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시네프리뷰]

2023. 9. 27.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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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의, 강동원에 의한, 강동원을 위한
강동원이 알파고 오메가다. 그동안 쌓아올린 배우 강동원이라는 ‘네임밸류’의 최종판이라고나 할까. 대중 오락물로 만듦새 자체는 무난하다. 장르적 서사의 틈새를 메우는 디테일은 상당히 취약하지만, 흥행 여부와는 무관하다.

제목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제작연도 2023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98분
장르 미스터리, 판타지
감독 김성식
출연 강동원, 허준호, 이솜, 이동휘, 김종수, 박소이
개봉 2023년 9월 27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제공/배급 CJ ENM
제작 ㈜외유내강
공동제작 세미콜론 스튜디오 CJ ENM STUDIOS
원작 네이버웹툰 <빙의> 후렛샤 김홍태

㈜외유내강


어어 저래도 되나. 배우 박명훈이 스쳐가듯 ‘리스펙트!’를 외칠 때 들던 생각이다. 시사회 관객들도 웃었다. 누구나 다 기억하는 <기생충>(2019)에서 그가 맡은 오근세의 대사다. 부인도 기생충에서 오근세의 부인역이었던 이정은이다. 심지어 집도 닮았다(봉준호 감독은 <기생충>과 관련한 외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양옥집 장소 캐스팅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실제 그 집이 있는 것으로 관객들이 인식했다면 성공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말하자면 <기생충>의 주무대였던 박 사장네 집은 실존하지 않는 세트였다). 그런 오마주가 가능했던 것은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을 연출한 김성식 감독이 <기생충>의 조감독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홍원찬 감독·2020),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2022) 등 최근 굵직굵직한 한국영화의 조감독을 맡았다. 이번 작품은 감독으로서는 장편 데뷔작이다. 앞의 <기생충> 오마주 장면은 전체 에피소드의 도입부다.

기생충을 오마주할 수 있었던 까닭

천박사는 퇴마사다. 통유리창으로 거리풍경이 훤히 비치는 강남대로 옆에 사무실이 있다. 그가 진짜 박사학위 소유자인지, 아니면 흔한 ‘사짜’ 사기꾼인지는 확실치 않다. 영화는 지나가면서 책상 위에 무심코 놓여 있는 그의 학위증명서를 비춘다. 그게 진짜인지 그것조차 위조인지 적어도 영화 이야기상으론 유추하기 힘들다. 영화의 원작은 네이버 웹툰 시리즈 <빙의>(2014~2015)라고 하는데, 원작에서는 혹시 이와 관련한 자세한 설정이 나오는지는 모르겠다.

영화 속에서 공식적으로 주어지는 그와 관련된 스토리는 당주 집의 첫째 손자로, 할아버지와 동생은 무협지적 세계관에서 강자존(强者尊)쯤 되는 범천(허준호 분)에게 희생됐다. 범천이 공격했을 때 귀신을 가두는 설경 부적은 둘로 쪼개졌다. 할아버지가 들고 있던 퇴마검도 날이 땅에 박혀 두 동강 났다.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은 살아나고 할아버지와 동생이 죽어갈 때 방울이 요란하게 울리던 것을 기억한다. 방울 속에는 아무것도 안 들어 있으니 실제는 소리가 안 나야 하지만 요기(妖氣)가 가득 차면 울린다. 퇴마 작업을 할 때 방울 소리가 나는지 확인하는 것이 그의 습관이었다. 실제 위 박명훈 부부네 집에서도 방울은 울리지 않았다. 그는 퇴마라는 일의 본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문화인류학자들이 묘사하는 것처럼 현대사회에서 정신과 의사들의 상담역할을 전근대사회에서 무속인들이 맡은 것과 같다. 그러다가 ‘실제 귀신을 보는’ 능력을 지닌 유경(이솜 분)을 만난다. 유경은 납치당한 자기 동생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유경 동생을 비롯한 충청도 괴천(가상의 지명이다)의 한 오지마을 사람들을 조종하는 존재가 범천임을 알고 천박사는 본격 진지 모드로 돌아선다.

