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광주, 나로부터]⑩"시민 참여로 안전 문화 자리 잡아야"

변재훈 기자 2023. 9. 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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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만으론 안전 공동체 구축 한계…시민도 주체"
시민 참여 보장 통해 방재 안전 관심·인식 전환 꾀해야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고용노동청과 산업안전보건공단 광주본부는 27일 광주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중대재해 예방 및 안전문화 실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사진=광주고용노동청 제공) 2023.04.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변재훈 이영주 기자 = 천재지변부터 산업·건설 현장, 다중이용시설 등지에서 예고 없이 발생하는 각종 사고까지 일상을 뒤흔드는 위험은 어디에나 있다.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기에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일, 안전에는 너 나 할 것 없다.

잠재 위험 요인 예측, 피해 예방·대응 계획 수립, 이를 행정·시민이 함께 실천하는 일련 과정에 안전이 확보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자체 뿐만 아니라 개개인이 주체로서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 제도가 아닌 문화로서 안전이 공고히 자리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전도시 광주, 아직 갈 길 멀다

안전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의 현 주소는 어떨까. 각 분야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철했다.

최명기 대한민국 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26일 "지역 건설 현장 안전 분야만 국한하면 100점 만점에 60점 정도가 될 것 같다. 특히 중소 규모 현장 안전은 개인 보호구 착용, 비계 작업 안전수칙 준수, 주변 안전 보행로 확보 등 기본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20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제도적 보완·규제는 강화됐지만 개별 현장 내 실질적 이행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김용철 호남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화재 등 재난·재해 대처 체계는 비교적 잘 갖춰져 있어 80점 정도 매길 수 있다. 그러나 안전하다고 자부하기는 어렵다. 광역 지자체인데도 여전히 소방차가 지날 수 없는 협소 통로가 있어 환경적으로 접근성을 개선하거나 소형 장비를 보급해야 한다. 인력·장비 역시 늘어나는 재난 대응 수요에 비하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교통 안전 분야에서는 시민의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조민우 한국도로교통공단 광주전남지부 교수는 "100점 만점에 70점 정도 될 것 같다. 최근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코로나19 이후 음주운전을 중심으로 교통법규 위반이 늘었다. 음주 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약화된 것 아닌가 싶다. 차량 안전 성능은 나날이 향상되고 있지만 교통사고는 도리어 증가한 현상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일갈했다.

송창영 광주대 대학원 방재안전학과 주임교수는 도시 안전 전반에 대해 중장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광주는 도심과 산업단지가 인접해 있어 산단 안전 사고가 미치는 파급력이 클 수 밖에 없다. 도시 전체적인 차원에서 안전 대책을 강구할 때가 됐다"면서 "자연 재난 역시 최근엔 운이 좋아 비켜갔을 뿐, 광주가 안전해서 피해가 적었던 것이 아니다. 불확실성에 기인한 재난, 위험 요소를 아우르는 중장기 안전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마스터플랜이라는 차원에선 여전히 미진하다"고 했다.


"땜질 처방보다는 기존 제도 다듬고 실효성 높여야"

전문가들은 안전 확보를 위한 새로운 법제화보다도 현행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교수는 "건설 현장 안전·규제는 이미 마련돼 있고 수시로 정비되고 있다. 현장에서 어떻게 이행·실천하게 할 지가 더 중요하다"면서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여러가지 보완책들이 있을 수 있다. 민간 건축 현장은 지자체가 허가 단계부터 안전 관리 계획 이행 방안을 어떻게 검증·감시할 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는 인력이 부족해 현장 점검이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건설 안전 전문가, 숙련 기술자, 퇴직 공무원 등 다양한 외부 전문 인력을 충원, 현장 감시단을 운용할 수도 있다. 실비 보전 수준의 예산만 들여도 훨씬 많은 현장 실태 점검, 계도 등이 가능하다"며 "인력 탓만 하지 말고 제도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적극·협치 행정이 필요하다"고 덧붙다.

방재 기관 간 명확한 업무 분장과 협업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 교수는 "소방이 본연의 임무가 아닌 곳에도 출동하는 경우가 잦다. 법령에 따라 산불 진화는 이미 산림청과 지자체 대응 체계가 중심이지만 여전히 기관 간 역할 분담이 모호하다. 도로 배수 지원 등 어찌 보면 지자체 소관 업무까지도 소방이 떠맡고 있다. 방재기관 간 조율을 통해 적재적소에 인력·장비가 투입돼야 효율적 대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통 분야에서 조 교수는 "기본 법규·질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제도적 개선이 먼저"라고 제언했다.

그는 "도로라는 공유재를 이용하는 데 있어 개인의 책임과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의식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며 "각종 면허 취득 과정에 필요한 교통법규 관련 지식·소양을 더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 면허 갱신 절차에서 단 2시간 만이라도 개정도로교통법 재교육을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송 교수 역시 "크게 법제화를 바꿀 일이 아니라 당장 건축 심의·인허가 단계부터 비상 차량 동선 확보 등 방재 개념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안전 만큼은 타협해선 안 되는 원칙"이라면서 "재난 안전 선진국 사례를 봐도 어떠한 법·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시민 스스로 안전의식을 갖고 실천할 수 있는 교육"이라고 역설했다.

안전 공동체는 시민이 주체, 문화로 정착돼야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안전은 결코 법과 제도로서 확보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자체 중심 안전 관리 체계에서 탈피, 시민 협치·소통의 거버넌스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최 교수는 "결국엔 개개인의 인식 변화가 더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안전에는 필연적으로 불편이 뒤따르고 비용 부담도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면서 "안전을 위한 유·무형의 지출이 결국엔 재난, 사고로 인한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인식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지역사회 차원의 공감대 형성이 안전 공동체 구축의 전제가 된다"고 했다.

김 교수도 도시 방재 측면에서 "시민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 내 어떤 취약·위험 요인이 있는지 미리 알아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자연 재난 또는 화재 등 상황에서 초기 대응은 어떻게, 대피는 어디로 해야 하는 지 아는 시민이 극히 드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전문자 발송으로 끝날 게 아니라 시민들에게 올바른 안전 정보를 미리 제공하고, 자발적으로 재난 취약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시민들이 재난 예방활동에 참여하면서 늘 안전에 관심을 가질 수 있어야 능동적이고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하다"며 "마을 중심 안전망 구축·협력 체계를 내실 있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조 교수도 "안전은 개인이 아닌 공동체 차원에서 지켜가야 한다. 공동체 안전에 대한 개인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안전 의식 증진에 힘써야 한다. 기술적·제도적 발전보다도 인식의 성숙이 안전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송 교수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예로 들며 "당시 생존자 중 98%는 구조 당국이 아닌 시민 스스로 행동해 살아남았다"면서 "시장, 구청장이 모든 재난·사고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질 수 없다. 안전에는 주체와 객체가 따로 없다. 시민 각자가 경각심을 잃지 않고 안전 파수꾼이 돼야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leeyj25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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