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의 인터스텔라] “결혼할까, 말까…” 다윈도 못푼 인생 미스터리, 풀어낸 美경제학자

김지수 작가 2023. 9. 2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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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없는 인생 문제는 ‘뛰어듦’이 중요
인생 중대사… 결정 아닌 결심의 문제
다윈도 ‘결정장애’… ‘결혼’ 증명은 결국 인생으로
‘합리적 의사 결정’? 석학들도 제머리 못 깎아
최고 선택 너무 고민 말고 ‘주문의 수’ 늘려야
삶은 해결할 문제 아닌 아름다운 미스터리
▲예루살렘 샬렘 칼리지 총장 러셀 로버츠(Russel Roberts. 선택의 문제에 철학적 해법을 제시한 책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을 썼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도 기차는 예정 없는 곳에 멈춰 서고, 종종 선로를 이탈하고, 제 갈 길을 간다. ‘- 러셀 로버츠의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중에서.

흙에 불안을 섞은 존재가 인간이라고 한다.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해 운명의 볼모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늘 측정하고 비교한다. 유한한 시간의 소비자로서 나또한 결정적 순간에 가장 큰 쾌락과 효율을 가져올 선택을 내리고 싶어 했다. 예컨대 ‘장단점 체크리스트’를 작성해서 불확실성을 제거해 보려고도 했고, 신에게 의지하거나 타인의 의견에 기대는 것으로 ‘위험 전가’를 시도해 보기도 했다.

불확실성은 상종하기 싫은 적이었고, 통제감은 최고의 쾌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최고의 결정’ 혹은 ‘손해 보지 않을 결정’을 내리는 건 쉽지 않았다. 근사한 레스토랑, 효과 높은 영양제를 찾는 것은 ‘별점’과 ‘후기’라는 도구를 쓸 수 있다.

그러나 결혼(혹은 이혼)을 할지, 직장을 옮길지, 아이를 낳을 지 등등 중대한 인생 문제는 어찌할 것인가.

좋은 선택, 개선된 상황을 원하면 애초에 상류에 가서 세팅을 바꾸는 ‘업스트림’ 적 사고를 해야 한다는 것(결혼을 원하면 결혼에 진지한 사람과 데이트하라는 등)을 나는 그동안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회과학자, 인문과학자를 통해 배웠다.

하지만 애초에 결정 그 자체가 두려워 망설인다면? 미국의 경제학자 러셀 로버츠가 쓴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은 ‘불확실성과 통제감’이 밀당하며 고래 싸움하는 동안, 새우 등 터지듯 자책했던 보통 사람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잘못된 결정을 할까봐 두려웠던 건, 당신 잘못이 아니다.

요는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은 ‘답이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답이 없는 문제들은 측정을 거부하고 다스려지지 않는다. 결혼, 육아, 이직 등에 관해 ‘선택의 효용’을 파고들었던 저명한 수학자, 과학자, 행동경제학자들도 똑같은 딜레마에 처했다. 심지어 다윈마저도.

러셀 로버츠는 중요한 인생 문제는 계량화하는 것이 불가하니 ‘최고의 결정’에 압도되지 말고, 그저 마음이 인도하는 대로 ‘뛰어들라’고 조언한다. ‘옳은 결정은 없다’는 걸 인정한 후, 겸허하게 직관, 윤리관, 좋은 습관을 따라가 보라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정의할 심오한 즐거움은 절대로 미리 다 상상할 수 없습니다. 정답이 없다는 건 그냥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일’입니다”라고 그는 조언한다.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 추구하는 것’을 따라간 선택의 모음이 인생이라고 얘기하는 러셀 로버츠.

‘인생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하고 음미해야 할 미스터리’라는, 우리에게 ‘완벽한 내일’은 없고 오직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만 있을 뿐이라는 따뜻한 경제학자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최근에 출간된 책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의 원제는 ‘wild problems’입니다. ‘야생의 문제들’이란 무엇인가요?

“결혼해야 할지 독신으로 살아야 할지, 자녀를 가져야 할지 무자녀로 살지, 이 일을 계속할지 그만둘지는 근본적으로 ‘답이 없는 문제’입니다. 개인의 삶에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테지만, 통제의 범위를 넘어선 야생의 문제들이지요.