추석 대목 겨냥 영화 흥행 요소는

<천박사…>는 추석 대목 시즌을 노리고 만든 영화다. 흥행 요소를 꼽는다면 당연 천박사 역을 맡은 강동원이다. 강동원의, 강동원에 의한, 강동원을 위한 영화라고 봐도 무방하다. 강동원이 이 영화의 알파고 오메가다. 앞에서 원작 웹툰을 거론했다. 전편을 보지는 못했고 일부만 봤는데, 천박사 역을 맡은 강동원은 나름의 배역 연구를 했겠지만, 원작 웹툰 속 천박사와 영화의 천박사는 사뭇 다르다. 오히려 구마(驅魔)사제를 맡았던 전작 <검은 사제들>(2015)이나 <전우치>(2009), <검사외전>(2016) 등에 나온 그가 떠오른다. 그동안 쌓아올린 배우 강동원이라는 ‘네임밸류’의 최종판이라고나 할까. 더군다나 이미 제목을 보면 다 짐작하겠지만 다음 언젠가의 명절 연휴 때 다시 돌아올 시리즈물의 첫 작품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대중 오락물로 만듦새 자체는 무난하다. 악당을 물리침으로 인해 결핍되거나 삐뚤어진 내면을 치유하며 선인(善人) 영웅으로 거듭난다는 장르적 서사의 출발로는 충실하다. 하지만 그 서사의 틈새를 메우는 디테일은 상당히 취약하다. 이건 흥행 여부와는 무관하다. 마동석의, 마동석에 의한, 마동석을 위한 영화 시리즈 <범죄도시>가 이미 비평점수와 흥행성적이 무관하다는 점을 증명하지 않았는가.

눈에 띄는 <천박사…> 영화의 신스틸러

정용인 기자


“천박사가 선사할 쾌감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약과지! 추석엔 천박사!” 9월 19일 있었던 기자배급시사회장에서 표와 함께 나눠준 기념 물품에 적혀 있던 문구다. 기념물품? 약과다(사진). 아마도 추석과 연관된 기념품이 뭔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전통다과를 떠올린 홍보사 측의 아이디어이었으리라. 영화는 오컬트 장르를 차용한 코미디영화라고 보면 맞다. 그런데 영화를 끝까지 본 입장에서 다시 떠올려봐도 ‘쾌감’이라는 감정 내지 느낌은 그다지 남지 않는다. ‘절대악’ 범천의 하수인들이 괴력을 발휘하며 천박사 일행과 대결을 펼치는 장면도 예컨대 비슷한 대중 오락영화 시리즈물인 <분노의 질주>에 등장하는 차량추격전처럼 스펙터클하지는 않다. 영화의 절정부에서 천박사와 범천이 결투를 벌이는 장면도 딱히 아이디어가 번쩍인다든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런 광경은 아니었다. 연출의 문제일까. 아니면 아마도 개봉하면 많이 지적될 CG 같은 영화 후반 작업의 문제일까. 확실한 건 만약 이 영화의 감독이 조감독으로 참여했던 유명 한국영화의 감독들이 이 영화를 연출했다면 상당히 다른 ‘톤 앤드 매너’였으리라는 점이다.

덧붙여 코미디 영화로서 영화에 조연으로 참여한 배우들의 연기나 캐스팅은 언급하고 넘어갈 가치가 있다. ‘사기퇴마’를 연출한 천박사의 기술 담당 보조자로 천박사와 콤비를 이루는 인배 역을 맡은 이동휘의 연기도 눈에 띄지만, 영화사(외유내강)의 바로 전작인 <밀수>(2023)에서 장도리 역을 맡았던 박정민이 이 영화에서 선녀무당 역으로 나와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아마 이 작품이 시리즈화되면 일종의 컨벤션 요소로 선녀무당은 지속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선녀무당의 몸속에 들어오는 ‘선녀’ 역은 블랙핑크의 지수가 맡았다. 이 역시 블랙핑크의 글로벌 팬덤을 의식한 전략적 캐스팅일 듯싶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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