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펜싱의 간판 구본길(34·국민체육진흥공단·사진)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임하는 각오가 남달랐다. 앞선 3차례 아시안게임에서 했던 것처럼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면 대회 4연패를 차지한다. 여기에 단체전 금메달까지 가져와 대회 2관왕에 오르면 통산 7개로, 수영 박태환과 펜싱 남현희(6개) 등을 넘어 한국 역사상 하계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딴 선수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본길은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 지난 25일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후배 오상욱(26·대전시청)에게 우승을 내줘서다. 아쉬울 법도 했지만 구본길은 후배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면서 눈을 다음 대회로 돌렸다. 앞으로 3년 더 선수생활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다.
구본길은 “4연패는 말처럼 쉬운 것 아니기 때문에 아쉽지 않다”며 “오상욱이 금메달을 딴 것만으로도 4연패를 한 것처럼 기쁘다”고 말헀다. 공교롭게도 구본길은 5년 전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오상욱을 물리치고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구본길은 “2018년 대회 결승전 맞대결 땐 상욱이의 병역 문제가 걸려 있어서 제가 이기고도 마음이 불편했는데, 오늘의 은메달은 그때의 금메달보다 후련하고 기쁘다”며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경기해서 홀가분하다”고 덧붙였다.
목표로 삼았던 대회 2관왕에 실패했지만 구본길은 여전히 아시안게임 한국선수 최다 금메달 기록을 꿈꾼다. 그래서 그의 시선은 3년 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향하고 있다. 구본길은 “사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나고야까지 가고 싶다고 동료들에게 밝힌 바 있다”며 “이번 대회에선 개인전 금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단체전에서라도 우승해 (아시안게임 최다메달 타이기록이라는) 역사에 내 이름을 남기고 싶다”고 희망했다. 펜싱 남자 단체전은 28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