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전관' 뭐기에] ① "설계·감리업체 50여곳에 140여명 포진"

양정우 2023. 10.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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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내부 '전관 업체' 조사현황 입수…"대표·사장 등 임원 활동, 한 업체 9명 근무도"
'LH 전관'의 조건은?…"퇴직 3년 내 고위직 출신·업체 본사 상근·억대 연봉·법카 등"
"모든 LH 퇴직자 전관 몰아세우는 건 현실과 동떨어져" 볼멘소리도
설계·감리업계 LH 고위직 출신 전관 현황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를 계기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관예우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한 건축 설계업체가 자체 조사한 'LH 전관' 현황을 연합뉴스가 입수했다. 사진은 현황 자료 일부로, 업체명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2023.10.1 eddie@yna.co.kr

[※편집자 주 =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를 계기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관예우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LH 전·현직 직원들이 대거 연루된 부동산 투기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던 게 불과 2년 전.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철근 누락'의 배경에 LH 전관 업체들의 이름이 하나둘 거론되면서 이들 업체는 수사당국의 타깃에도 오른 상황이다. 이 정도면 얼마나 많은 전관이 이른바 업계 '선수'로 뛰고 있는지, 이들이 입찰 과정에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그 실체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취재팀은 LH 전관, 업계 관계자 등을 접촉해 그 실체에 접근해봤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이상서 기자 이다빈 인턴기자 = "LH에서 일했다고 모두 전관은 아니죠. 보통 LH에서 임원, 본부장, 처장으로 일하다가 퇴직해 업체로 옮긴 뒤 2∼3년 업체 본사에 상근하며 영업활동을 하는 이들이 바로 전관입니다. 연봉은 퇴직 당시 직급별로 1억∼2억원, 법인 차량과 카드를 받고서 활동하는 사람들이죠."

지난달 중순 취재진이 만난 한 건축 설계업체 A사 관계자의 얘기다. LH 전관은 대체 어떤 사람들을 말하는 것인지를 기자가 궁금해하자 그는 과거 전관 채용의 경험을 떠올리며 상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LH 전관의 연봉을 퇴직 당시 직급별로 보면 처장 출신의 전관은 약 1억 5천만∼2억원, 그 아래 부장급은 1억∼1억3천 수준이라고 한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처장급 위인 LH 대표, 사장 등 임원급 전관은 최소 2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이 같은 LH 고위직 출신의 전관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뛰고 있을까.

설계·감리업계 LH 고위직 출신 전관 얼마나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를 계기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관예우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한 건축 설계업체가 자체 조사한 'LH 전관' 현황을 연합뉴스가 입수했다. 사진은 현황 자료 일부로, 업체명과 전관 이름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2023.10.1 eddie@yna.co.kr

취재팀은 A사를 통해 국내 설계·감리업계, '전통소'로 불리는 전기·통신·소방 업체에서 활동하는 LH 고위직 출신 전관 현황을 입수했다.

현황 자료는 A사가 올 8월 자체 인적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조사한 것으로, 모두 50여개 설계·감리업체에서 약 140여명의 LH 고위직 출신 전관들이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직원들의 인적 네트워크 등에 의존해 작성한 이 자료가 정확하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업계에 LH 전관들이 얼마나 포진해있는지를 가늠해보는 데에 유용한 자료로 볼 수 있다.

A사 현황 자료를 보면 LH 전관 140여명 중 16명은 주요 설계·감리업체 11곳에서 대표와 부회장, 사장, 부사장 등으로 업체 본사에 상주하며 활동하고 있었다. 이들 11개 업체 중 LH 전관이 대표로 근무하는 곳은 6곳이었다.

전관이 가장 많은 업체는 최대 9명까지 근무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업체는 설계·감리업계에서 대표 주자 중 하나로 분류되는 곳이다. 업체 대표와 부회장, 사장 모두 LH 고위직 전관 출신이라고 A사는 전했다.

전체 50여개 업체 중 3명 이상 전관이 있는 곳은 21곳, 2명이 근무하는 업체도 21곳, 1명 이상은 17개 업체로 나타났다.

전관 3명 이상이 있는 21개 업체 중 7곳은 최근 검찰이 LH와 조달청 발주 감리 입찰 과정에서 수천억대 담합이 이뤄진 정황을 포착하고 강제수사에 나선 업체들로 알려졌다.

LH 전관특혜 의혹 감사청구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검단 붕괴사고 관련 LH 전관특혜 실태 감사청구 기자회견에서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3.7.31 yatoya@yna.co.kr

일각에서는 LH 퇴직자라는 이유만으로 민간업체에서 일하는 모두를 LH 전관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업계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LH 퇴직자들은 LH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퇴직 이후 민간업체로 이직해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대부분이 단순 현장 기술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연봉 수준도 고위직 출신 전관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천만원대 수준으로, 업무영역 또한 실제 영업 활동과 관련이 없다고 한다.

LH에서 부장을 지낸 한 인사는 최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LH 근무 시 현장에서 감독했던 사람들이 감리 경력을 인정받으니까 퇴직 후에도 실제 감리로 일하는 사람이 많긴 하다"면서도 "감리원들은 전관하고는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관이라 그러면 LH에 대해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나. 실제 현장에서 감리원으로 일하시는 분들은 그런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LH는 최근 전관예우 문제가 여론의 질타를 받자 전관 기준을 마련해 공개한 바 있다.

LH는 입찰공고일을 기준으로 2급 이상 퇴직자이며, 퇴직일로부터 3년 이내에 있는 이들을 전관으로 규정했다. 퇴직자가 업체에서 임원으로 일하면 직급과 관계없이 전관으로 분류하도록 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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