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권력서열 3위’ 매카시 하원의장 사상 첫 해임…정국 대혼란

강계만 특파원(kkm@mk.co.kr) 2023. 10. 4.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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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통과
공화당 강경파가 해임 주도하고
민주당 가세하며 해임결의안 채택
美의회 234년만에 첫 불명예퇴진
의회 사실상 마비…예산안 협상 난항
미 하원에서 해임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3일 의사당을 떠나고 있다. [사진 출처=AP 연합뉴스]
미국 권력서열 3위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연방정부 임시예산안 처리 논란 속에 전격 해임됐다.

미국 하원은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통과시켰다. 미국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에 이어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미국 의회 234년 역사상 처음이다.

공화당 강경파인 맷 게이츠 하원의원이 지난 2일 매카시 의장 해임결의안을 제출했고 이날 투표에서 그를 포함해 반란을 주도한 공화당 의원 8명에 이어 208명의 민주당 의원이 가세해 찬성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비공개 의원 총회를 통해 해임 결의안에 찬성 당론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카시 의장은 “해볼 테면 해보라”는 자신만만한 반응을 보이면서 이날 자신의 해임결의안 표결에 나섰다가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현재 미 하원을 살펴보면 공화당이 221석으로 민주당(210석)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이번처럼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이탈해서 민주당과 연합할 경우 언제든지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

매카시 의장은 연방정부 업무 중단(셧다운)을 막기위해 10월 1일 이전에 임시 예산안을 처리했다가 사상 처음으로 해임됐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지난 달 30일 셧다운 위기 속에서 45일짜리 임시 예산안을 새롭게 제안했고 가까스로 미국 상·하원에서 처리했다. 임시 예산안에는 공화당 강경파에서 요구해왔던 대폭적인 삭감안 및 강경한 이민정책 요구사안이 반영되지 않았다. 매카시 의장은 공화당에서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지원예산안을 제외하는 대신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난지원예산 증액 요구를 수용하는 형태로 조율했다.

이에 대해 불만을 품은 공화당 강경파들이 같은 당 소속의 하원의장을 불신임하며 취임 9개월 만에 자리에서 끌어내린 것이다. 미국 하원에서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이 제출된 것은 조지프 캐넌(1910년)·존 베이너(2015년) 하원의장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이지만, 실제 해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을 주도한 공화당 강경파인 맷 게이츠 하원의원. [사진 출처=로이터 연합뉴스]
하원의장 공석으로 인해 의회는 사실상 마비됐고 정국은 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단 공화당 패트릭 맥헨리 하원의원이 하원의장 역할을 임시로 맡아 행정적인 업무처리만 맡는다.

후임 하원의장의 경우 다시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다수당인 공화당에서 새 후보를 내서 자체 투표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하원에서 공화당 2인자인 스티브 스칼리스 원내대표, 톰 에머 하원의원 등이 하원의장 잠재 후보군이다. 마땅한 하원의장 후보가 없다는 이유로 매카시 의장이 재출마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매카시 의장이 강경파와 관계 개선하지 못하면 다시 의장으로 선출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매카시 의장의 경우 올해 1월 6일 당선될 당시에 강경파와 줄다리기하면서 15번의 투표를 거쳐 간신히 당선된 바 있다.

내달 중순이면 임시 예산안이 종료되지만 공화당 지도부 공백과 강경파의 강력한 입김에 따라 2024회계연도 예산안에 대한 협상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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