영어에서 ‘결정’은 집중해서 결단을 내리는 행위이자 동시에, 강한 의지로 인내해 내는 것을 포함합니다. 오랜 시간 경제학자로 보낸 후 저는 ‘완벽한 결정’은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을 뿐이죠. 인생은 어차피 지도 없이 하는 여행이기에 완벽함의 반대는 ‘엉성함’이 아니라 ‘그럭저럭 괜찮음’입니다.”

-오랫동안 인간의 삶을 선택과 효율의 계산기로 설명했던 경제학자가 인생을 ‘답 없는 문제’로 설정한 것 자체가 저는 미스터리라고 생각합니다. 선생이 생각하기에 ‘옳은 결정’이란 정말 없습니까?

“저는 시카고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습니다. 삶에서 합리적 선택을 내리도록 돕는 게 경제학이라고 배웠습니다. 기회비용과 트레이드오프가 중요하다고 배웠죠. 결정에는 대가가 따르고 하나를 챙기려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했어요.

말씀하신 대로 지난 75년간 경제학은 훨씬 더 수학적으로 발전했고, 경제학자들은 자신이 과학자로 불리길 바랐죠. 그 결과 경제학자들은 훨씬 덜 철학적으로 됐습니다. 예를 들어 교육도 의미 있는 삶을 위한 경로가 아닌 투자로 계산했어요. 그러나 세계는 투자와 예측의 수학적 모델에서 벗어나 복잡성의 세계를 포용하는 문학적 모델로 가고 있어요.

‘아름다운 신비(수수께끼/미스터리)’를 수학 문제로 풀 수 있을까요? 여전히 현대 경제학은 ‘답’을 찾는 경향이 있지만, 저는 나이가 들수록 ‘답이 없는 질문’을 인정해야 각자가 당당하게 인생 문을 열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누군가와 결혼하기로 결정할 때, 그 사람과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상상하기란 어렵습니다. 또 다른 어떤 이(자녀 혹은 직장 상사)와 함께하는 삶이 어떨지 상상하는 것 역시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의미에서 ‘옳은 결정’이 있을 수 있을까요? 자녀를 키우는 일은 고되고 좋지 않은 날들이 더 많을 수 있지만, 부모가 된 것이 실수였다 생각하지는 않을 겁니다.”

▲노트의 왼쪽과 오른쪽을 구획해서 결혼의 장단점 목록을 적어 내려갔던 찰스 다윈.

-찰스 다윈과 애덤 스미스는 왜 소환하셨나요?

“다윈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 중 한 명이지만, 그 또한 결혼해야 할지를 앞두고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결혼했을 때의 장단점을 낱낱이 적어가며 합리적 선택을 위해 고군분투했죠. 하지만 그의 결정은 냉정한 과학적인 방법론이라기보다는 결단력의 비약에 가까웠어요. 그것만 봐도 ‘결심이 필요한 순간’의 어려움과 도전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애덤 스미스는 우리가 물질적 행복보다 평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거라고 가정했어요. 비용이 더 든다 해도 ‘기본 원칙을 지킨다’는 것을 인간의 도덕 감정으로 받아들였죠. 애덤 스미스는 자신을 경제학자보다 도덕 철학자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다윈의 결혼 의사결정 과정과 실제 결혼 생활을 보며 선생은 어떤 영감을 받았습니까?

“결심이 필요한 순간에는 어떤 종류의 ‘뛰어듦’이 필요합니다. 그 이유는 당신의 결정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결과가 어둠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다윈은 결혼에 대해 고뇌했습니다. 그의 단점 목록은 장점 목록보다 더 많았습니다.

아내로 인해 시간을 얼마나 뺏길지를 고민했고 자녀는 결혼에 수반되는 불가피한 피해, 비용과 걱정의 원천으로 기술했어요. 어쨌든 그는 결혼했고, 좋은 결혼 생활을 했던 것 같습니다. ‘믿고 뛰어든다는 것’은 감정적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비합리적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심오하지요.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그러한 순간에 ‘뛰어듦’을 행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는 카프카의 결혼에 대한 우유부단함에 대해서도 글을 썼습니다. 그는 결혼하지 않았고 그것이 그에게 최선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기록을 보면 다윈은 최고의 아내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을 쓰지 않았다. 비슷한 환경에 살며 비슷한 경험을 한 사촌과 결혼했다. 40년 동안 열 명의 자녀를 낳았고, 결혼 생활 중’종의 기원’ 등 학문적 업적을 이뤘으며, 현명한 조언자인 아내가 없었다면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을 거라고 일기에 썼다.

