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마음’ 담아내는 ‘섬 밴드’ 사우스카니발 “언제나, 늘 여러분의 곁에”[추석특집 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3. 10. 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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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정서를 음악에 담아내는 스카 밴드 ‘사우스카니발’(SOUTH CARNIVAL) 멤버들이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서귀포시 남원읍 카페 141 앞 해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왼쪽부터 박민철, 강경환, 고부장, 유진근)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추석을 맞아 휘영청 뜬 보름달. 바다가 있는 곳이라면 달이 바다에 비쳐 일어나는 윤슬의 모습에 황홀함이 절로 들 지경이다. 넉넉한 한가위의 인심과 보름달의 모습은 여유를 상징한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것은 일 년을 쉼 없이 달려온 많은 사람들의 여유다.

밴드 사우스카니발의 여정도 그러했다. 제주 토박이들이 모여 음악을 시작해 서귀포 포구에 비친 윤슬을 보며 여유가 넘치는 ‘섬 음악’을 고안했다. 세간은 그들을 ‘제주어 밴드’ ‘스카 밴드’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부르지만, 그들은 다분히 어느 순간이고 곁에 있는 것 같은 친근함을 주고 싶다.

15년의 꾸준한 활동으로 제주도를 대표하는 밴드로 성장한 사우스카니발을 만났다. 사우스카니발은 8인조 밴드로 보컬과 트럼펫을 맡은 리더 강경환과 드럼 석지완, 각종 타악기를 맡은 ‘고부장’ 고경현, 베이스 고수진, 테너섹소폰 주예찬, 트럼본 박민철, 기타 유진근이 속해있다.

제주도의 정서를 음악에 담아내는 스카 밴드 ‘사우스카니발’(SOUTH CARNIVAL) 멤버들이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서귀포시 남원읍 카페 141 앞 해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왼쪽부터 박민철, 강경환, 고부장, 유진근)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역시 대낮의 윤슬이 비치는 남원읍 신흥리의 ‘카페 141’에서 만난 멤버들은 단출하게 네 명이었다. 원래 7명이지만 평일인 금요일 직접 인터뷰를 위해 제주 곳곳에서 남원읍으로 넘어올 수 있는 인원은 한정돼 있었다. 사우스카니발 멤버들은 모두 각자의 직업이 있다. 이들은 음악을 위한 기반으로서의 직업, 그게 아니라면 ‘투잡’으로 살고 있다. 이 부분이 밴드 사우스카니발을 이해하는 첫 번째 요소다.

“주변에서 음악을 하던 친구들이 홍대 인근에 원룸을 구하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 안 되면 접고 고향으로 내려오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나름 맞는 거라고 봤지만 해외 밴드를 만나면서 이런 생각이 깨졌어요. 일본의 ‘도쿄 스카 파라다이스 오케스트라’라는 팀을 만나는데 의사도 있고, 직업이 있는 분들이더라고요. 하지만 취미 밴드가 아닌 세계적인 스카 밴드에요. 음악을 직업과 같이 삶의 한 부분으로 보는 거죠. 우리나라는 음악 자체를 직업으로 삼고 직업이 따로 있다면 ‘동호회 밴드’라고 부르는데, 오히려 그런 생각을 해왔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어요.”(강경환)

멤버들은 대부분 제주 지역 방과후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친다. 그게 아니면 연주 세션을 하고 취미나 입시반 학원생들을 가르치는 레슨도 한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일주일에 세 번 정도 꼬박꼬박 밤에 모여 합주연습을 한다. 15년을 거치며 수없이 많은 멤버들이 들어왔다 나갔다. 10주년 정도에 벌써 그 숫자는 26명이 넘었다.

밴드 사우스카니발. 사진 사우스카니발 제공



“각자의 생활환경도 다르고 대형 기획사에서 돈을 투자하는 팀이 아니었어요. 월 200만원의 월급으로도 만족하는 이가 있을 것이고, 500만원에도 불만족하는 사람이 있겠죠. 밴드 자체를 직업으로 삼으면 당연히 상업적인 음악을 할 수밖에 없어요. 창작적인 부분에서 제약이 있을 것 같았죠. 음악산업의 종사자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하고 있어요.”(강경환)

사우스카니발은 2014년 싱글 ‘좀녀 이야기’와 2017년 ‘테이크 오프(Take Off)’ 등과 2012년 나온 EP 음반 ‘사우스카니발’, 2016년 ‘제주도의 푸른밤’, 2020년 ‘클라우드 나인(Cloud 9)’ 등을 냈다. 지난 5월에는 15주년을 맞아 싱글 ‘업사이클’을 발매했으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15주년 공연도 했다.

