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5·18민주화운동 역사 배우는 다크투어 어때요?

이수민 기자 2023. 9. 2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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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쟁 발원지 '전남대'부터 따뜻한 나눔 '양동시장'까지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10층 전시관의 모습. 2023.9.25/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6일간의 추석명절 황금연휴가 시작된다. 고향을 찾아 성묘하고 부모와 친지를 찾아뵙고도 여유가 있다. 나들이를 준비 중이라면 민주주의의 성지 광주를 둘러보는 의미있는 투어를 떠나보자.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따라가는 '오월광주' 테마여행이다.

28일 5·18기념재단 등에 따르면 광주에는 5·18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담고있는 사적지가 총 29곳 있다. 항쟁의 발원지인 전남대학교부터 최후 항쟁지 옛 전남도청(제5-1호) 등이다.

각 사적지를 찾아 그곳이 담고있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그날의 생생한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질 것이다. <뉴스1>은 사적지 중 추석 연휴에 다녀올만한 몇 곳을 꼽아 여행 코스로 제안한다.

◇5·18의 시작 '전남대학교 정문'

1980년 5월17일 자정(18일 0시)을 기해 비상계엄이 확대되면서 전국의 주요 장소에 계엄군이 배치됐다. 전남대학교에는 전북 이리(현 익산)에 주둔하던 제7공수여단 제33대대가 지정됐다.

일요일이었던 5월18일 아침 7시쯤 대학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학생들은 이를 잘 알지 못하고 학교에 왔다가 계엄군의 제지로 학교에 들어갈 수 없었다. 계엄군의 위협과 협박에도 불구하고 오전 10시쯤이 되자 정문 앞에는 200여 명이 모여들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말로 또는 노래와 구호를 부르며 항의했는데 계엄군은 이들을 막무가내로 밀어냈다. 시간이 흐르자 일부 학생들이 돌멩이를 던졌고, 계엄군은 이들을 골목과 상가까지 쫓아가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신분을 밝힌 교수도 폭행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학생들은 전남대 정문 앞에서 발생한 계엄군의 폭행과 실상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도심으로 진출했다. 광주역과 시외버스공용터미널을 경유해 금남로로 들어섰고, 광주가톨릭센터 인근까지 나아갔다.

이처럼 5·18민주화운동의 도화선이 된 전남대는 사적지 투어 중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지난 5월 광주를 찾았던 전 대통령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씨 역시 5·18기념재단의 안내를 받아 전남대 일원을 살펴보기도 했다.

전남대 내부에는 1978년 6월 교수 11명이 비인간적·비민주적인 교육정책과 박정희 독재체제를 합리화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교육헌장의 문제점을 비판한 '우리의 교육지표' 기념 조형물도 있다.

고(故)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5·18민주화운동 43주기인 지난 5월18일 오후 5·18민주화운동 최초 발원지인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에서 윤상원 숲을 둘러보고 있다. 2023.5.18/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오월 희생자들의 안식처 '5·18구묘지'

5·18구묘지는 광주시립공원묘지, 망월동공원묘지, 5·18희생자묘역, 망월동묘지, 5·18묘지, 망월동 5·18 구묘역, 민족민주열사묘역 등 다양하게 불린다.

5월27일 계엄군이 전남도청을 점령한 뒤 희생자 시신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현안이 됐다. 잠정적으로 파악된 시신은 상무관 61구, 도청 26구, 국군통합병원 16구, 교도소 앞 1구, 광주역 6구, 효덕동 4구, 광주고등학교 앞 2구 등 총 116구였다.

입관되지 않은 시신들의 상태는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정부가 1985년에 공식 발표한 민간인 희생자 수가 164명이었음을 감안하면 희생자 시신들 위치가 모두 파악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후 여기저기에서 시신이 발견됐고 암매장된 시신도 확인됐다. 그래서 민간인 희생자의 규모에 대해 각종 소문이 있었고 정부의 발표를 불신했으며 이에 관한 의문은 현재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일부 가족들이 묘 이장을 하기도 했으나 다수의 유가족들은 협박과 위협을 동반한 정부의 해체공작에 끝까지 항거해 5·18구묘역을 지켜냈다.

1987년 이한열 열사의 망월동 구묘지 안장 이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발생한 희생자들이 전국에서 광주로 향했고, 5·18구묘지에 안장되면서 이곳은 세계 민주화의 성지가 됐다. 주차장 부지에 '5·18 정신계승 민족민주열사 유영봉안소'도 건립돼 있다.

지난 2016년 11월19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을 위한 '광주시민 10만 시국촛불' 행사가 열리고 있다.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를 중심으로 지난 80년 5월의 횃불성회를 재현하고 있다.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민주주의의 꽃 '5·18민주광장'

1980년 5월14일부터 16일까지 5·18민주광장 분수대에서는 '민족·민주화성회'가 열렸다. 성회를 주도한 것은 학생들이었으나 시민들과 함께 한 행사였다. 5월16일에는 분수대를 둘러싸고 횃불을 올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역사의 한 장면을 만들었다. 성회에서의 약속은 5·18민중항쟁이 전개되는 중요한 자양분이 됐다.

