에 관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때로는 놀라고, 때로는 두려워하고, 때로는 가슴 졸이는 것이 학교폭력이다. 직접 경험하면 막막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필자도 세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한 번도 다른 아이들 이야기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한번은 아이가 학교폭력으로 학교에서 부모님이 방문해 달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진지하게 "잘못이 있으면 용서를 구하고 오해가 있으면 스스로 이해시키는 것이 아버지가 학교를 방문하는 것보다 더 소중하다"고 말하며 거절했다. 두려움, 미안함 등등 많은 감정을 느끼며 그날 하루가 길게 느껴졌다. 다시 같은 일이 생겨도 아이를 위해서 같은 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호사로서 업무상 대하는 학교폭력 관련 부모들의 생각은 거의 비슷하다. 학교폭력 피해자의 부모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가해자에게 엄한 처벌을 치르게 하려고 노력하고, 학교폭력 가해자의 부모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변명하며 두둔하려고 한다.

지금 4-50대의 부모들은 학창 시절 친구들과 싸우고 화해하는 것을 배움으로 생각하며 자랐다. 지금 학교 내 폭력은 그 주체가 누구이든 법적인 문제가 된다. 맞는 이유는 정당방위 상황이 아니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되기 어렵다.

학교폭력을 마주하여 변호사에게 법적인 도움을 구하는 부모님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한다. "이 방법이 아이의 장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신중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아이들은 많은 실수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인이 되고 자신이 한 행동에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을 배운다.

학교폭력의 가해자를 둔 부모이든 피해자를 둔 부모이든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책임을 부담하는 건실한 성인이 되길 바란다. 부모가 모든 걸 해결해 주는 양육 방법으로는 부정에 맞서 옳지 않다고 말하거나, 실수에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며 책임을 지는 바른 성인으로 키울 수 없다.

변호사이지만 아이를 키우는 같은 부모의 입장에서 학교폭력을 대하여 어려움에 부닥친 부모님들에게 부탁을 드리고 싶다. 우선 침착하고 흥분하지 말고 아이 스스로 저간의 사정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고 용기를 주어야 한다. 부모의 흥분은 아이의 생각을 왜곡시킨다. 법적인 조치를 생각하기 전에 그러한 조치가 아이와 충분히 상의하고, 스스로 알고 있는 조치를 설명(강요나 권유가 아님)해 가능하면 아이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잘못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를 할 수 있도록, 또는 불의에 대해 위축되지 않도록 용기를 줘야 하고 아이보다 앞서거나 해결사가 되려고 해서는 안 되고, 아이를 인격적인 독립성을 존중해 주며 기다려야 한다. 만약 피해자의 부모인 경우 가해자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아이에게 용서에 대하여도 알려 줘야 한다. 용서는 상처를 잊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학교폭력 회의에 혼자 보내고 겪은 하루는 아버지인 나에게도 10년가량 상처가 됐고, 그날 아이가 겪었을 두려움을 생각하면 아이에 대한 미안함은 아이가 성인이 돼 군대를 다녀온 이후에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날 이후로도 아들이 겪었을 두려움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얼마 전 아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아버지의 미안한 마음을 이야기했다.

이젠 가끔 아들이 퇴근 무렵 전화를 할 때도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서 같은 결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그 심정을 이해하기에 진심으로 말씀드린다. "어떤 상황에도 침착하게 아이의 장래를 위해 용기를 내시라"고. 정훈진 대전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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