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무빙’ 이후가 궁금하다면 ‘브릿지’…강아지만 살아남은 세상에 끌린다면 ‘개같이 탈출’

김한솔 기자 2023. 9. 2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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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오랜만에 긴 연휴가 돌아왔다. 영화관에 가거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를 정주행하는 것만큼의 시간과 에너지는 들지 않으면서, 그만큼 재밌는 게 뭐가 있을까. 웹툰이다. 평소 웹툰을 잘 보지 않는 사람이라도 가볍게 볼 수 있는 웹툰 4편을 추천한다.

■강아지만 혼자 남은 세상 <개같이 탈출>

웹툰 <개같이 탈출>

네이버 웹툰 <개같이 탈출>은 몰티즈 강아지가 주인공인 아포칼립스물이다. 몰티즈 삐용이는 온 가족의 사랑을 잔뜩 받으며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견생’을 살고 있다. 오후 5시, 학교에서 돌아온 언니와 산책을 나가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하다. ‘사회성’이 떨어져 다른 개들만 보면 무서워 벌벌 떨지만, 그래도 걱정은 없다. 언제나 언니가 지켜줄 테니까.

어느 날 언니가 늦는다. 밤이 되어도 오지 않는다. 언니뿐 아니라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아무도 오지 않는다. 마침내 자동급식기의 사료가 다 떨어진다. 배가 고파진 삐용이는 조심스럽게 집 밖으로 나간다. 바깥세상은 폐허가 되어 있다. 어디에도 인간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삐용이가 음식 냄새를 따라 간 곳에는 이미 다른 개들이 있다. 세상에서 개가 제일 무서운 삐용이는 비명을 지르며 집으로 도망친다.

인간은 사라지고 모든 게 무너진 도시. ‘좀비’ 같은 이상한 개들이 다른 개들을 공격하고 죽인다. 개들도 편을 가른다. 덩치 크고 힘센 개들은 자기들끼리 뭉쳐 다른 개들의 음식을 빼앗거나 작은 개들을 잡아먹는다. 삐용이는 부상을 당한 작은 푸들 보리, 크고 무섭게 생겼지만 어쩐지 리더의 느낌을 풍기는 시베리안 허스키를 만난다. 그리고 용기를 내 이들과 함께 도시를 탈출하기로 한다. 어쩌면 도시 밖에 있을지도 모르는 언니를 찾아서.

아직 9화까지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게 유일한 흠이다. 만약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면, 만화를 보다 당신의 ‘삐용이’를 꼭 끌어안게 될 것이다.

■오지 마 여긴 아니야 <대학원 탈출일지>

이제는 고전이 된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리사가 벤치에 앉아 연못에 빵 부스러기를 던지자, 대학원생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부스러기를 주워 먹는다. 그러자 채찍을 든 교수가 등장해 “대학원생들은 논문 3000편 채점할 때까지 먹지 마!”라며 대학원생들을 쫓아낸다. 대학원생들은 별다른 저항도 못하고 헐레벌떡 도망친다. 대학원, 대학원생만큼 자학적인 밈이 많은 분야도 없을 것이다. 대체 대학원은 무엇일까? 어떤 곳이기에 지도 교수의 권한이 그렇게까지 크고,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성인들이 스스로를 ‘노예’에 비유하게 되는 걸까.

네이버 웹툰 <대학원생 탈출일지>는 대학원 생활을 코믹하게 그린 웹툰이다. 웹툰의 배경은 대학원이지만 피곤한 상사, 도움이 안 되는 사수, 뒷담화 동지인 동기, 엉망진창인 와중에도 꽃피는 동료와의 로맨스는 어디에나 있기 마련. 대학원생은 아마도 쓴웃음을 짓거나 눈물을 흘리면서, 비대학원생들은 그냥 깔깔 웃으면서 볼 수 있다.

■물시중 드는 인생 <크레이지 가드너>

웹툰 <크레이지 가드너>

식물을 키워본 사람은 알 것이다. 식물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 고수 ‘식집사’들은 물, 햇빛, 바람이라는 세 가지 조건만 잘 갖춰주면 된다는데, 초보 가드너에게는 ‘성실하게 운동하면 체력이 좋아진다’ 같은 말로 들릴 뿐이다. 일단 식물마다 원하는 물의 양과 햇빛, 바람이 다 다른 것부터 당황스럽다. 어떤 식물은 물을 많이 주면 맥을 못 추고, 어떤 식물은 매일 조금씩 물을 줘서 일정 습도를 유지해 줘야 잘 자란다. 쑥쑥 크라고 밝게 해가 드는 명당에 놓아뒀던 식물이 다음날 아침 시든 채로 발견되었을 때의 좌절감이란. 식물은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다른 반려 가족들처럼 뭐가 부족하다고 보채지 않는다. 그냥 고요히 죽어버릴 뿐이다.

카카오 웹툰 <크레이지 가드너>는 식물 200개(2021년 기준)를 키우는 마일로 작가의 본격 식물 키우기 만화다. 작가는 처음에 ‘플랜테리어’(플랜트+인테리어)로 작고 예쁜 화분들을 들여온다. 지금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젠타색 조명(식물 조명 색깔), 예쁜 원목 선반 대신 통풍이 잘 되는 철제 선반,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무조건 창문 앞에 일렬로 늘어선 식물들 틈에서 인테리어는 사치다. 작가가 시행착오 끝에 알아낸 식물 꿀팁들이 만화에 쏠쏠하게 담겨 있다. 만화를 보면 약간 무섭지만 그래도 식물을 (다시) 한번 키워보고 싶어진다.

■무빙의 다음 이야기 <브릿지>

강풀 웹툰 <브릿지>

이번 여름 최고 흥행 콘텐츠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도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이 아닐까?

드라마 <무빙>은 끝났지만 웹툰은 계속 이어진다. <무빙>의 초능력 세계관은 강풀 작가가 2017년 연재한 <브릿지>로 연결된다. <무빙>에서 ‘뭔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만 잔뜩 풍긴 채 크게 부각되지 않던 인물들의 스토리가 <브릿지>에 나온다. 무한재생능력자인 희수와 같은 반인 친구 혜원, 누구보다 빠르고 힘센 초능력을 가진 강훈, 그리고 모든 사건이 끝나고도 정원고등학교에 남은 최일환 선생님이 어떻게 됐는지를 볼 수 있다. 하늘을 나는 봉석 등 <무빙>에서 나왔던 모든 캐릭터들이 조금씩 등장한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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