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자생식물 이야기〈10〉 뻐꾹나리(Tricyrtis macropoda Miq.)

2023. 9. 2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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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꼴뚜기를 닮은 수정전략의 대가, 뻐꾹나리
이동준(국립백두대간수목원)


뻐꾹채는 꽃잎을 받치는 총포가 포개진 모습이나 색상이 뻐꾸기 가슴팍을 닮았고
, 뻐꾸기와 연관된 채(나물)라는 뜻에서 뻐꾹채라 불린다. 뻐꾹나리는 꽃덮이(꽃잎과 꽃받침의 구분이 모호한 경우)와 암술의 반점 무늬가 뻐꾸기나 두견새의 가슴부위 무늬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백합과 여러해살이풀 뻐꾹나리는 일본, 중국, 한국에 분포한다. 주로 산지의 숲속, 계곡부, 냇가에 자란다. 잎은 어긋나고, 타원형의 잎이 줄기를 거의 감싼다. 꽃은 7 ~8월에 백색으로 피고, 자주색의 반점이 산재한다. 줄기는 곧추 서고, 높이 30 ~ 60로 자란다. 땅속줄기는 옆으로 뻗으면서 마디에서 새로운 줄기를 땅 위로 올리면서 번식한다. 열매는 10월경 삭과로 익으며, 3개 실로 구성된 씨방에는 편평한 타원형의 종자가 들어찬다.

뻐꾹나리 꽃의 수정전략은 경이롭다. 이동성이 없는 식물의 경우,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바람을 통해 이동하면 풍매화, (배설)를 통해 이동하면 조매화, 곤충을 통해 이동하면 충매화라 불린다. 충매화인 뻐꾹나리는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뒤영벌 종류에 적합한 꽃구조를 가지고 있다.

뻐꾹나리는 꿀샘을 꽃의 아래쪽에 만들고 꽃잎과 꽃잎이 연결된 꽃덮이에 뒤영벌이 내려앉도록 유도한다. 꽃술(암술과 수술)을 위로 올림으로써 매개충인 뒤영벌이 꽃덮이와 꽃술 사이에 착륙하는 것을 용이하게한다. 꽃술은 꽃덮이에 내려앉은 뒤영벌의 등에 닿을 수 있는 높이를 맞춘다.

뻐꾹나리는 한 꽃에서 암술과 수술이 만나지 않도록(타가수정을 할 수 있도록) 암술과 수술이 성숙하는(아래로 내려오는) 시기를 달리하여 자가수정을 피한다.

옥수수의 암꽃과 수꽃이 성숙하는 시기를 달리하여 타가수정을 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 뻐꾹나리 수술이 먼저 성숙하면서 굽어져 아래로 향한다. 수술 꽃가루가 뒤영벌 등에 묻히면, 수술은 위로 향하고, 암술이 성숙하면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수술이 있던 자리를 대신한다.

수술 꽃가루를 등에 묻힌 뒤영벌이 이꽃 저꽃 날아다니면서 아래로 내려온 암술머리(주두)에 꽃가루를 묻히면서 타가수정을 완성한다. 알수록 식물과 특정 매개곤충이 수정을 위해 맺는 공생관계가 신비롭다.

재배특성 및 번식방법

뻐꾹나리는 주로 중부 이남의 산지 숲 속에서 자란다. 낙엽수림 아래 반그늘 진 곳의 배수가 잘되는 마사질토양에서 생육한다. 10월경 채취한 종자를 바로 직파하면 이듬해 봄에 발아하며, 발아율은 80% 정도로 양호한 편이다.

오래된 종자는 휴면타파에 시간에 오래 걸릴 수 있으므로 늦가을에 노지에 직파하여, 겨울에서 봄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휴면을 타파하면 발아에 도움이 된다.

용담은 습기를 좋아하되 배수가 잘 되는 환경에서 잘 자란다.

기본적으로 반그늘 환경을 좋아하지만
, 여름철 고온 환경에서도 반그늘 및 통기 조건만 맞춰주면 생육에 무리가 없으며, 이식에도 강하다.

종자 번식, 포기나누기, 뿌리줄기삽목 모두 가능하다.

종자 대량 채종이 용이하고
, 발아율이 양호하므로 종자 번식이 일반적이다. 뒤영벌류의 도움으로 수정이 진행되는데, 비가 계속될 경우 수정이 어려우므로, 우기가 길어질 경우 수술 꽃가루를 암술머리에 묻혀주는 인공수정을 통해 종자를 받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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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 성숙한 열매를 따서 말리면 꼬투리 끝이 벌어지면서 꼬투리와 납작한 종자가 간단하게 분리된다. 정선한 종자는 가을에 온실에서 직파하거나, 봉투에 담아 냉장(1~4) 보관했다가 이듬해 봄 2~3월경에 파종하면 발아가 잘된다. 발아는 잘되나, 파종 후 발아까지 말리지않고 습기를 충분히 유지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빠른 성장 및 뿌리 비대를 기대한다면
2~3개의 눈을 붙여서 분주한다. 뿌리줄기를 2 ~ 3개 마디 단위로 잘라서 삽목을 진행해도 증식이 용이하다.

원예·조경용

꽃이 특이하게 피는 뻐꾹나리는 시선을 한 눈에 끌기에 충분하므로 분화용, 조경용 원예식물로서 인기가 많다. 뿌리줄기를 통한 대규모 군락 조성이 용이하므로, 습하면서도 배수가 잘되는 곳에 식재하면 좋다.

·약용

뻐꾹나리 어린 순은 데쳐서 우려낸 후 나물로 먹고, 전초와 뿌리를 약재로 이용한다. 뻐꾹나리 뿌리는 심신을 안정시키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부기를 내리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9월로 접어들면서, 7월에서 8월까지 교묘한 수정전략으로 꽃가루받이를 한 뻐꾹나리가 한창 삼각기둥 모양의 씨방을 달고 있다. 늦둥이 꽃대는 아직까지도 꽃을 피워대고, 타가수정을 위한 수술과 암술의 기가막힌 교대근무가 아직도 진행중이다.

늘 그렇듯 무심코 보면 대수롭지않은 자연현상들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 마다의 생존전략임을 뻐꾹나리를 통해 다시 확인한다
. 오늘부로 새롭게 왜?라는 질문으로 식물과 자연을 물음표로 다시 들여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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