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추수감사·중국 중추·일본 오봉절… 날짜·풍습 달라도 본질은 ‘감사’

황혜진 기자 2023. 9. 2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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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각국의 추석 명절
미국, 청교도의 신대륙 정착 기념한 날
칠면조 나눠먹고 ‘블프시즌’ 시작돼
중국, 한국 추석처럼 음력 8월 15일 맞춰
제사 올리고 복 상징하는 ‘월병’ 먹어
일본, 설 ‘쇼가쓰’와 함께 최대 명로
조상에 제사·성묘… 선물도 주고받아
캄보디아 ‘프춤번’(가운데 줄 왼쪽 사진부터)과 일본 ‘오봉’, 태국 ‘러이끄라통’ 등 세계 각국의 추석과 유사한 명절 행사와 음식들. 게티이미지뱅크 연합뉴스

곡식과 과일을 수확해 조상이나 신에게 감사드리며 가족·친척 간 즐거운 시간을 갖는 추석.나라마다 이름과 시기는 다르지만 신과 자연에 감사를 표하는 우리의 추석 같은 명절은 세계 여러 나라에 존재한다. 동양의 추석이 가족끼리 모여 조상을 기리는 대표적인 명절이라면 서양은 풍성한 음식을 곁들인 일종의 축제에 가깝다. 지구촌 곳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추석 명절에 대해 알아봤다.

◇중국 ‘중추절’ = 우리나라 추석과 가장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 중국 중추절(中秋節)은 날짜도 음력 8월 15일이다. 이름 그대로 가을의 한가운데 있는 날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중추절에는 달을 상대로 제사를 지내고 달을 감상하는 풍습이 있다. 이는 신선이 돼 달로 날아가 버린 미녀 창어(嫦娥)를 기리기 위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추절 명절 음식으로 ‘보름달 모양의 떡’이란 뜻의 ‘월병(웨빙·月餠)’이 있다. 달에 올리는 제사상에는 월병이 반드시 놓이며 둥근 모양을 한 과일도 올라간다. 중국인들은 중추절에 월병을 만들어 먹거나 사서 친척과 지인들에게 선물로 나눠준다. 월병은 만드는 재료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둥근 달 모양을 닮은 월병에는 밀가루와 설탕, 계란, 팥, 참깨, 파, 육류, 말린 과일 등을 넣는다. 중국인들은 월병을 둥글게 만들수록 복이 온다고 생각해 최대한 보름달 모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일본 ‘오봉절’ = 일본의 추석은 한국·중국·베트남과는 달리 양력 8월 15일이며 ‘오봉(お盆)절’이라고 부른다. 양력설인 ‘쇼가쓰’와 함께 일본 최대 명절이다. 오봉은 수확에 대한 축제보다는 세상을 떠난 조상이 이날 집으로 찾아온다는 의미가 깊어 제사와 성묘에 더 신경을 쓴다. 이날 전후로 3일가량 쉬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봉절에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가족끼리 모여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오주겐(お中元)’이라고 일컫는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이 있다. 이날에는 현관 앞에 향을 피워놓고 조상의 영혼을 모시며 불단에서 제사를 지낸다. 저승에 있는 조상이 찾아올 때 길을 잃지 말라는 의미다. 오이와 가지로 말과 소 모양의 장식을 걸어놓기도 하는데 말은 빨리 오기를, 소는 천천히 돌아가기를 바라는 의미라고 한다. 오봉 다음 날인 8월 16일에는 불을 피워 떠나는 조상의 영혼을 배웅한다. 오봉 기간에는 꽃을 본떠 만든 알록달록한 화과자와 달 모양으로 빚은 떡인 ‘당고’를 먹는다.

◇베트남 ‘쭝투’, 태국 ‘러이끄라통’ = 동남아시아에도 우리 추석과 같은 명절이 있다. 베트남에서는 한국과 중국처럼 음력 8월 15일이 추석이다. 베트남말로 ‘쭝투(Trung thu)’라고 하며 둥근 모양의 빵인 ‘반쭝투’를 먹는다. ‘반’은 빵이란 뜻이고 ‘쭝투’는 ‘중추’라는 한자에서 유래했다. 다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선물하거나 어린이들이 사자탈춤이나 가면놀이 등을 하면서 보내기 때문에 어린이들을 위한 날로 인식된다.

태국에는 ‘러이끄라통’이 우리의 추석과 비슷한데 ‘끄라통’이라고 하는 연꽃 봉오리 모양의 등불을 강가에 띄우며 소원을 비는 풍습과 소원을 적은 커다란 등불을 하늘에 날리는 등 다양한 전통문화 축제가 열린다. 캄보디아의 추석인 프춤번(Pchum Ben)은 음력 8월 16일부터 15일간 진행되는데 캄보디아인들은 이 기간에 지옥문이 열리면서 조상들이 밥을 얻어먹기 위해 찾아온다고 믿고 있다. 프춤번 기간에는 절 일곱 군데를 찾아 음식을 공양하고 법문을 들어야 한다. 필리핀의 추석은 ‘만성절’이라고 해서 양력 11월 1일이다. 필리핀 최대의 명절로 고향을 찾고 성묘를 한다. 찹쌀로 만든 케이크와 바나나잎에 싼 찹쌀밥을 먹으며 가족 친척 간 화합을 다진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1일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추수감사절 연례행사에서 칠면조를 사면하고 있다. 이 행사는 백악관 추수감사절 공식 연례행사로, 사면받은 칠면조는 자연적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지내게 된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추수감사절’ = 미국의 추석은 기독교도에게 익숙한 ‘추수감사절’이다. 우리의 추석처럼 연례 최대 행사 중 하나로 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에 열린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청교도의 신대륙 정착을 기념하는 축제다. 1620년 신앙의 자유를 찾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에 정착한 영국 청교도들이 이듬해 추수를 마치고 예배를 한 데서 유래했다. 청교도는 낯선 이방인들에게 경작법을 가르쳐 준 인디언을 초대해 칠면조를 나눠 먹었고, 이 풍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추수감사절 다음 날은 연중 최대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돼 새벽부터 쇼핑센터 앞에 장사진을 이루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프랑스 ‘투생’ = 유럽 추수감사절의 기원은 그리스도교 포교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슷한 의식이 로마제국이나 그리스 등지에 있었고 유대인들도 ‘수케’ ‘시케’라는 가을 수확 무렵의 축제를 지냈다. 프랑스에는 ‘투생’이라 불리는 가을 명절이 있다. 매년 11월 1일에 행해지는 가톨릭 축일로, ‘모든 성인’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날엔 묘소에 꽃을 갖다 바치며 고인을 회상하는데 이외에 온 국민이 함께 즐기는 특별한 풍속은 없다. 학교는 ‘투생’을 전후해 약 2주일간의 방학에 들어가며 박물관을 제외한 공공기관은 문을 닫는다. 독일은 추석에 비교할 만한 명절은 없지만 추수감사절 특산품이나 지역별 축제가 유명하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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