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법은 왜 피해자를 위한 법이 될 수 없을까

2023. 9. 2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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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해체와 공교육 멈춤을 너머] ④·끝· 학교폭력이 교사 피해도 낳는다

[강균석 따돌림사회연구모임 교사]
학부모 악성민원 대부분 학교폭력의 공포 때문

서이초 사태 이후 교사들은 학부모 악성민원 근절을 한 목소리로 외쳤다. 추모 집회에서는 '학부모가 죽였다, 교육청도 공범이다'라는 구호가 등장했다. 교사를 밤낮으로 괴롭힌 뻔뻔스러운 학부모들의 이야기가 매일 새롭게 터져 나왔고 그들은 인면수심, 사이코패스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개개인을 악마화하면 우리는 그 뒤의 법과 제도를 놓치게 된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은 교사 죽음의 일부 원인일 뿐 본질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의 대부분은 학교폭력 가해학생 또는 피해학생의 학부모였다. 따라서 악성 민원으로 인한 교사들의 죽음, 학교폭력 피해를 견디다 못한 아이들의 죽음 모두 학교폭력과 관련이 있다. 학부모들은 학교폭력 문제가 교실에서 발생했을 때, 어떻게든 내 자녀를 보호하겠다는 명분과 우리 아이만 손해볼 수 없다는 이기적 욕망이 앞서 목소리를 키운다. 학교장이나 교육청은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하면 자신들도 할 수 있는게 없으니 법과 절차를 알아보라며 경찰에 신고하기를 권유한다. 문제는 '학교에서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하게 만드는 무책임한 법과 제도로 인해 학부모가 악인이 되는 길이 열려있다는 것이다.

학교폭력 피해자 외면하는 정부

한 해에 약 300명의 학생이 자살을 하지만 교육부는 이 통계를 무시하고 학교-교육청으로부터 보고받은 자료만 수합해 학생 자살 숫자를 140명 정도로 낮춘다. 게다가 교육부는 지난 5년간 학교폭력 피해로 자살한 학생을 모두 0명으로 보고했다. 엄연히 존재하는 학교폭력 피해 자살자들을 통계에서 지워 버린 것이다. 가까운 일본은 학생의 자살을 일단 학교폭력의 결과로 본다. 반면 우리나라 교육부는 유서를 쓰고 학교폭력 피해자가 자살해도 '원인미상'으로 분류하며 지난 5년간 학교폭력 피해자가 단 한명도 자살하지 않았다는 거짓 통계를 내고 있다. 자녀가 학교폭력 피해로 죽음을 선택하기까지 학교가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는 원망으로 자녀를 따라 목숨을 끊은 학부모도 많다. 이 역시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여 역할을 다해야 할 정부가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족을 사실상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 심각해져 교권 침해도 커진 것

교사들의 고통과 죽음은, 교육부의 학교폭력에 대한 잘못된 대책으로 인해 교실의 폭력 상황이 커지면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학교폭력이 심화되면 피해자가 학생에서 교사로 확대된다. 교사는 더 이상 아이들 위에 군림하는 강자가 아니라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힘에 피해를 입는 약자가 될 수 있음을 이제 온 국민이 알게 되었다. 학교폭력 문제는 피해학생의 고통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사도 고통에 빠뜨리고 폭력이 일어나는 교실 현장에 있는 많은 학생들이 폭력에 숨죽이는, 즉 굴종하는 것에 익숙해지게끔 작동한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학교폭력 문제는 교실해체를 가지고 올만큼 심각하다.

학교폭력 피해자(학생, 교사)들의 죽음의 행렬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교육부, 교직단체, 교육청도 교사 죽음의 원인을 학교폭력에서 찾지 않고 학생의 죽음과도 연관시키지 않는다. 하여 필자는 교사들과 학생들의 죽음과 고통의 원인이 되는 학교폭력이 관련 학교폭력법의 잘못된 법 작용으로 인해 발생했기에 피해를 입은 교사와 학생을 위한 '보호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폭력 피해자 보호조치 제대로 작동 안해

그렇다면 현재의 학교폭력법은 왜 피해자를 위한 법이 될 수 없을까.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긴급조치 조항을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학폭 피해가 심각한 경우 학교장 재량으로 긴급조치 중 출석정지 등을 내릴 수 있다. 가해자를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하여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취지의 제도이다. 가해자가 순순히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출석정지를 수용하고 받아 들어가면 다행인데, 어떤 가해자는 피해자의 반격 중 일부를 가지고 나도 피해자라고 하며 학교폭력으로 맞신고(소위 '맞폭')를 한다. 나도 피해자라며 똑같이 긴급조치를 해 달라고 나오면 학교가 막을 방법이 없다.

