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최선입니까" 기대치 한껏 올려놨던 `공급대책` 열어보니…

이미연 2023. 9. 26. 15: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급에만 초점 맞춰…수요 측면 배제로 '알맹이 없다' 평가도
전문가들 "시장안정화 도움 되겠지만 속도 내야 불안심리 해소"
시장 수요 배제로 '알맹이 없다'는 지적도 나와

"추석 전 공급대책 발표한다고 대대적으로 에드벌룬 띄우더니 변죽만 울렸다."(한 부동산 전문가)

월평균 인허가와 착공건수가 급감하면서 향후 2~3년 간 주택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공급난이 임대차 시장 불안과 함께 집값 재상승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공급대책을 내놨다.

정부가 추석 전 발표를 대대적으로 강조해왔던 터라 시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방안들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컸다. 작년 8월 '270만호 공급계획'을 확정한 데 이은 현 정부의 2차 공급 발표지만, 기존 발표의 연장선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이번 대책은 공공에서의 물량 확보와 민간에서의 공급 활성화 유도가 주요 내용이고, 시장성 확보를 위한 수요 측면에서의 방안들은 전면 배제됐다. 때문에 이번 발표에도 수요자들의 인식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연휴 이후 4분기부터 거래량과 청약경쟁률, 가격지표에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정부가 26일 공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는 공공 물량을 늘리고 공급 시기를 앞당겨 시장의 공급불안 심리를 안정화시키는데 초점을 뒀다. 민간공급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공택지 전매제한 한시적 완화와 조기 인허가 인센티브, 임대전환 촉진 등 사업 여건이 개선될 수 있는 방안을 총 망라했다. 이외에도 PF대출 보증규모 및 한도 확대 및 심사기준 개선, 대주단협약 지원 등의 금융지원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신속한 공급이 가능한 연립·다세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의 사업 여건 개선 방안이 구체적으로 나왔으며, 재개발·재건축과 소규모 정비사업 등도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고 면적요건 완화 등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이 담겼다.

일단 시장 안정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과거 부동산 대책과는 달리 수요를 자극하지 않고 공급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화 방안이 특징"이라며 "속도를 낸다면 수요자 불안심리 해소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상황이 좋으면 주택공급은 알아서 늘고 가격도 오른다. 정책은 지금처럼 시장이 꺾인 상황이 오히려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를 실행하기에 최적의 타이밍"이라며 "시장에는 '영원한 호황'도 '영원한 불황'도 없다. 시장 상황이 바뀔 때를 준비하기 위해 여러 규제 요인을 미리 조정하는 바람직한 대응"이라고 분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역시 "분양시장 청약 양극화와 물가상승, PF대출 냉각에 따른 주택공급 위축을 해결키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주택 공급의지 표현은 긍정적"이라며 "건설사 유동성 공급, PF사업장 유형별 맞춤 지원 등을 통해 부실 확산을 막고 전반적인 주택공급에도 속도를 내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빠른 실행력이 관건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단기적으로는 공공의 적극적인 물량 확대를 중심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으며, 중장기적으로는 민간 참여를 적극 지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공급량 확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정부의 공급 대책들이 이런 내용 전반을 건드리고 있는 상황이므로 이제부터는 속도감 있는 실행력 담보가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번 대책이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도 함께 나온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일부 택지 마련으로 공급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부분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PF 연장이나 활성화는 사실 정부에서 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없다고 봐야하기 때문에 (이번 발표에) 핵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비아파트 사업 여건 개선으로 인한 공급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기금 활용 등으로 활성화가 가능할 수는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시장"이라며 "민간사업자들이 비아파트 건설 사업에 대한 수익성과 분양성이 생겼다고 판단했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아파트 지원 관련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비아파트에 대해 건설자금을 기금에서 1년간 한시 지원하는 것은 고무적"이라면서도 "아파트의 대체재인 다세대·오피스텔 등은 최근 분양수요 급감이나 임대수익 대비 고분양가 문제, 전세사기 이슈로 거래량이나 수요가 낮은 상황이라 지방보다는 서울 등 일부 도심지역 위주로만 정책효과가 발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간사업자의 PF 보증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HUG 중도금대출 보증 책임비율이 90%에서 100%로 확대되면 적어도 수도권 사업장 위주로는 시중은행 중도금대출 실행에 장애는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공급부족'을 이유로 전국에서 브릿지론부터 본PF 전환이 안되는 일명 '물린 사업장'들에 정부 기금을 넣어 끌고 가서는 안된다는 의견이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현 시점에서 필요한 내용이지만, 주택시장이 꺾인 여파로 시기적으로 문제가 된 우량사업장을 중심으로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며 "사업재구조화를 통해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들만 집중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다. 부실사업장까지 무차별로 지원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공사비 증액 기준을 위한 표준계약서 도입과 일정 수준 공사비 상승에 따른 재협상 여력 확대 등이 민간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핵심 방안이기는 하지만 이 역시 분양가 상승 위험이 잠재되어 있다. 윤지해 리서치팀장은 "민간의 공사비 유연성을 늘리게 되면 동시에 신축 분양가 상승이 확산되는 부작용이 있는 만큼 분양가 인상 수준이 통제된 분양가상한제 적용 공공물량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며 "분양가 상승이 예견되는 만큼 미래 신축주택을 선점하기 위한 청약 열기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일각에서 취득세 양도세 감면 등 세제완화를 통한 시장 활성화를 기대했기 때문.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사전에 이 부분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차단하긴 했지만 역시나 포함되지 않아 활성화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