-수학자와 과학자들은 답이 없는 인생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봅니까?

“승산과 위험 확률 분야의 권위자인 스탠퍼드 대학교의 통계학 석좌교수 다이어코니스의 일화를 들려드리죠. 그가 스탠퍼드에서 하버드로 옮길지 말지 끝도 없이 고민할 때 친구들은 “자네는 의사결정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니 ‘비용 혜택 목록’으로 기대 효용을 계산해 보게”라고 했습니다. 이때 이 석학의 반응은 “이봐. 나, 지금 심각해” 였죠.

후에 의사결정 분야의 최고 권위자는 고백합니다. ‘비용 혜택 목록’은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해서라기보다, 그걸 적으면서 자신이 정말 추구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된다는 점에서 요긴하다고요. 수학자 피트 하인은 딜레마에 봉착했을 때 결심이 서지 않으면 동전을 던지라고까지 합니다.”

▲동전던지기로 삶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결혼, 이직, 이민 등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웹사이트의 가상 동전 던지기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해요. ‘끊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 ‘큇’의 저자 애니 듀크에게 들었습니다.

“보통 사람이 보기에 체크리스트나 동전 던지기는 합리와 비합리의 극단 같지만 둘 다 비슷한 효용이 있어요. 그런 행위가 감정을 자극해서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뭔지 알려주죠. 동전이 나온 걸 보고 실망한다거나, 장점 몇 개를 단점 목록으로 이동하는 자신을 보며, 진짜 마음을 목격하는 겁니다.

다윈도 그랬어요. 끝도 없이 결혼 장단점 목록을 작성하다, 마침내 데이터를 무시하고 자신의 직감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결혼한다, 결혼한다, 결혼한다, 증명 끝. 저는 개인적으로 체크리스트는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만, 동전을 던져 결정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이 안정적인 직장인 스탠퍼드 대학을 떠나서 예루살렘의 샬렘 칼리지 총장직을 수락했던 건 어떤 이유였나요? 그 의사결정의 핵심은 무엇이었나요?

“대개 중요한 결심의 순간에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환경의 변화나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이 붙기 마련이죠. 사실 제 경우는 간단합니다. 그것이 옳은 일처럼 보였고 거절할 수 없을 만큼 도전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소득 감소까지 감수하며 총장직을 수락한 후 아내와 저는 이스라엘로 이주했습니다.

유대인인 저는 아내와 이스라엘 시민이 됐습니다. 들여다보면 그 결정의 진짜 이슈는 바로 정체성과 자아감을 향한 저의 오랜 열망이었어요. 실제로 겪어보니 이민자가 되어 새로운 업무를 맡는다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만큼 보람도 컸고요. 지금까지는 너무나 좋습니다.”

-당장의 쾌락보다 고통을 통한 성장을 선택하는 게 진화의 원리라고 ‘최선의 고통’을 쓴 예일대 심리학자 폴 블룸이 그러더군요. ‘선택의 효용’ 측면에서 이 부분을 설명해 주시겠어요?

“글쎄요. 대체 누가 가슴앓이와 불안을 자처할까요? 제가 보기엔 그게 인간입니다. 스포츠 레저용품점에 가면 판매원이 묻지요. 여행 스타일이 1유형인지, 2유형인지. 1유형은 해변이나 공원 산책 같은 편안한 여행 2유형은 등산이나 빙하 체험 같은 힘든 여행입니다. 결혼이나 부모가 되는 경험은 2유형에 가깝습니다.

일상적 경험과 인간적 성장, 두 가지를 따로 생각하고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와 관련해서 두 가지 유형의 매력을 따져봐야죠. 대체로 마음이 찢어져야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어요.”

-청소부 테오도라의 선택에서 선생이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나요?

