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나가면 이기네'...안세영은 왜 이렇게 잘할까? 2018년 안세영에게 물어봐

오광춘 기자 2023. 10. 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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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안세영은 열여섯, 중학교 3학년이었죠. 흔히 쓰는 “혜성 같다”는 말이 어울렸습니다. 중학생이 한참 나이 많은 언니들을 다 꺾고 전승으로 국가대표가 됐으니까요. 배드민턴 유망주의 등장에 모두가 들떠있었죠.

2018년 아시안게임의 안세영 기억하나요? 당시 세계 5위 천위페이에 막혀 단식 32강에서 무너졌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중3' 천재가 꺾였다...2018년 천위페이 앞에서


모두의 기대를 품고 그해 자카르타, 팔렘방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 나섰습니다. 개인전 첫 상대는 중국의 천위페이였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세계의 벽은 높았습니다. 허무하게 0대2로 무너졌으니까요.
2018년 아시안게임 이후 안세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훈련하겠다고 다짐했다죠.

그 패배가 배드민턴 인생의 전환점이 될 줄은...


그 다음이 중요했습니다. 천재의 재능이 왜 꽃피지 않았을까 한탄하면서 그대로 주저앉았다면 어땠을까요. 어린 중학생은 그때 다짐을 했다죠. 하루도 거르지 않고 훈련하겠다고. 그렇다면 이런 각오가 바로 반전의 에너지로 전환됐을까요. 아쉽게도 이후 몇 번의 절망이 더 찾아왔습니다.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의 안세영. 또 다시 8강에서 천위페이에 막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훈련하겠다"는 다짐, 그러나...


그 뒤에도 안세영은 천위페이를 만나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으니까요. 지고 또 졌습니다. 도쿄 올림픽 8강전에서도 천위페이에 가로막혔습니다. 그렇게 4년간 계속 지다가 처음 이긴 게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마스터스였습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안세영 움직임. 다중노출 촬영으로 분주한 몸놀림이 담겼습니다. (사진=연합뉴스)

패배가 쌓여 승리로 가는 길을 개척했다


지금은 스물하나. 안세영은 무르익었습니다. 올해 3월 전영오픈에서 천위페이를 다시 꺾고 정상에 오른 이래 날개를 달았습니다. 승승장구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겠죠. 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마음먹은 대로 1등을 척척 해냅니다.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우승하며 세계 1위에 올라섰습니다. 지는 법을 잊었죠.
이런 반전 괜찮죠? 매번 천위페이 벽을 넘지 못하던 안세영은 지난해 7월부터 천위페이 잡는 법을 알았습니다.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도 또 이겼습니다. (사진=연합뉴스)

5년이 지나 다시 아시안게임, 그리고 천위페이...


그리고 다시 아시안게임에 다시 섰습니다. 5년 만의 항저우 대회죠. 다시 중국을 만났습니다. 이번엔 단체전 마지막 경기, 결승전이었습니다. 또 천위페이였습니다. '상대를 요리한다'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천위페이의 샷을 어떻게든 받아넘겼습니다. 샷을 하고 다음 샷을 하기까지, 그 짧은 시간에 여유가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가벼운 2대0 승리였습니다.
몸을 던지는 다이빙 수비는 안세영의 시그니처로 자리잡았죠. 어떤 셔틀콕도 다 받아냅니다. (사진=신화통신)

2018년 좌절이 없었다면 지금 안세영이 있었을까?


단체전 1경기를 이긴 뒤 안세영의 세리머니는 축구 선수들이 골을 넣고 하는 환호와 비슷했습니다. 무릎을 꿇은 채 바닥을 미끄러지며 포효했습니다.
2018년의 어느 날, 무기력하게 천위페이에 무릎 꿇었던 그 장면이 떠오르지 않았을까요.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태국과 단체전 4강전이 고비였습니다. "안되는 날"이었다고 고백했지만 그러고도 이겼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배드민턴에서 중국을 꺾는다는 건...29년 만의 정상


우리 배드민턴은 이후 복식 백하나·이소희 조가, 단식 김가은이 모두 2대0 승리로 중국을 이기며 29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에 섰습니다. 모두 우리보다 한 수 위 실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었습니다.
여자 배드민턴의 금빛 환호 보이나요. 네트 너머 중국 선수의 절망이 교차합니다. (사진=연합뉴스)

눈물 그렁그렁 맺힌 중국 선수의 뒷모습 남아


김가은에 무너진 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하늘을 쳐다보던 중국 허빙자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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