학교폭력은 100% 순수한 가해자, 피해자인 경우가 별로 없고, 얼핏 티격태격 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안에 힘의 관계가 있으며, 피해자인 약자도 살기 위해서 최소의 방어행위로 욕설, 센척, 폭력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정당방위에 해당하지만, 우리 법원이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학폭법도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분명히 피해가 크거나 피해로 인한 후유가 큰 피해자가 있는데도 양쪽 모두 공격했기 때문에 쌍방이라고 하거나 먼저 때린 쪽이 가해자라는 단순 논리로 학교폭력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억울한 사례가 허다하다.

교사들은 조사하는 과정에서 누가 힘의 우위에 있고, 더 큰 피해를 입은 쪽이 누구인지는 대체로 알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학교폭력법은 교사들에게 판단의 권한을 주고 있지 않다. 일단 학교에서 조사할 때 가해자, 피해자라는 용어를 써서도 안되고 가해관련학생, 피해관련학생이라는 기계적 중립을 취하는 용어를 써야 한다. 가해자, 피해자의 최종 판단이 교육청 학폭위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전국 17개 시도 어린이집연합회 관계자들이 2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보육 교직원 교권보호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가해자가 거짓말을 해도 '쟁점사항'으로 적으라는 교육부

교육부 매뉴얼에 있는 사건보고서 양식에는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주장이 다르면 '쟁점사항'으로 적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제도는 2018년에 생겼는데, 양식이 이렇게 바뀌고 나서 교사들은 가해자의 거짓말을 추궁하지 않게 되었다. 학교폭력 신고가 되면 가해자가 책임을 덜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학생의 거짓말이 빤히 보여도 다그쳐서 안 되며 쟁점사항으로 사건보고서에 그대로 적으라고 되어 있다. 따라서 요즘 학교폭력 담당 교사들은 학생들이 거짓말을 해도 혼을 내지 않는다. 학부모가 항의를 해 오지만 "속상하시죠. 그런데 학교가 판단할 수 있는 게 없어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학교 안에서는 학생부가 학교폭력 문제의 처리 권한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최종 판단이 교육청 학폭위에 있다는 점에서 학생부도 무기력하다. 아이들이 숨기고자 입을 맞춘 정황을 교사가 인지해도 모든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 교육청에 보낸다. 문제는 교육청은 이 보고서만 보고 쌍방에게 책임을 물리는 조치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교사들은 학교폭력 피해자의 조그만 반격에 대해서도 "너도 했네. 너도 욕을 했구나. 이런 경우에 쌍방이 될 수 있어."라는 말을 하고 피해자는 조용히 신고를 취소하거나, 울며 겨자먹기로 화해에 응한다.

아이들도 교사도 학부모도 모두 악의 길로 내모는 학폭법

요즘 학폭 책임교사들은 아이가 대놓고, 정말 뻔뻔하게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해도 추궁하지 않는다. 대신 목격자 확인, CCTV 확인 등을 열심히 하여 '쟁점사항'에 병렬로 적는다. 목격자 확인, CCTV 확인 뒤 가해자를 다시 부르면 마지못해 가해학생은 자신의 잘못을 일부 인정한다. 그러나 끝까지 반성은 안 한다. 하지만 교사는 알겠다고 하고 돌려 보낸다. 조금 수정된 보고서는 학폭위로 올라가지만 그 안에 결론은 없다.

교사들은 이제 가해자 아이의 센척, 거짓말에 대해 훈화하지도 않는다. 교사에게, 학교에 그럴 권한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애초에 가해자라는 말도 쓰지 못하는데 당연한 결과다. 학교가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가르쳐 주고 있는 셈이다.