“나의 본질과 관련된 문제라면 ‘트레이드오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잃어버린 다이아몬드 귀고리를 찾아내 아내에게 돌려준 청소부 테오도라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기 위해 수백 달러를 포기했습니다. 저는 선택의 순간에 종종 청소부 테오도라를 생각합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항상 돈을 따르는 것은 아니며, 눈앞의 이익만을 좇아서 모든 일을 결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테오도라는 자신을 정직한 사람으로 여겼어요. 나의 정체성과 자아감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비용과 혜택’ 이상의 것입니다. 선택이 고민될 때는 그냥 ‘나다움’의 규칙을 따르세요.”

▲일단 미지의 세계에 뛰어들면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세상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으로 달라진 자신이다.

-소설 ‘행복한 위선자’의 주인공을 예로 들며 ‘착한 척’ 연기하며 살았더니 실제로 ‘성자가 되어있다’라고 했습니다. ‘더 나은 사람인 척’하는 것과 위선은 어떻게 다릅니까?

“작가인 비어봄은 위선도 미덕이라고 말합니다. ‘행복한 위선자’의 주인공 조지 헬은 후안무치한 쾌락주의자였지만, 선한 가면을 쓰고 ‘착한 척’을 반복하면서 실제로 선한 사람이 됐어요. 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 가면을 썼고 반복된 행동을 통해 변화를 이뤄낸 거죠.

선함도 습득되는 기호입니다. 실제는 그렇지 않더라도 덜 자기중심적인 선택을 반복하면 습관으로 강화됩니다. 현명함과 선함의 특징은 ‘더 나은 사람인 척’ 하다가 얻어진 경우가 많아요. 그만큼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열망하는 건 중요합니다.”

인간의 뇌는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이 한 말을 가장 잘 듣는다’. 스스로가 이타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더 너그러워지고 나누는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선한 사람이 이긴다는 것을 믿으라.”던 고 이어령 선생의 유언이 생각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제 가능성과 확실성’을 추구하는 건 연약한 인간의 본능입니다. 이 부분을 도울 가이드가 있을까요?

“빌 벨리칙 감독의 사례를 들어보지요. 그는 미국 프로 미식축구계에서 여섯 개의 슈퍼볼 반지를 가져갔습니다. 매년 드래프트 시즌이 되면 벨리칙은 드래프트 선순위 선발권 한 장으로 후순위 선발권 여러 장을 기꺼이 트레이드했어요. 한 번에 딱 맞는 선수를 골라야 한다는 걱정을 내려놓고 많은 선수를 선발하는 전략을 썼죠.

더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집중하기보다 분모를 키웠어요. 벨리칙은 ‘어떤 선수가 이번 시즌에서 최고의 선수가 될는지 알 수 없다’는 무지를 인정했어요. 일단 맞춰보면서 하나씩 걸러내기로 했죠. 그는 트레이드 오프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포기하는 것, 벨리칙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습니다.”

-빌 벨리칙 트레이드의 핵심이 뭐죠?

“큰 수의 법칙입니다. 선택권의 핵심은 ‘뭐가 좋을지 미리 알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주문의 수’를 늘리는 겁니다. 최고를 선택하려고 기를 쓰기보다, ‘무료 배송 무료 반품’의 룰을 이용하라는 거죠.

삶에도 이 아이디어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결정 장애’로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이것저것 일단 시도해 보세요. 더 많은 경험을 해보고 안 맞는 것은 그만두세요. 헤매더라도 이것저것 해보는 편이,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결정을 내리는데 그것은 스스로를 배신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그의 주장은 매력적이다.

-실수의 비용과 좌절은 어찌할까요?

“실수란 안초비를 싫어하면서도 계속 안초비 피자를 주문하는 거죠. 벨리칙 감독은 드래프트가 과학적 절차가 아니라 주사위 던지기에 가깝다는 걸 인정했어요. 답이 없는 문제의 결과가 좋지 못하다고 해도 그게 내 실수는 아닙니다.

우리는 신이 아니에요. 결과가 나쁘면 빨리 중단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세요. 제가 이스라엘로 이민을 갔는데 그곳이 싫다면 다른 곳으로 가면 됩니다. 랍비 조너선 색스가 그랬지요. “결혼을 이해할 유일한 방법은 직접 해보는 수 밖에 없다”고. 인생이 다 지나가는 것을 피할 유일한 방법은 ‘실수에 대한 걱정을 그만두는 것’입니다.”

