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유망주, 스마트팜]① 냉동 컨테이너 재활용한 스마트팜으로 年매출 26억… ‘도시농사꾼’ 큐브팜 가보니

부산=이신혜 기자 2023. 10.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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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우수 벤처 기업으로 선정된 ‘도시농사꾼’
스마트팜 기술 활용해 잎채류·버섯에 물과 영양분 공급
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 등에 수출 계약 맺기도
12일 부산 도시농사꾼 스마트팜 '큐브팜'에서 재배되고 있는 저온 버섯들. 해상용 컨테이너를 개조한 냉동 컨테이너에서 자동으로 온도와 습도가 조절된다. /이신혜 기자

지난달 12일 오전 부산 용호별빛공원 앞에는 전날 밤 드라마 촬영 때 휘날린 소품용 벚꽃잎을 치우는 사람들로 붐볐다. 광안대교와 바다를 앞에 둔 광장 가장자리에는 하얀색과 파란색으로 칠해진 컨테이너가 줄지어 있었다.

이 컨테이너들은 지난해 농림추산식품부가 농식품 분야 우수 벤처 기업(에이벤처스)으로 선정한 스마트팜 기업 ‘도시농사꾼’의 스마트팜인 ‘큐브팜’ 공간이다. 흙도 햇빛도 필요 없는 스마트팜에서는 푸른색 잎채소와 저온 버섯을 키우고 있다.

컨테이너 문을 열자 기온 28도, 습도 70%의 후텁지근한 바깥 날씨와 달리 기온 15도, 습도 75% 내외로 설정된 시원한 내부가 등장했다. 검은색 스펀지에 둘러싸여 물과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크는 잎채류, 국산 참나무 톱밥(배지)에 붙어 자라는 버섯들이 재배되고 있었다.

면적 29.75㎡(실평수 기준 9평)의 냉동 컨테이너에서는 3주 만에 최대 250kg의 저온 버섯이 생산된다.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기 힘든 저온 버섯 재배의 경우 일반 농가에서는 여름철에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기 어렵지만, 스마트팜은 외부 환경 영향을 받지 않아 휴지기 없이 냉동 컨테이너를 돌리고 있다.

부산 용호별빛공원 내 위치한 도시농사꾼의 스마트팜 '큐브팜' 외관. /이신혜 기자

◇바다 앞 유휴부지에 자리 잡고, 해상용 운송 컨테이너 ‘재활용’ 버려지는 것 없는 스마트팜

‘도시농사꾼’은 버려지는 것 없이 활용되는 친환경 기업을 추구하고 있다. 도시농사꾼이 자리 잡은 이곳은 부산항만공사의 유휴부지였다. 수년 전 러시아 선박 선장이 술에 취해 광안대교와 배를 부딪친 이후 폐쇄돼 있다가, 도시농사꾼이 들어와 냉동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스마트팜 재배·교육·실습 등의 공간으로 활용하며 활기를 되찾았다.

부산 내 저온 버섯 등을 재배하는 ‘재배동’은 부산 남구 감만동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유휴부지를 활용해 운영되고 있다. 쓰이지 않는 곳을 재배시설로 탈바꿈할 뿐만 아니라 교육시설이나 체험시설 등으로 결합해 친환경 스마트팜을 알리고 있다.

도시농사꾼이 운영하는 스마트팜 단지 ‘큐브팜’은 오래된 해상운송 냉동컨테이너를 재활용한다. ‘큐브팜’이라는 이름도 네모 모양의 컨테이너 모양에서 따왔다.

전정욱 도시농사꾼 대표는 “냉동 컨테이너를 개조해 단열 공사도 필요 없는 데다 녹이 슬지 않는 설비를 개발해 설치했다”며 “비닐하우스 같은 공간은 땅에서 식물이 크는 공간 외 공간에 냉난방 에너지가 낭비되고 공간활용도도 떨어지는데 냉동 컨테이너는 그런 단점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정욱 도시농사꾼 대표가 잎채류 스마트팜 재배 공간에서 물과 영양분을 자동으로 공급해주는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이신혜 기자

버섯을 재배하는 참나무 톱밥(배지)도 2~3번 재활용한다. 버섯이 영양분을 먹으면 기존 3.3kg 정도의 배지는 2kg 내외로 줄어든다. 회사 직원 중 70%가 취약계층(노인·청년·장애인)으로 구성된 사회적 기업이기에 수백개의 배지를 수시로 나르긴 힘들다. 그래서 전대표와 임원진이 함께 ‘자동화 침봉 시스템’도 개발했다. 배지의 무게, 습도, 산도(pH), 전기전도도(EC) 등을 센서로 감지하여 자동으로 양·수분을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대기업 도움 없이 연 매출 26억원, 사우디와 바레인 등 수출 계획

전 대표는 “투자를 안 받고 자생으로 2018년부터 (회사를) 키워왔다”며 “2021년 하반기 한국농업기술진흥원(농진원)에서 벤처기업으로 선정돼 5000만원 지원받은 게 전부”라고 말했다.

투자를 안 받았다기보다는 방법을 몰랐다는 그는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지난해에는 매출 26억원 정도를 내며 생산량과 유통량이 많아지는 데 한계를 조금씩 느끼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도시농사꾼은 농진원의 벤처육성 기업으로 선정되고 난 후 첨단기술 보유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어 농식품부가 농식품분야 우수 벤처·창업기업으로 선정하는 ‘에이벤처스’에 뽑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등 중동 국가 중심으로 3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도 맺었다. 다만 농진원과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기술 유출 보안을 요청해 본격적인 수출은 내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중동 국가를 우선 수출국으로 꼽은 이유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 국가의 특성상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식품으로 버섯이 선호 받고 있어서다. 전 대표는 “중동지역에서는 버섯을 재배하기가 어려운데 사우디 왕가에서 버섯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찾는 사람은 더 많아지고 있다”면서 “기술 보안이 확실하게 되면 중동 이외 다른 국가로도 수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이 된 도시농사꾼의 최종 목표는 노인, 장애인과 노숙자 등 사회취약계층이 자신의 식재료를 직접 재배하면서 ‘한 끼의 즐거움과 외롭지 않음’을 느끼는 실버팜 단지를 만드는 것이다. 전 대표는 “많은 공기업, 공기관의 도움으로 저렴하게 유휴부지를 활용해 스마트팜을 운영 중인데 추후에는 스마트팜을 활용한 팜(농장) 단지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제작지원: 2023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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