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소득층 충치 2.5배, 치아건강도 양극화 대비해야
가난한 집 아이들의 충치가 더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아동의 치아건강도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이 12세 아동 1만8671명을 조사해 내놓은 ‘2021∼2022년 아동구강건강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스스로 기입한 소득수준이 ‘하’ 집단인 아동은 충치가 1인당 0.23개로 ‘상’ 집단 아동(0.09개)보다 2.5배 많았다. ‘하’ 집단 아동은 ‘상’ 집단 아동에 비해 치통과 잇몸출혈을 경험한 비율도 각각 2.4배와 1.3배 많았다. 영구치 치료가 필요한 비율은 ‘상’ 집단이 5.5%인 데 비해 ‘하’ 집단은 12.3%로 2.2배 차이가 났다.
치과 질환은 환자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경향이 있다. 양치질을 열심히 하고 충치를 유발하는 음식 섭취를 줄이면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동이 부모나 보호자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개인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 무엇보다 저소득층엔 진료비가 적지 않은 치과의 문턱이 높다는 게 문제다. 보고서를 보면 치과 치료가 필요한데도 받지 못한 아동은 ‘상’ 집단이 100명당 15명인 데 비해 ‘하’ 집단은 100명당 29명이었다. 특히 치료를 받지 못한 이유가 ‘경제적 원인 때문’이라고 응답한 아동 비율은 ‘하’ 집단이 ‘상’ 집단보다 10배 많았다. 소득에 따른 치아건강 격차는 나이가 들수록 더 커진다. 2019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상실치아 수는 소득수준 상위 20% 집단이 평균 1.96개인 데 비해 하위 20%는 9.80개로 5배 차이를 보였다.
현재 건강보험의 치과 진료 보장률은 34.9%로 전체 진료(64.2%)의 절반 수준이다. 이런 실정이니 치과 진료는 뒤로 밀리기 일쑤고, 먹고살 만한 이들에게도 부담이다. 이 와중에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미용 목적의 고가 진료는 매년 늘고 있다.
치아가 망가지면 고통도 심하지만 음식물 섭취가 원활하지 않아 체중 감소 등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얼굴이 변형돼 자존감이 낮아지고 사회성도 떨어진다. 치아 질환도 사전 예방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최근 국회에는 저소득층의 치과 접근성을 높이고, 초등학생에게 적용 중인 치과주치의 사업 대상을 18세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구강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건강보험 재원에 한계가 있고 보험 적용 질병에 우선순위가 있겠지만, 치아건강 양극화 해소에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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