학교가 자신의 자녀 피해에 대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뒤 피해학생의 학부모는 분통을 터뜨린다. 그 중 일부 학부모는 악성 민원인의 길을 걷는다. 학부모는 변호사를 사서 학교에 정보공개 청구를 하고 학폭 절차, 인권 침해, 아동학대 침해 소지를 샅샅이 찾는다. 걸면 걸린다. 그리고 곧 알게 된다. 내가 폭언과 욕설을 하고, 악성 민원을 하고, 무고성 소송을 걸어도 학교는 그저 맞고만 있어야 한다는 것을. 물론 화가 난다고 모든 학부모가 악성 민원인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잘못된 법과 제도가 아이들도 교사도 학부모도 모두 악의 길로 내몰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 일차적 원인은 제도가 교사의 손발을 묶어 놓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조사단계에서 누가 피해학생인지 충분히 알 수 있는데도 당국은 교사의 권한과 책임을 모두 박탈했다. 교사들에게 진실을 규명할 조사권, 피해학생의 요구를 가해학생이 따르도록 하는 중재권, 거짓말을 하는 학생에 대한 훈육 및 사과 교육 등을 할 수 있는 교육권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학교폭력법은 교사의 존재를 배제한 뒤 그 자리에 소위 법률 전문가들을 채워 넣었다. 학교폭력은 변호사들의 블루오션이 되었다. 학폭위가 법원처럼 운영되면서 아이들과 부모들이 서로 싸우기 위해 법률 전문가를 고용하여 이들이 대리 투쟁을 벌인다. 당연히 능력있는 법률 전문가를 세울 수 있는 강자에게 유리하다. 강자에게 유리한 법,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법이 지금의 학교폭력법이다.

학교폭력법은 가해자를 위한 법

학교폭력법의 목적이 학교폭력 예방에 있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 있어 왔다. 학교폭력법의 정식 명칭이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임에도 학교폭력 예방에 대해서는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학기별 1회 이상 실시'하라는 한 줄 밖에 없다.

현재의 학교폭력법은 학교폭력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학교폭력이 계속 일어난다는 전제 하에 발생한 학교폭력에 대한 조치 및 분쟁 조정을 위한 법이다. 또한 학폭위와 분쟁조정 절차에 외부 전문가, 변호사, 민간단체들이 개입하는 근거가 되어 주는 법이다. 이 법이 교사를 못 믿겠다며 교사의 손발을 묶어 놓은 것은 그런 면에서 당연한 결과였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위원회는 학폭법의 법원과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법원이 이미 일어난 범죄를 다루지, 범죄를 예방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 아닌 것처럼 현재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곳이 아니다. 물론 공정한 조치 결과에 학교폭력 예방 효과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위에서 지적한 바처럼 조사의 진실성이 떨어지고, 가해학생의 인권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도 없고, 거짓말하는 가해자를 추궁하면 정서적 아동학대가 된다. 또한 학교폭력 조치가 나와도 가해학생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하니 항소하면 그만이다. 대표적으로 정순신 사건은 권력형 학교폭력의 형태를 잘 보여주었다. 가해자는 얼마 남지 않은 학창 시절을 소송으로 질질 끌면서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졸업하고 좋은 학교에 진학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범죄 피해 당한 사람만 억울하다는 법률계 이야기처럼 가해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온갖 방법으로 처벌을 피해 가는 가해학생을 막지 못하는 법이 지금의 학교폭력법이다.

교사가 권한을 가지고 피해학생을 보호해야

교사에게 학교폭력의 가해와 피해를 판단하고 가해자의 잘잘못을 조사하고 훈육, 훈계하고 당사자 간 중재할 권한이 있어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가 기계적인 중립을 취하라는 핚교폭력법과 교육부 매뉴얼은 모두 바뀌어야 한다. 교사가 기계적인 중립을 취하면 결국 가해자의 인권을 우선하게 되기 때문이다.

교사가 피해학생 보호와 학교폭력 예방을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교사에게 다음의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교사가 목격자 및 관련 학생까지 적극적인 진상 조사에 나서야 한다. 학생의 휴대폰 통화 내역 등을 제출하게 하거나 학생이 성실하게 진술할 의무가 있음을 명확히 해야 하며 거짓으로 진술했을 때 거짓임이 드러난 경우 판결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관련법에 명확히 규정되어야 한다.

