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상 초유의 하원의장 해임안 가결…셧다운 리스크 더욱 커졌다

김현 특파원 2023. 10. 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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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해임결의안 가결…하원의장 선출 등 불투명
당내 매카시 재선출 목소리 속 매카시 불출마 의사…내주 새 의장 선출할 듯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하원 의장직에서 해임된 케빈 매카시 공화당 의원이 기자회견 중 입을 꾹 다물고 있다. 2023.10.03/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이 3일(현지시간) 하원에서 가결되면서 미 정치권이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미 하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고 공화당 강경파인 맷 게이츠 의원이 제출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결의안 표결을 통해 '찬성 216표 대 반대 210표'로 채택했다.

이로써 매카시 하원의장은 의장직에서 해임됐다.

234년 미 의회 역사상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이 제출된 것은 1910년 조지프 캐넌(공화·일리노이), 2015년 존 베이너(공화·오하이오) 전 하원의장에 이어 세 번째이지만, 본회의에서 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캐넌 전 의장 당시는 해임결의안에 대한 표결이 실시돼 '찬성 155표 대 반대 192표'로 부결됐고, 베이너 전 의장 당시엔 해임결의안이 제출됐지만 본회의 표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베이너 의장은 결의안 제출 2달 뒤 의장직을 사임했다.

본회의 표결을 통해 매카시 하원의장이 해임되면서 미 하원은 당분간 정상적인 가동이 어려워지게 됐다.

공화당은 내주에 새로운 하원의장을 선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하원은 의장직 대행으로 매카시 의장의 측근인 패트릭 맥헨리(노스캐롤라이나) 의원을 임명하긴 했지만,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만큼 의장직 대행 권한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불명확한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례가 없는 일인 만큼 맥헨리 의장대행이 하원을 운영할 권한이 어디까지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며 "일부 전문가들은 헌법이 '필요하고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일부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법안들은 (처리를)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일단 미 언론들은 맥헨리 의원이 새로운 의장을 선출할 때까지 의장직을 대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내 다수파와 소수의 강경파간 입장차가 뚜렷한 만큼 새로운 하원의장 선출까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WP도 "공화당 의원들이 하원의장 후보를 내놓을 때까지 멕헨리 의장대행은 몇 시간이나 며칠, 또는 몇 달 동안 그 직을 유지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3일(현지시간) 캐빈 매카시 미국 하원 의장이 해임 결의안 가결 직후 기자회견을 하며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공화당내 다수파를 중심으로는 매카시 의장이 하원의장 선거에 다시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매카시 의장은 지난 1월 나흘간 진행된 15차례의 투표를 통해 가까스로 의장직에 올랐었다.

데릭 밴 오든(위스콘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해임결의안을 제출한 맷 게이츠 의원을 하원 공화당 회의에서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매카시 의장을 의장으로 재선출하기 위해 1500번 더 투표를 거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매카시 의장은 공화당 의원총회에서 의장직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CNN이 랠프 노먼(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의 전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공화당 강경파들은 새로운 의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임건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 8명 중 한 명인 낸시 메이스(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현재의 의장과 함께라면 이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 같은 혼란으로부터 벗어나 국민들의 사업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게이츠 의원 등 강경파들은 하원 공화당내 '2인자'인 스티브 스컬리스(루이지애나) 의원을 거론하고 있지만, 지난 8월 다발성 골수종 진단 후 암 치료를 받고 있는 스컬리스 의원은 최근 매카시 의장과 계속 일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손사래를 친 바 있다.

이로 인해 자칫 하원의장 선출이 공화당 내홍으로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 경우 임시 예산의 효력이 만료되는 11월17일까지 정식 예산안이 하원을 통과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때문에 자칫 임시예산 기한 종료 후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가능성이 더 커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공화당 강경파는 2024 회계연도 정부 지출을 2022년 수준인 1조4700억 달러로 줄이지 않는 한 어떤 예산안 처리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임시 예산안 처리 당시 매카시 의장이 민주당과 협력했다는 점이 강경파 반발의 빌미가 된 데다 해임건의안 표결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 전원이 매카시 의장 해임에 찬성표를 던진 만큼 향후 예산안 처리와 관련한 양당간 협력도 더욱 요원해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당초 매카시 의장을 도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날 오전 비공개 의원총회를 거쳐 당론으로 매카시 의장 해임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매카시 의장도 CNBC와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저도)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을 도와주는 대가로 민주당과 거래하는 것에 선을 그은 바 있다.

마저리 테일러 그린(조지아) 공화당 의원은 "유권자들은 사람들이 그들의 당에 충성하고 당을 넘나들지 않길 기대하게 됐다"며 "이는 정당 우선주의적 태도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매카시 의장 해임 후 신속한 하원의장 선출을 촉구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항상 국민을 대신해 의회의 양당과 선의로 협력하길 열망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직면한 시급한 도전들이 기다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하원이 신속하게 의장을 선출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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