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휴대폰 액정 깨졌어” 이 문자로 63억 뜯은 그놈들 붙잡혔다

박주영 기자 2023. 9. 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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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26일 구속했다고 밝힌 문자 금융사기 일당 중 자금세탁책의 경기도 수원시 자택에서 대포폰 등 범행 장비를 압수하고 있다./부산경찰청

자녀를 사칭해 문자메시지를 보내 원격 접속 앱을 설치하게 한 뒤 계좌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와 예금 등을 빼내는 ‘문자 금융사기’로 63억원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이들은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불법 도박사이트로 피해자 돈을 이체해 제3의 계좌로 돈을 빼돌리는 신종 자금세탁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특별법 위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국내 총책 A(42)씨 등 5명을 구속하고 공범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은 또 해외로 달아난 해외 총책 B씨 등 4명을 같은 혐의로 지명 수배하고 이들에게 대포 통장과 유심칩을 제공한 혐의로 2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2021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엄마, 핸드폰 떨어뜨렸더니 고장났으나 도와줘”, “엄마, 액정이 깨졌어. 엄마폰으로 인증받아 보험처리할게” 등 문자를 보내 금융사기를 치는 수법으로 총 155명으로부터 63억원 가량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한 60대 여성 C씨는 자신의 딸을 사칭해 보낸 “엄마, 핸드폰 떨어뜨렸더니 터치가 안 돼서 수리 맡기고 파손보험 신청해야 되는데 도와줄 수 있어”라는 문자를 받았다. 딸의 핸드폰이 고장 나 남의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낸 것이라 했다.

C씨는 화들짝 놀라 그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고, 범인들은 파손보험 신청을 위해 필요하다며 무슨 앱(원격접속앱)의 링크를 보냈다. C씨는 이 링크를 눌러 앱을 깔았다. 그 이후 범인들은 C씨 핸드폰에 원격접속, 예금계좌 번호와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을 모두 따냈다.

그들은 이 개인정보를 이용해 곧바로 C씨 명의로 2억8000만원을 은행에서 대출받고 보험금 2900만원을 해지해 환급받았다. 범인들은 자신들이 만든 대포통장으로 들어온 돈을 이내 불법 도박사이트의 입금 계좌로 송금시켜 자금세탁을 한 뒤 빼돌렸다.

또 다른 60대 여성 D씨는 지난 6월쯤 딸을 사칭한 범인들의 핸드폰 번호로부터 “엄마, 액정이 깨졌어. 핸드폰 보험처리하는데 컴퓨터로 하려니 폰인증 못받아서 엄마폰으로 먼저 인증 받아서 보험처리 할게”라는 문자를 받았다. 역시 딸의 핸드폰은 고장나 사용할 수 없으려니 하고 문자를 보낸 핸드폰 주인의 지시에 따랐다.

원격접속앱을 깔고 주민등록증·통장·체크카드 사본 등을 보냈다. 휴대전화 인증도 받게 해줬다. D씨는 눈 깜짝할 사이에 자신의 통장들에 있던 예금 1억900만원을 털렸다. 경찰은 “이렇게 해 피해를 당한 이들이 155명에 이른다”며 “범인들은 빼돌린 돈을 대포통장과 불법 도박사이트의 입금 계좌로 이체·환전한 뒤 곧바로 제삼자 명의 계좌로 송금해 순식간에 가로채 갔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녀나 은행, 카드회사 등에서 금전 요구나 핸드폰 보험, 해외 카드 발급 등의 문자·SNS 메시지를 받으면 그 메시지 안에 찍힌 번호 말고 반드시 딸의 핸드폰이나 공개된 은행 전화 번호로 통화해 직접 물어봐야 한다”며 “스마트폰에 신분증, 계좌·신용카드 정보를 절대 저장하지 말고 문자메시지에 연결된 링크를 클릭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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