“‘스카’라는 장르는 자메이카에서 생겨났어요. ‘읏짜 읏짜’하는 기타 스트로크가 독특한 장르죠. 많은 분이 저희를 ‘스카 밴드’라고 정의하시는데, 어떤 밴드에 있어 장르를 규정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 어떤 장르의 뮤지션이라고 불리는 것보다는 그때그때 느끼는 부분을 느끼는 장르로 표현하고 싶어요. 이번 ‘업사이클’의 경우에는 환경 이슈에 대한 원대한 포부보다는 그저 고부장과 제가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어업폐기물을 제거하는 데서 받은 느낌을 담아냈어요.”(강경환)

밴드 사우스카니발 공연 장면. 사진 사우스카니발 제공



시작은 단출하고 우연의 소산이었지만, 이 팀에 대해 멤버들이 느끼는 각별함은 특별했다. 지금으로부터 15년이 더 된 2000년대 중반 서귀포에 사설 소극장이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리더 강경환이 망한 단란주점을 인수, 공사해 어설프게 만든 소극장이 시작이었다. 사회복지전공을 한 그는 편부모 청소년의 음악을 가르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이들의 공연에 서기 위해 네 명이 함께 팀을 구성했다.

“리더 형이 놀러 오라고 해서 처음 끼게 됐어요. 모든 공사를 직접 하더라고요. 제주가 다분히 불량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된 학생들도 있어요. ‘놀잇거리가 아닌 밴드를 하자’고 하는 캠페인이 좋았고, 소극장 운영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학생들을 보는 재미가 좋았어요.”(고부장)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섬 음악’이라고 규정한다. 이들이 정의한 음악은 지배를 하던 민족의 음악과 지배를 당하던 민족의 음악으로 나뉘었다. 스카는 자메이카로 대표되는, 과거 지배를 당했던 민족의 음악이었다. 그런 의미로 제주는 과거 탐라국일 때 침공을 당했고, 유배지로 유명했으며 4·3 사건 등 아픔도 있었다. 제주만의 토착문화가 있고, ‘제주어’라고 따로 불릴 만한 고유한 문화가 있었다. 자메이카와 제주가 맞닿는 부분이 이들의 음악 주제로 자리 잡았다.

제주도의 정서를 음악에 담아내는 스카 밴드 ‘사우스카니발’(SOUTH CARNIVAL) 멤버들이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서귀포시 남원읍 카페 141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왼쪽부터 유진근, 박민철, 강경환, 고부장)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저희는 ‘행사’와 ‘공연’을 구분해요. ‘이상을 가진 현실주의자가 되자’는 것이 신조죠. 행사가 왔으면, 그에 맞게 음악을 구성하고 무대매너도 생각합니다. 마을잔치도 가끔 가요. 그러면 또 음악에 몰두할 때와 다르게 주민들과 어울리는 재미가 있습니다. 물론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에도 서보고,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가서 ‘공연’을 했지만, 또 ‘행사’에서 관객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험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강경환)

사우스카니발은 제주라는 섬에서 ‘스카’라는 장르로 유명해진 팀이지만 애초부터 ‘지역 밴드’ ‘로컬 밴드’ ‘제주어 밴드’라는 규정은 그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오로지 ‘음악’이라는 큰 틀의 언어가 그들을 지탱하고 있으며, 그들은 ‘그래미’를 노릴 정도로 큰 글로벌 배포의 꿈을 꾸고 있다 .

이미 서울 홍대의 음악씬이 붕괴에 붕괴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이들은 각자 지역에서의 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홍대에 펑크가 있었다면, 인천에는 메탈이 있었다. 그렇다면 제주에는 해변의 음악, 섬의 음악이 있다. 이들은 그런 마음으로 15년이 아닌 40년 세월까지 유쾌하게 달려갈 생각이다.

제주도의 정서를 음악에 담아내는 스카 밴드 ‘사우스카니발’(SOUTH CARNIVAL) 멤버들이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서귀포시 남원읍 카페 141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왼쪽부터 유진근, 박민철, 강경환, 고부장)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학원에서 기타 개인 지도를 해주고 있어요. 기타를 알려주면서 주변 사람들이 다 같이 음악을 취미로 할 수 있었어요. 그러한 가까운 뮤지션, 가까운 곳의 아티스트, 언제나 팬들과 함께 소통을 할 수 있는 그런 밴드를 꿈꿉니다.”(윤진근)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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