-최적의 도시, 최고의 직장, 최선의 배우자… 등을 찾는 노력을 그만둬야 할까요?

“부디 과도한 부담을 내려놓으세요. 아마존이나 여행사이트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거라면 별점과 후기를 참조하면 됩니다. 채용 후보를 고를 때라면 장단점 목록을 작성해서 선택지를 비교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선의 배우자, 커리어, 도시란 존재하지 않아요. 찾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개념이 아니에요. 사회과학자 허버트 사이먼의 주장처럼 ‘최적화’는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 있어요.

저는 할 수만 있다면 가장 친한 친구와 결혼하라고 조언합니다. 함께 여행하기 좋은 사람, 죽이 잘 맞고 서로 존중하는 사람과. 몇년 전 결혼정보 사이트의 자문위원회에 몸담은 적이 있어요. 그 회사는 최고의 짝을 찾아주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단지 꼼꼼한 설문으로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연결해서 높은 확률로 매치메이킹에 성공했어요.

간절히 결혼을 원하면, 결혼에 진지한 사람과 데이트하면 됩니다. 간단해요. 더 나은 선택지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면 그때는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완벽한 결정은 없어요. 그저 더 나쁘거나 더 나아 보이는 경우가 있을 뿐이죠.”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가 전 세계 2만여 명의 후회를 모은 ‘후회 프로젝트’ 설문 조사를 했어요. 내린 결론은 ‘후회하지 않기 위해’ 너무 애쓰지 말고, 대세에 큰 지장 없으니 ‘그냥 해라’였습니다. 동의하시나요?

“어쩌면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을 후회하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보다 무언가를 하는 것이 항상 좋은 생각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에게 희망일까요?

“운이 좋아서(혹은 나빠서) 계획한 대로 커리어를 쌓는 사람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해요. 내가 추구하는 것, 좋아하는 것, 의미를 주는 것들은 우연한 선택을 통해 하나씩 드러나죠.

답이 없는 문제에 직면할 때는 예술가처럼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예술가는 자신이 뭘 만들어 낼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베토벤도 다음에 나올 음을 하나씩 고르면서 나아갔고, 피카소도 일단 그리면서 뭘 그릴지를 생각했답니다.”

▲선택의 효용 너머 심오함을 설득하는 책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인생은 당신이 쓰면서 동시에 읽고 있는 한 권의 책과 같다. 단 결심하고 뛰어들지 않으면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

-예술가의 태도로 삶을 살아도 괜찮을까요?

인생에서 때때로, 어쩌면 거의 항상(!) 명석한 분석보다는 직관에 의존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 일단 자신의 세계에 대한 이해를 키우세요. 그런 다음 A에서 B로 가는 최적의 경로를 찾으려고 하기 전에, 애초에 B가 내가 가고 싶은 곳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세요.”

-놀랍게도 저 또한 인터뷰어로 ‘정처 없는 대화’의 아름다움과 효용에 대해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답 없는 질문도 던지지요. 당신도 그런가요?

“노력은 하지만… 저는 그것이 훌륭한 예술이고 잘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만남 중 일부는 계획되지 않았거나 의제가 없었던 것들입니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경제학자로서 했던 좋은 선택은 어떤 것들이었나요?

“당장은 실수처럼 보이지만 후회하지 않으려고 내렸던 결정들… 그것들이 지금 제 모습을 만들었어요. 그런 결정들은 돌아보면 어떤 필연성을 가지고 있지요. 테드 창의 멋진 단편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어 보길 권해드려요.”

▲‘인생은 당신이 쓰면서 동시에 읽고 있는 한 권의 책과 같다’고 이야기하는 러셀 로버츠.

-마지막으로 좋은 선택,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한 팁 몇 가지를 알려주세요.

“가장 간단한 조언은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휴가를 떠날 때도 세부적인 일정을 짜기보다 돌발 상황에 대비해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항상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모두가 예상치 못한 일들을 즐기고 감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들은 우리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다른 대안적 현실에서 살 수 있는 척을 하기보다는 현실에 대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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