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도 1위 MBC’의 귀환 [2023 신뢰도 조사]

김영화 기자 2023. 10. 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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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언론 신뢰도 조사에는 ‘MBC의 귀환’ 현상이 뚜렷하다. 언론 자유 침해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오히려 신뢰도는 높아진 양상이다. 개별 언론인에 대한 기대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5월30일 경찰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MBC 보도국 압수수색을 시도했다.ⓒ연합뉴스

2007년부터 실시된 〈시사IN〉 신뢰도 조사는 ‘언론 자유’를 가늠해볼 수 있는 하나의 잣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공영방송 신뢰도는 뚝 떨어졌고 정권에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하는 언론은 신뢰도가 상승했다. 예를 들어, 2009년 가장 신뢰하는 매체 1위(19%)로 뽑힌 MBC는 2012년 거의 3분의 1 토막(6.9%)이 났다.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사수를 요구하는 언론인들의 파업이 진행된 시기다. 공영방송의 빈자리를 메운 건 JTBC였다. 2014년부터 신뢰도가 상승하기 시작한 JTBC는 ‘태블릿 PC’ 보도 이후인 2017년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 1위(30.8%)로 자리매김한다. 〈시사IN〉 신뢰도 조사로 되짚어본 지난 15년은 크게 △MBC의 쇠락 △JTBC의 비약 △유튜브의 성장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2023년 언론 신뢰도 결과에는 ‘MBC의 귀환’ 현상이 뚜렷이 나타난다(〈그림 1〉 참조). 〈시사IN〉과 한국갤럽이 9월10일부터 9월12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신뢰도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로 MBC(18.7%)를 선택했다(1순위 기준). KBS(14.2%)도 전년대비 4.1% 포인트 상승했으나 올해 2위를 기록했고 JTBC(6.6%), TV조선(6.3%), 〈조선일보〉(4.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MBC의 경우 지난해(7.5%)보다 2배 이상 상승한 데다 최근 10년간 MBC 신뢰도 가운데 최고 기록이다.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후인 2009년 신뢰도(19%)와 비슷하다. MBC가 올해 괄목할 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 상승세는 보수 정권과의 불화와 관련 있어 보인다. MBC는 지난해 9월22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비속어 발언을 처음 보도하면서 정부·여당의 전방위 공세를 받기 시작한다. 대통령실이 MBC 기자에 대해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조치가 대표적이다. 올해 5월30일 경찰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개인정보가 담긴 국회 인사청문 자료를 유출했다는 혐의로 MBC 뉴스룸과 현직 기자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비판 언론 길들이기’ ‘과잉 수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MBC가 언론 자유 침해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오히려 신뢰도는 높아진 양상이다.

‘가장 신뢰하는 방송매체’를 묻는 질문에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그림 2〉 참조). 지난해 2위를 기록한 MBC가 11.1%포인트 상승해 가장 높은 신뢰도(26.4%)를 보였으며 KBS(18.3%), TV조선(7.7%), JTBC(7.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다른 채널 신뢰도는 대체로 하락했는데 MBC와 KBS는 올라갔다. MBC는 40대(41.2%)와 50대(36.5%), 광주·전라(38.7%), 더불어민주당 지지층(51.1%), 화이트칼라(33.0%)에서 응답률이 높은 반면 KBS는 70세 이상(42.1%), 대전·세종·충청(27.4%), 국민의힘 지지층(25.4%), 가정주부(27.7%)에게 신뢰를 얻었다.

‘뉴스를 못 믿어서 유튜브를 본다’ ‘신뢰하는 언론매체가 없거나, 모르겠다’는 각각 2019년과 2022년 9월 〈시사IN〉 언론 신뢰도 조사 결과를 다룬 기사 제목이다. 레거시 미디어의 신뢰도가 하락하고 유튜브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추세였다. 올해 조사에선 공영방송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TV·라디오 프로그램, 종편, 팟캐스트, 유튜브 등까지 포함해 ‘가장 신뢰하는 프로그램’을 주관식으로 물은 결과, KBS 〈뉴스9〉(6.4%)가 1위에 등극했다. 2위를 기록한 지난해(3.5%)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TV 수신료 분리 징수안이 던진 ‘공영방송 무용론’에 비해 KBS 방송 프로그램 신뢰도는 비교적 높게 나타난 셈이다. 이어서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4.5%), MBC 〈뉴스데스크〉(3.8%), TV조선 〈뉴스9〉(3.4%), JTBC 〈뉴스룸〉(2.2%) 등이 거론됐다.

