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돔구장' 청사진, 야구계 '셋방살이' 논란 딛고 성공할까

김재현 2023. 10. 2. 1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市, "3만석 규모 돔구장 건립" 발표
주경기장 사용 불가… "안전 우려"
야구계 당혹 "주경기장 배제 안돼"
통합 협의체 구성키로... 본격 논의
9월 19일 서울 잠실운동장 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준비되고 있다. 뉴스1

서울시가 잠실야구장 부지에 돔구장을 건립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내놨지만, 야구계 반발이 거세 시작부터 ‘엇박자’가 나고 있다. 쟁점은 ‘대체 구장’이다. 야구계는 6년이라는 건립 기간을 감안하면 현 잠실야구장 바로 옆에 있는 올림픽주경기장을 리모델링해서 쓰는게 최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서울시는 대규모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ㆍ야구계 통합 협의체가 출범했는데 양측이 만족할 대안이 도출될 지는 미지수다.


서울시, 호텔 기능 결합한 3만석 돔구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 돔 야구장 스카이박스에서 아눅 카루나라트네 토론토 블루제이스 부사장으로부터 시설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홈구장 로저스센터를 찾아 “기존 잠실야구장을 돔구장과 호텔을 결합한 일체형으로 만들겠다”며 “전시컨벤션 시설까지 더해 스포츠ㆍ마이스(MICE) 복합단지로 새롭게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1982년 완공된 잠실야구장은 세월이 흐르며 대표적인 노후 구장이 됐다. 개보수가 일부 이뤄졌지만, 원정팀 시설이 부족해 작년까지만 해도 선수들이 복도에서 옷을 갈아입었을 정도였다. 팬들은 최근 지어진 인천문학경기장과 창원 NC파크,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등과 비교하며 새 구장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서울시는 로저스센터를 벤치마킹해 잠실야구장을 3만 석 이상 규모의 돔구장으로 변모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것이다. 관중석과 연결된 복도 공간은 내ㆍ외야를 순환하는 360도 개방형으로 만들고, 각종 프리미엄석도 도입한다. 호텔 기능도 결합해 객실 300실 중 120실에서 야구 관람이 가능하도록 하는 계획도 담았다. 2026년 착공해 2031년 완공, 2032시즌부터는 돔구장에서 프로야구를 재개할 계획이다. 돔구장은 민간투자 방식으로 약 5,000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서울시는 사업 우선협상자로 한화그룹 컨소시엄인 ‘서울스마트마이스파크’를 선정했다. 내년 말 실시 협약이 체결되면 40년 동안 운영권을 갖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돔구장이 건립되면 악천 후에도 영향 없이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다”며 “비시즌에는 대규모 공연이나 각종 행사도 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잠실 주경기장을 대체 구장으로 사용했을 경우 예상되는 관객 동선 예상도. 서울시는 안전 전문가 검토 결과 출입구를 1개 밖에 운영하지 못해 인파 사고 위험을 이유로 주경기장 대체 구장 사용 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제공

당초 서울시는 1,600억 원을 들여 개방형 야구장 건립을 추진했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 등 야구계 요청에 따라 돔구장으로 방향을 돌렸다. 야구계는 ①접근성을 고려해 현 야구장의 위치를 유지하고 ②활용폭이 넓은 돔구장을 만들고 ③대체 구장으로 주경기장을 1만 8,000석 규모로 리모델링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잠실운동장 단지 일대 주요 시설물 배치가 확정되고 설계 및 시공 일정이 구체화 단계를 보이면서 서울시 입장이 바뀌었다. 잠실운동장 전역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인근 탄천동로 지하화 공사로 관람객 진출입이 봉은교에서만 가능해 주경기장을 대체 구장으로 사용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대규모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점도 들었다.


"6년 간 어디로?" 야구계 반발

9월 20일 서울 양천구 목동종합운동장 야구에서 제51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한호 기자

서울시가 안전을 이유로 대체 구장을 주경기장이 아닌 목동야구장이나 고척돔, 여기다 수원과 인천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구계가 ‘발끈’했다. 이승엽 두산베어스 감독은 서울시 발표 직후 “야구 보러 오시는 분이 편하게 보셔야 한다. 서울은 특수한 도시라 원정 관중까지 쾌적하게 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염경엽 LG트윈스 감독도 “잠실 주경기장 안전 문제가 있다곤 하지만 절대로 배제해서는 안된다. 최적지를 놔두고 다른 곳을 찾는다는 건 팬들에게 죄송한 일”이라고 거들었다.

구단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LG와 두산 모두 당초 서울시와 협의 중이었던 것은 맞지만, 주경기장 ‘사용 불가’란 내용까지 전달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LGㆍ두산 관계자는 “안전 문제로 주경기장 사용이 쉽지 않다는 의견을 들은 건 맞다”면서도 “다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다른 해결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 구단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목동경기장과 고척돔은 수용 인원이 적은 데다 열악한 시설 문제와 조명, 소음 문제로 쉽지 않고, 수원이나 인천 ‘셋방살이’는 더더욱 당치 않다는 설명이다.


제대로 된 돔구장 건립 가능할까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홈구장 로저스센터 전경. 토론토=김재현 기자

일단 서울시와 야구계는 대체구장 마련을 위한 논의에 나섰다. 서울시는 지난달 25일 KBO와 LG, 두산 등과 건설ㆍ안전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통합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이달 초 1차 회의를 시작으로 돔구장 건립 시 시민 안전과 보행 동선, 시설별 시공방안을 비롯해 대체 구장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일단 협상의 여지는 열린 셈이다. 팬들은 통합 협의체에서 대체 구장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도출돼야 한다고 말한다. 야구팬 류성현(33)씨는 “돔구장 건립 자체는 환영하지만, 팬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는 최적의 대체 구장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