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수논객 위키트리 활용 독려” 국정원 문건 작성 당시 김행 부회장···김행 측 “관련 없어”
2011년 “보수논객들의 ‘위키트리’ 활용을 독려해야 한다”는 소위 ‘국가정보원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장악 문건’이 작성됐을 당시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위키트리 운영사인 소셜뉴스의 부회장이었던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국정원 SNS 문건은 2011년 “SNS를 국정홍보에 활용하라”는 청와대의 회의 내용을 전달받고 국정원이 작성한 문건이다. 김 후보자는 2009년 소셜뉴스를 창업해 2010년 2월부터 위키트리 서비스를 정식으로 시작했다. 김 후보자는 이후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될 때까지 부회장직을 맡았다. 김 후보자 측은 이날 “경향신문 보도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후보자와 관련도 없는 내용을 악의적으로 부풀려 썼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2017~2018년 ‘국정원 여론조작’ 관련 공판기록·증거기록·진술조서 등을 종합하면 2017년 7월 세계일보에 보도된 ‘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문건에 대해 국정원은 2017년 9월 “2011년 10월4일 院(국정원) 지휘부가 ‘SNS를 국정홍보에 활용하라’는 BH(청와대) 회의 내용을 전달 받고, (국정원 내) A실 B팀에 지시했고, A실이 2011년 10월6일부터 11월4일 간 문건을 작성해 11월8일 BH에 보고했다”며 검찰 수사협조의뢰에 회신했다. 2017년 국정원의 해당문건 작성경위 자료에 따르면 “결재선은 원세훈 전 원장, 배포선은 엄태희(임태희의 오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효재 전 정무수석, 정진영 전 민정수석, 최금락 전 홍보수석”이다.
이 국정원 문건은 “여권이 야당·좌파에 압도적으로 점령당한 SNS 여론 주도권 확보 작업에 매진, 내년 총선·대선 시 허위정보 유통·선동에 의한 민심 왜곡 차단 필요”에 의해 작성됐음이 명시됐다. 고려사항 중 단기 과제로 ‘좌파 절대 우위 구조인 트위터 파고들기와 SNS 인프라 구축’을 꼽고 “트위터·페이스북 등에서 활동 중인 보수논객들의 위키트리 활용을 독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위키트리는 회원 가입 시 인터넷신문 기자 자격이 주어져 반향이 큰 글을 작성할 경우 편집진이 최소한의 수정을 거쳐 사이트 내 메인 기사로 등재시켜주는 1인 미디어 구현 서비스”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후 2012년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했고, 12월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진술조서 등에 따르면 국정원 전직 관계자 A씨는 담당 검사가 해당문건에 대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후 패배 원인을 분석해 그 원인 중 하나가 SNS라고 판단해 대책을 세워 향후 총선이나 대선에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였나”라고 묻자 “맞다”고 답했다. 국정원 전직 관계자 B씨는 해당 문건에 대해 “문건 상단에 청와대 배포자료로 표기돼있기 때문에 청와대 요청자료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며 “국정원이 해서는 안 될 일인데 이런 보고서를 썼다는 자체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위키트리는 김 후보자와 공훈의 전 대표가 2009년 창업한 소셜뉴스가 운영하는 온라인 뉴스 서비스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 누구나 기사를 직접 쓰고 편집까지 할 수 있는 참여형 서비스’를 표방했다. 국정원의 ‘위키트리 활용 장려’ 문건이 작성될 때도 소셜뉴스가 위키트리를 운영했다.
국정원 문건이 보고된 2011년 11월8일로부터 한 달 뒤인 12월19일 위키트리는 활동력이 높은 ‘위키기자’에게 다른 데스크들의 추천을 통해 편집 자격을 주기로 했다. 위키트리의 시민기자를 뜻하는 위키기자의 수는 2011년 2월 3000명에서 2년 만인 2013년 5월3일 1만명으로 늘었다. 이처럼 가입과 기사 작성이 쉽고 편집이 자유로운 점은 국정원의 SNS 장악 전략의 수단이 된 이유로 보인다.
위키트리 2012년 1월10일자 기사에 따르면 위키트리는 “10월26일 서울시장선거에서의 퇴근투표 현상 등 SNS 중심으로 벌어진 새로운 선거현상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SNS 선거 실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을 제공해드리는 컨퍼런스와 워크숍을 준비했다”며 ‘2012 SNS 선거전략 컨퍼런스&실행기법 워크숍’ 개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언론에 따르면 유료로 진행된 행사의 참가비는 부가세 포함 100만원에 달했다. 김 후보자는 2012년 1월5일 공훈의 전 대표와 함께 ‘소셜로 정치하라’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국정원 문건의 보고선에 있었던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퇴임 후 2012년 5월14일 위키트리의 소셜방송에 ‘대선주자 임태희가 말하는 대통령’이라는 주제로 출연했다. 김 후보자는 정진영 전 민정수석과 최금락 전 홍보수석이 이명박 정부 임기 종료와 함께 퇴임한 2013년 2월24일 박근혜 청와대 대변인으로 내정됐다.
위키트리 시민기자들의 계정은 김 후보자가 경영에 복귀한 뒤 다 삭제됐다. 앞서 김 후보자는 지난 25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김행 기자’로 쓰인 성차별적 기사에 대해 해명하며 “(위키트리를) 열린 플랫폼에서 닫힌 플랫폼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저희가 2만3000여명의 시민기자들의 계정을 다 없앴다. 그러면서 그때 트래픽이 높았던 많은 기사들이 기존의 임직원들의 계정으로 분산됐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준비단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경향신문 보도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스토커처럼 집착하며 황당한 내용을 보도하고 후보자와 관련도 없는 내용을 악의적으로 부풀려 쓰는 행태를 중단할 것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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