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도 저거 사줘” 산리오 굿즈 열풍에 웃는 유통가

김가연 기자 2023. 10.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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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리오 운동화 선발매 3일 만에 완판
‘쿠로미’ 피규어 나올 때까지 10만원 쓰기도
유통업계, 산리오 협업 이어질 것

“한 사람이 메뉴 하나씩은 꼭 시켜주셔야 하고요. 주차는 안 됩니다. 카페 이용 시간 지켜주시고, 자리는 옮기실 수 없어요.”

산리오 캐릭터로 꾸며놓은 망원동에 위치한 카페./김가연 기자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카페. 오후 3시 50분이 되자 카페 앞으로 줄이 늘어섰다. 모두 4시 카페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계단을 올라 2층으로 올라갔더니 가정집을 카페로 개조하고 산리오 캐릭터 소품으로 벽면과 구석을 치장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6세 아이와 함께 이곳을 찾은 임유진(40)씨는 “예약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취소 표를 노려 겨우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면서 “내 돈 쓰면서 이런저런 제약이 많은 느낌이지만 아이 유치원 친구들이 다 다녀왔다고 하니 안 데려올 수가 없었다”고 했다.

임씨가 이날 이 카페에서 소비한 금액은 4만원 남짓. 여기에 1층 굿즈(기념품) 매장에서 산 산리오 스티커까지 감안하면 6만원은 훌쩍 넘게 소비했다. 임씨는 “커피와 주스, 케이크가 크게 맛있진 않지만, 분위기 값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이가 좋아하니 한 번쯤은 와볼 만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나 유치원에 다니는 유아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산리오 열풍이 불면서 유통업계에서는 산리오 캐릭터 상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개 굿즈는 한정판으로 나오기 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선 “산리오는 파산리오”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산리오 굿즈 때문에 출혈이 크고, 구하는 데에도 엄청난 공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의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이디야, 편의점 세븐일레븐, 이랜드월드의 스파오 등이 산리오와 협업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휠라코리아에서 산리오 캐릭터와 협업한 ‘휠라꾸미 산리오캐릭터즈’를 출시했다.

식품과 패션기업이 앞다퉈 산리오와 손을 맞잡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 반응이 좋기 때문이다. 휠라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판매를 시작한 어린이 운동화 휠라꾸미 산리오캐릭터즈는 출시 전 ‘무신사 키즈’에서 선발매 3일 만에 준비한 물량을 모두 소진했다.

휠라 관계자는 “3일 만에 선발매 전량이 판매됐다. 다음 달 4일 이후에 추가 입고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산리오는 믿고 쓰는 캐릭터”라고 했다.

지난 6월 이디야에서 출시한 산리오 굿즈./김가연 기자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는 지난 6월 랜덤 피규어 마그넷, 스낵접시, 후드 타월, 캐릭터 부채 등을 출시했다. 이디야는 일정 금액 이상(5000원~1만원 이상)을 구매하면 굿즈(3000원~8900원)를 살 수 있게 했다. 산리오 굿즈를 출시한 이후 한 달간 이디야의 매출은 전달 보다 약 10% 상승했다. 수십 만개 굿즈가 매장에서 대부분 매진된 것은 물론이다.

주부 이화연(34)씨는 “8살 아이 성화에 지난여름 이디야에서 쿠로미 인형 쿠션과 콜드컵을 구매했는데 이를 위해 이디야에서만 10만원어치 음료를 샀다”고 했다.

이디야 관계자는 “여름철 가맹점의 매출을 올리는 데 산리오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SPC 던킨은 지난 5월과 6월에 산리오 미니 파우치와 우산을 출시했다. 던킨에서 1만2000원 이상을 구매하면 우산과 미니 파우치를 각각 4500원에 살 수 있었던 행사다. 던킨의 산리오 미니 파우치는 사전 예약 수량이 하루 만에 매진됐다. SPC의 배스킨라빈스에서도 지난 5월 산리오 스마트톡과 장우산을 굿즈로 출시했던 때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인천 연수구의 한 던킨 매장 직원은 “원하는 캐릭터로 꾸며진 산리오 우산을 찾으려고 던킨 매장마다 방문해서 문의하는 학부모들이 많았다”고 했다.

이랜드의 스파오도 산리오 덕을 쏠쏠하게 봤다. 산리오 캐릭터로 디자인된 잠옷과 래시가드 등을 작년 5월 만들었는데, 관련 누적 매출액만 60억원이 넘었다.

유통업계는 산리오와의 협업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내년에도 산리오 캐릭터를 활용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스파오는 오는 10월에 산리오 파자마와 수면조끼, 수면양말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디야와 SPC도 산리오 관련 굿즈를 내놓을 방침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 한해 산리오 열풍이 꽤 거셌는데 내년에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레트로 열풍에 1980~1990년대 캐릭터들이 부활하는 상황에서 영유아 어린이뿐 아니라 20대 여성 소비자들에게도 반응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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