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성묘·인터넷 차례상…'물리 공간' 벗어나는 추모문화

권지현 2023. 9. 2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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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선택하기, 공원 입장하기.'

한 메타버스 플랫폼 업체가 운영하는 추모공원 체험 페이지에 접속해 버튼을 누르자 가상 추모공원에 기자의 캐릭터가 입장했다.

가족 단위로 접속할 수 있는 공간뿐 아니라 대규모 참배를 위한 공공 추모시설도 메타버스로 구현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1월 발표한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에서 가상현실서비스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추모·성묘 문화를 확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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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추석에 22만명이 'e하늘' 온라인 추모서비스 이용
정부, 온라인 추모문화 확산 방침…'산분장' 제도화도 추진
메타버스 플랫폼 업체 '더블유위안'의 가상 추모공간 [화면 캡처]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캐릭터 선택하기, 공원 입장하기.'

한 메타버스 플랫폼 업체가 운영하는 추모공원 체험 페이지에 접속해 버튼을 누르자 가상 추모공원에 기자의 캐릭터가 입장했다.

묘지터 표지판 방향을 따라 마우스를 움직이자 캐릭터가 봉분형으로 된 가상 묘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비석을 클릭하니 고인의 사진과 함께 이름과 생몰년이 떴고 상석을 클릭하자 캐릭터가 기자 대신 묵념을 했다.

29일 추석을 앞두고 전국 추모공원 등은 성묘객으로 붐볐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자리잡은 온라인과 메타버스 성묘·참배 광경도 더이상 낯설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한국장례문화진흥원과 함께 운영하는 'e하늘' 온라인 추모 서비스는 코로나 확산 시기 비대면 성묘를 지원하기 위해 2020년 추석에 처음 도입된 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로도 꾸준히 이용이 이어지고 있다.

추모관에서는 추모 글과 사진, 음성, 영상을 올릴 수 있고 차례상을 차리고 헌화·분향하거나 지방을 쓰는 것도 가능하다.

2021년 설 24만8천732명·추석 30만770명, 2022년 설 28만5천445명·추석 21만8천249명, 올해 설 19만51명이 온라인 추모 서비스를 이용했다.

메타버스 추모공간 역시 늘고 있다. 가족 단위로 접속할 수 있는 공간뿐 아니라 대규모 참배를 위한 공공 추모시설도 메타버스로 구현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메타버스에 현충원을 만들어 가상 참배 시스템을 구현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제주 4·3 희생자 추모를 위한 메타버스 사이트가 마련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e하늘장사시스템 온라인 추모 예시화면 [e하늘온라인추모서비스 화면 캡처]

복지부는 지난 1월 발표한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에서 가상현실서비스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추모·성묘 문화를 확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인식 등 환경 변화에 따라 묘지 등 물리적인 장소 중심의 성묘·추모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장사방식은 묘지와 봉안당 중심에서 자연친화적이고 공간을 점유하지 않는 '지속가능 장례'로 변화하고 있다. 화장한 유골을 산·강·바다 등에 뿌리는 산분장이 그 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 지난해 실시한 장사정책 설문조사에서 산분장 찬성률은 72.8%에 달했다.

또 전체 설문응답자 중 89.1%인 화장 희망자 중에서 실제로 산분장을 희망하는 비율은 23%였다. 복지부는 이러한 결과를 참고해 3차 종합계획에서 산분장을 제도화하고, 이용률을 2027년까지 30%로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치범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원장은 "묘지와 봉안당을 이용하는 장사 방식은 관리 등의 문제가 크다"며 "코로나를 거치며 '온라인 추모가 가능하구나'라는 인식이 생겼고, 자연장 등으로 고인은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고 그 정신과 추억을 기록할 수 있는 디지털 추모가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이정선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명절 때 반드시 묘를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사라지며 고인의 기일이나 생일 등 내가 원할 때 추모할 수 있는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며 "가상공간에서의 추모가 기존의 추모 방식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시·공간의 제약이 있을 때 다양한 추모방법의 하나로 병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fa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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