또한 더 큰 피해를 입거나 피해의 후유가 더 크게 남는 학생을 피해학생으로 하여 가해학생과의 과거 관계 및 현재 집단에서의 힘의 역학 관계까지 조사하여 가해학생이 어떤 의도와 욕망으로 인해 괴롭힘을 했는지를 교사는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폭력법은 외부 전문가를 조정자로, 예방교육자로 하도록 열어놓았는데 그들은 이러한 조사를 한 적도 없고 할 수도 없다. 그런 뒤 교사는(학교는) 가해학생에게 훈계, 훈육, 분리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가해학생을 설득하거나 중재할 수 있는 권한 역시 교사에게 필요하다. 학급에서 일어난 학교폭력 사건을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성찰함으로써 학급의 평화지수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교육활동은 학교폭력의 예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이것을 '진실화해'라고 부른다. 학교폭력의 방관자이자 또다른 피해자인 주변학생들이 폭력에 숨죽이거나 살아내기 위해 썼던 비굴한 전략을 버리고 피해학생을 위로하고 가해학생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격려하는 화해협력자로서 재탄생할 수 있도록 교사의 교육권이 무엇보다 갖추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피해학생은 명예를 찾고 학급 속에서 안정감을 갖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다른 학생들도 힘의 관계로 친구를 보지 않고 권리, 평화, 우정, 화목의 덕목을 우선으로 평화롭게 살 수 있는 풍토를 만들게 되어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

교육청 역시 학교폭력 피해자 보호 역할을 강화해야

학교폭력 피해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교육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판결에서 교사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할 것, 범죄나 학대 수준의 학교폭력은 법원 통고나 경찰 신고를 제도화 하는 것, 가해자의 무고성 학교폭력 신고를 취소하거나 무고를 학교폭력 처벌의 가중 기준으로 넣는 것 등의 제도화도 필요하다.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어 등교 자체를 회피하는 피해학생을 위한 보호시설도 확충해야 한다. 각 시도교육청은 특별교육이 가능한 시설 몇 개를 정해놓고 피해학생에게 안내하는 미봉책을 벗어나야 한다. 이런 시설에는 피해자가 가기를 꺼려할 뿐 아니라 가서 2차 피해를 당하기도 한다. 피해학생 보호시설은 피해자만 갈 수 있는 교육, 상담, 치유, 보호 분리기능부터 트라우마 치유 회복 및 재활까지 가능한 시설을 말한다. 교육청은 법적으로 피해자 보호 및 구제기금을 확보하여 피해자 시설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

교원지위법도 가해자를 위한 법

교원지위법도 학교폭력법과 유사하다. 교권보호위원회에서 교사가 욕설, 조롱, 폭행, 고의적 수업 방해를 당해도 교사가 5대 법망, 즉 학교폭력법, 아동학대법, 학습권 침해, 학생인권조례, 통합교육법을 조금이라도 어기지 말아야 '교권침해 인정'이라는 산을 쉽게 넘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입증은 피해 교사의 몫이다. 교사는 교권 침해를 인정받기 위해서 '학교폭력' 절차를 지켰고, '아동학대'를 하지 않았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했고, '학생 인권 침해'도 안했음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 장애학생의 경우는 보호받아야 할 학생으로 인식되어 교사가 심각하게 피해를 입지 않으면 (맞는 장면이 담긴 영상과 같은 증명) 대체로 당국은 교권침해로 보지 않으려고 한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시작하기 전에 학교장과 담당 부서로부터 이런 상황을 확인받는다. "선생님이 한 생활지도는 이런 면에서 인권 침해라고 공격받을 수 있어." "복도에서 지도했으면 다른 아이들이 보고 있었던 것 아니야?" "교사의 손을 잡은 것을 꼭 폭력이라고 할 수 있나?" "선생님이 한 말이 그 아이를 자극했네. 그럴 땐 그냥 뒀어야지." "교육활동 중에 일어난 일이 아니니까 교권침해가 아니지."……. 이렇게 말하면서 당황해하는 피해교사에게 이렇게 덧붙인다. "교권보호위원회를 열면 학부모 위원들이나 학생 부모가 하는 말이니까 미리 준비해두라고."

