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이야기]'악마의 구리'였던 니켈이 각광받는 이유

하지나 2023. 9. 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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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원계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원료로 부상
니켈 비중 큰 '하이니켈', 에너지 밀도 높지만
배터리 수명 줄고, 배터리 안정성 떨어져
인도네시아 생산량 1위..공급과잉 우려에 가격↓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지금은 전기자동차 이차전지(배터리) 핵심 소재로 알려진 니켈이 한 때 구리 취급을 받으며 ‘악마의 구리’라고 불린 것을 알고 계시나요?

니켈은 원자번호 28번의 원소로, 기호는 Ni 입니다. 니켈은 단단하고 금속 광택이 나는 은백색 금속입니다. 공기 중에 산화 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도금이나 합금 재료로 널리 쓰입니다.

처음 니켈을 발견했을 때 독일에서는 ‘악마의 구리’라는 뜻을 가진 ‘쿠페르니켈(Kupfernickel)’이라고 불렸습니다. 독일 광부들이 구리 광석과 비슷하게 보이는 붉은 광석을 발견했는데 아무리 구리를 추출하려고 해도 원하는 구리는 나오지 않고 유독가스(산화비소, AsO3)만 발생했죠. 악마의 저주를 받은 구리라는 의미로 ‘악마의 구리’라는 이름이 붙여진 겁니다.

진짜 니켈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난 것은 1751년 스웨덴의 광물학자 악셀 프레드리크 크론스테트에 의해서였습니다. 크론스테트는 쿠페르니켈 표면의 결정에서 얻은 산화물로 구리 추출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흰색 금속을 추출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니켈인데요. 이제야 비로소 구리를 의미하는 ‘쿠페르’를 떼어내고 본연의 이름을 갖게 됐습니다.

최근 니켈의 위상은 달라졌습니다. 전기차용 배터리를 만들 때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죠. 특히 국내 배터리 3사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삼원계 배터리(NCM·NCA)에서 없어서는 안될 원료입니다.

니켈은 양극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니켈은 리튬과 결합해 리튬이온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니켈 함량이 높아지면 에너지 밀도과 높아지면서 전기차의 1회 충전시 주행거리도 늘어납니다.

그러다보니 업계에서는 값비싼 코발트 대신 니켈의 비중을 높인 하이니켈 배터리 생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니켈 비중이 늘면 배터리의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최대의 단점을 갖고 있죠.

니켈은 충전 과정에서 산화됩니다. 니켈은 산화수 +2와 +4를 가질 수 있는데, 배터리 충전시에는 니켈이 +4로 산화됩니다. 4가 니켈이온의 경우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표면에서 전해액과 반응해 산화니켈(NiO)이 형성됩니다. 이는 리튬이온의 원활한 침투를 방해하면서 배터리 용량이 감소해 배터리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니켈 함량이 올라가면 열적 안정성도 낮아집니다. 니켈과 산소의 결합 에너지가 낮아서 열을 방출해 안정된 구조로 가려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다보니 배터리 업체들은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고 더 높은 에너지 용량을 갖춘 안전한 하이니켈 배터리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니켈을 보유한 국가는 어디일까요? 미국 지질조사국에 의하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니켈 매장량은 약 9500만톤(t)으로 추산됩니다. 호주와 인도네시아에 2100만t, 브라질에 1600만t, 러시아에 750만t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중 세계 1위 니켈 생산국은 인도네시아입니다. 적극적인 투자 유치와 중국의 대규모 투자가 맞물리면서 지난해에만 160만t을 생산했죠.

최근 니켈 가격은 하락 추세입니다. 26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니켈 가격은 t당 1만867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올초 3만달러대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40% 가량 떨어졌는데요.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율이 줄어들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겹치며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 같은 흐름을 나타낼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당장 최대 생산국가인 인도네시아의 경우 정부가 자국내 불법 채굴행위 조사로 일부 니켈 광산 조업이 중단되거나 니켈 생산 쿼터 신규 발급 중단으로 광산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앞으로 전기차 시장 확대로 니켈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니켈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는 배터리 업계의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하지나 (hjin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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