23일부터는 5·18민주광장 분수대를 무대로 '민주수호 범시민 궐기대회'가 매일 열렸다. 계엄군이 재진입하기 전날인 26일에는 오전과 오후에 두 차례 궐기대회가 진행됐다. 궐기대회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종 정황을 알리는 자리였고 이후 행동할 방향에 대해 공감을 구하는 자리였다. 또 희생자의 장례비용과 부상자를 지원하기 위한 모금이 이뤄졌다.

5·18민주광장은 1980년 5월 항쟁 이후에도 각종 5·18 관련 집회나 시국관련 집회, 촛불집회 등 광주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공간이 됐다.

1987년 7월 고 이한열의 망월동 5·18구묘지 안장 이후 많은 민족민주열사들의 유해가 광주로 향했으며, 그들 가운데 상당수가 망월동 안장에 앞서 이곳에서 노제를 지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분수대 옆 시계탑은 매일 오후 5시18분 광주 5·18을 상징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연주한다. 시간을 맞춰 이 곡을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10층 전시관의 모습. 2023.9.25/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건물은 공중 사격의 증거를 알고 있다…'전일빌딩245'

전일빌딩은 1968년 12월10일에 지하 1층, 지상 7층으로 건립됐다. 이후 두번의 증축과 확장을 거쳐 현재와 같은 10층 건물로 변모했다.

1980년 당시 전일빌딩은 도청 정면에 위치한 가장 높은 건물이었고, 금남로 1가 1-1번지에 위치해 상징성이 컸다. 또 언론사와 방송국이 입주해 있어 계엄당국의 주시 대상이었다.

5월26일 계엄군의 재진입 소식이 들려오자 항쟁지도부는 전일빌딩을 전략적으로 사용했다. 전일빌딩의 높이를 이용해 바깥 상황을 널리 살피고자 옥상에 시민군을 배치했다. 이 때문에 제11공수여단 제61대대가 전일빌딩을 공격 목표로 삼았다.

2010년대에 들어 광주시는 전일빌딩을 리모델링하기로 했는데, 안전점검과 현장 검증을 하는 중에 총탄 자국이 발견됐다.

이후 광주시가 발족한 '5·18진실규명지원단'은 2017년 5월 '1980년 5월27일 새벽 4시~5시30분 제1항공여단 제61항공단 예 202·203대대 소속 UH-1H 헬기 1대가 제11공수여단 제61대대 제2지역대 제4중대의 전일빌딩과 광주YWCA 진압작전을 지원·엄호하기 위해 호버링 상태에서 본 기종에 장착된 도어건 M60 기관총으로 전일빌딩 10층 등 건물 전면부에 수백 발의 공중 사격을 했다'고 발표했다.

전일빌딩은 2017년 8월11일 사적지 제28호로 지정됐으며 감식 때 발견된 245발의 의미와 번지수 245번지임을 고려해 '전일빌딩245'로 2020년 5월 개칭해 재개관했다. 이후 25발의 총탄흔적이 추가로 발견돼 현재는 270여발의 총탄흔적이 보존돼 있다.

9층과 10층에 위치한 전시장에서는 총탄 흔적을 직접 살펴볼 수 있다. 또 헬기 모형과 VR 등을 통해 80년 5월 그날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따뜻한 나눔이 있었던 '양동시장'

마지막 코스는 5·18민주화운동의 의미와 추석 연휴의 느낌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광주 양동시장이다.

양동시장은 1973년에 개설된 상설시장으로 광주뿐만 아니라 전라남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이다.

전국에서 소비되는 홍어의 90%가 양동시장에서 거래되고 있고, 고소하고 바삭한 풍미를 자랑하는 통닭은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다.

5·18민중항쟁에서 양동시장은 집회와 시위 그리고 진압의 현장에서 다소 벗어난 곳이었다. 양동시장이 사적지로 지정된 주요 이유는 시민군에게 음식물과 생필품 등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장소였기 때문이다.

시장의 상인들은 십시일반 돈과 물품을 모았고 김밥과 주먹밥, 떡, 음료수, 약품 등을 왕래하거나 전남도청 등에서 항거하는 시민군에게 전달했다.

이러한 활동은 양동시장뿐만 아니라 대인시장, 남광주시장, 풍향동 백림약국 부근, 전남방직 앞 등에서도 이뤄졌다.

1980년 5월 당시 양동 노점상 어머니들이 제41주년 5·18민주화운동을 앞둔 지난 2021년 5월16일 오후 광주 서구 옛 방앗간 터(현 양동행정복지센터)에서 주먹밥 만들기를 재현하고 있다. 2021.5.16/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명절 사적지를 전부 둘러보지 못했다면 5·18기념재단의 '오월길 해설사 투어'를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기념재단은 전문 해설사와 함께 오월길 전체를 둘러보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코스 역시도 '오월', '광장', '대동', '치유' 등 총 6가지로 다채롭게 운영한다.

특히 10월부터는 새로운 프로그램인 제7코스 '광주천'도 만나볼 수 있다. 약 2시간에 걸쳐 5·18민주광장부터 옛 적십자병원, 희경루, 양동시장 등 사적지를 광주천을 따라 산책하면서 살펴보는 코스다.

5·18기념재단의 오월길 사적지 해설안내는 여행일 2개월 전부터 최소 일주일 전까지 예약 후 이용할 수 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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