학생의 학부모가 5대 법망 중 하나라도 들고 나오면 학교가 불리해진다며 은근히 피해 교사 탓을 하는 학교 분위기는 피해교사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만든다. 학폭위는 피해학생이 신고하고 요구하면 의무적으로 열어야 하지만 교권보호위원회는 의무가 아니다. 대부분의 학교가 1년에 1건도 잘 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처럼 교권보호위원회는 피해자인 교사를 우선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다. 피해자인 교사에게 교권침해를 한 가해학생의 인권을 지켜주었냐고, 그렇게 지도할 수밖에 없었냐고 따져묻는 교권보호위위원회는 가해학생을 위한 제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서 지난 7월 숨진 서이초 교사의 대학원 동기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폭력도 교권침해도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으로 개정해야

어느 날 포털 사이트에 나란히 두가지 뉴스가 떴다.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와 문제학생과 그들의 학부모에 시달리던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뉴스였다. 학교폭력법이나 교원지위법은 피해학생과 피해교사의 고통을 전혀 줄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악화시켰다. 그리고 죽음으로 몰았다.

이제는 전혀 다른 접근을 해야 한다. 범죄를 예방하는 것은 법원이 아닌 경찰의 역할이듯 학교폭력 예방을 법원처럼 기능하는 교육청 학폭위에 맡겨서는 안된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은 학교와 교사의 역할이다. 학교폭력법을 학교폭력 피해자 보호법으로 바꾸어야 하는 이유이다. 교권보호위원회도 마찬가지이다. 교권 침해를 입증하고, 학생에게 적절한 벌을 내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것은 기존 선도위원회의 조항을 강화함으로써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피해 입은 교사의 피해를 보호하는 것이 법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학교폭력도 교권침해도 현재의 형태, 즉 마치 법원의 형태를 빌려와 전문가들이 법률 다툼하듯이 만들어 놓은 지금의 법으로는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다. 선생님이 교칙에 맞게 학생을 지도했다면 학생의 교권침해 원인이 교사에게 없었는지 따져묻는 교권보호위원회는 이름값도 못하는 그 이름을 버려야 한다. 학교폭력법도 교원지위법도 모두 피해자 보호법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피해학생 중심주의, 피해교사 중심주의로

학폭위와 교보위의 '너도 잘못했고 너도 잘못했어.'라는 식의 중립을 가장한 태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해자를 위한다. 가해학생은 상대방에게 권리침해를 유도하는 행동을 하면서 이 사건이 쌍방의 잘못인 것처럼 호도하기에, 양쪽의 잘못으로 만드는 중립은 결국 진실을 흐리게 한다. 이것이 통할수록 영악한 가해자는 피해자(교사, 학생)의 반격을 공격이라며 자신의 가해행위를 정당화하는 원인으로 둔갑시킨다.

'피해자가 당할 만 했으니까 당했겠지'라며 피해자를 탓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우리 사회는 쉽게 교권침해 피해교사에게 '그래도 당신은 선생이고, 걔는 어린 아이잖아.'라며 화살을 돌린다. 여전히 '학교와 교사를 강자, 학생은 약자'라는 인식으로 교사들을 가스라이팅하며, 학교 내 위원회가 문제 학생을 무조건적으로 억압할 것이라고 대단히 착각한다.

따라서 피해자 중심주의를 학교에도 적용하여 학교폭력법이 아닌, 학교폭력 '피해자' 보호법으로 대체해야 한다. 권한을 가진 교사가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훈육하여 평화로운 교실을 이끌어 갈 수 있어야 한다. 교권보호법 또한 교권 '피해자' 보호법으로 대체하여야 한다. 교권침해를 당하면, 교사는 그 학생과 학부모를 대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범죄 피해자가 범죄자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기 어렵고, 목소리조차 듣기 싫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잘못된 법으로 인해, 그리고 교사가 성인이고 교육자라는 이유로, 교사는 피해자로서 보호받지 못하였다. 교사들 스스로도, 교사가 자의적으로 학생을 지도하던 과거의 권위주의 시대처럼 더 이상 강자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타인과 공동체에 피해를 입힌 소수가 버젓이 보호를 받는 반면, 사회의 규칙을 준수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다수가 상처받는 일이 다른 곳도 아니고, 학교에서 발생해서는 안된다.

[강균석 따돌림사회연구모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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