또 주목할 만한 점은 시사 프로그램의 인기다. 2019년엔 MBN 〈나는 자연인이다〉, 2021년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2022년에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같은 교양 예능 프로그램이 하나씩 있었는데 올해 ‘가장 신뢰하는 방송 프로그램’ 10개는 모두 뉴스·시사 프로그램 일색이다. ‘청취율 1위’를 기록한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1.9%)도 6위에 들어왔다. 라디오를 ‘보는’ 청취자들이 늘어난 데다 최근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청취율 상승세와 맞닿아 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10명 중 7명 “신뢰하는 언론인 없다”

〈시사IN〉은 2021년부터 ‘가장 신뢰하는 유튜브 채널’을 주관식으로 물었다. 올해 결과를 보면,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6.0%)가 가장 많은 응답을 얻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의회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편향성을 문제 삼으며 TBS 지원금을 중단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키자 시즌2 격으로 유튜브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가장 신뢰하는 유튜브 채널 1위로 꼽힌 ‘TBS 시민의 방송’(2.7%)보다 2배 이상 신뢰도가 늘었다. 그 뒤로 ‘뉴스타파’(1.5%), ‘시민언론 더탐사’(1.4%), ‘배승희 변호사’(1.2%) 등이 거론되었다. 개별 유튜브 채널에 대한 신뢰도도 점차 증가 추세다.

‘가장 신뢰하는 신문매체’로는 〈조선일보〉가 1위(14.6%)로 뽑혔다(〈그림 3〉 참조). 지난해 대비 〈조선일보〉는 소폭 상승한 반면, 〈한겨레〉(11.7%)는 소폭 하락하여 오차범위 안이지만 순서가 바뀌었다. 신문 매체에 대한 무관심은 올해도 이어졌다. 응답자 절반(50.7%)이 가장 신뢰하는 신문이 없거나 모른다고 답하거나 혹은 응답하지 않았다.

‘가장 불신하는 언론매체’로도 〈조선일보〉(20%)가 꼽혔다(1순위 기준). 이어 TV조선(13.6%), MBC(12.9%), KBS(5.5%), 〈한겨레〉(3.2%) 순서다. 조사를 담당한 한국갤럽에 따르면 가장 신뢰/불신하는 언론매체 조사 결과에서 MBC와 KBS, TV조선의 경우 신뢰와 불신이 동시에 높았다. JTBC가 신뢰가 높고 불신이 다소 낮은 범주, 〈조선일보〉는 신뢰보다는 불신이 높은 범주로 분석된다. 정치 성향에 따라 신뢰/불신하는 언론매체가 갈리는 양극화 현상은 올해 조사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되었다.

올해 응답자 10명 중 7명(71.5%)은 신뢰하는 언론인이 없었다. 지난해 ‘없다/모름/무응답’ 비율(59.5%)보다 더 높아졌고 최근 10년 수치 가운데 가장 높다. 손석희 JTBC 순회특파원(7.7%),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3.5%),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2.3%) 모두 지난해보다 신뢰도가 다소 하락했다. 신동욱 TV조선 뉴스총괄 프로듀서(1.8%), 김진 채널A 앵커(0.8%)가 그 뒤를 이었다. 신뢰하는 언론인 1위 자리를 줄곧 거머쥐었던 손석희 순회특파원은 〈시사IN〉이 조사를 실시한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 신뢰도를 얻었다. 그의 공백을 메울 만큼 두각을 드러낸 또 다른 언론인도 없었다. 이명박 정부 ‘언론 장악’에 관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의 방송통신위원장 임명과 잇따른 언론사 압수수색 및 고소전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언론계가 떠들썩했지만, 개별 언론인에 대한 기대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 이렇게 조사했다
- 조사 의뢰 : 〈시사IN〉
- 조사 기관 : 한국갤럽조사연구소
- 조사 일시 : 2023년 9월10~12일
- 조사 대상 :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 조사 방법 : 유무선 RDD 병행 전화 면접조사(유선 15.5%, 무선 84.5 %)
- 응답률 : 8.2%
- 가중치 부여 방식 :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값 부여(셀 가중) 2023년 8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
- 표본 크기 : 1000명
- 표본 오차 : ±3.1%포인트(95% 신뢰 수준)

*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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