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풍성한 한가위 되도록…온기 나눴어요

강정의 기자 2023. 10. 3. 20: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전 동구 ‘벧엘의집’
대전 벧엘의집 직원들과 인근 쪽방촌 주민들이 추석 당일인 지난달 29일 다른 쪽방촌 주민들에게 나눠줄 무료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다.
쪽방촌 650여가구·노숙인
도시락 등 식사 3240인분
추석 연휴 동안 무료로 제공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명절이겠지만,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들에게는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예요. 무료급식소는 물론 인근 식당들도 모두 문을 닫거든요.”

대전 동구 정동 ‘벧엘의집’은 추석 당일인 지난달 29일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다. 직원들과 인근 쪽방촌 주민 10여명이 연신 땀을 닦으며 220인분 도시락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쪽방촌 주민들에게 나눠줄 도시락이었다.

무료급식이 준비되는 시간 동안 벧엘의집 앞에는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 등 수백명이 도시락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폐지를 줍다가 무료급식 소식을 듣고 온 이들도 있었다. 몸이 불편한 이웃을 대신해 도시락을 받으러 온 경우도 있었다.

같은 시각 벧엘의집 2층에서는 앞서 쓸쓸히 세상을 떠난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들을 위한 추도예배가 진행되고 있었다. ‘모두의 축제! 풍성한 한가위’ 현수막이 걸려 있는 차례상 앞에서 주민들은 향을 피우고 절을 했다.

벧엘의집에 따르면, 대전역 인근 쪽방촌에는 현재 650여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60세 이상 고령층이다. 1988년 설립된 벧엘의집은 노숙인자활시설인 울안공동체와 무료진료소 ‘희망진료센터’, 쪽방상담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권영준 벧엘의집 목사는 “추석연휴가 4일에서 6일로 늘면서 취약계층의 끼니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도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었다”며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하는 예산은 평년과 비슷한데 도시락 준비 예산은 커져 준비하는 데 사실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끝난 후 벧엘의집 2층에서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노래자랑이 열렸다. 3층에서는 윷놀이와 양궁 등의 민속놀이가 한창이었다.

벧엘의집 울안공동체에 10년째 거주 중인 한상욱 할아버지(89)는“우리처럼 갈 곳 없는 사람들에게 벧엘의집은 마음의 안식처”라고 말했다. 울안공동체에는 현재 노숙인 4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원용철 벧엘의집 담당목사는 “누군가에게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행복한 연휴일 수도 있겠지만,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들에게는 ‘가족들과 함께할 수 없다’는 회의감과 외로움이 극에 달하는 시기이자 동시에 끼니를 챙길 수 없는 가장 힘든 때”라고 했다. 벧엘의집은 지난달 28일부터 3일까지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 등의 식사 3240인분을 제공했다.

글·사진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