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주변 관리 못한 제 불찰…국민께 진심으로 사과”
박 전 대통령은 26일 공개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임 시 공과와 옥중생활 등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국정농단과 공천개입 등으로 징역 22년이 확정돼 수감생활을 하던 중 지난 2021년12월 특별사면됐다.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의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운영 개입에 대해선 “처음에 최 원장이 ‘재단 이사진으로 좋은 사람들을 소개할까요’라고 했을 때 거절하지 않은 것을 정말 많이 후회했다”며 “검찰 조사를 받으며 들으니까 최 원장이 재단 실무진의 면접도 보고 운영도 관여했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놀랐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제 불찰이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최씨와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에 당선된 후 청와대로 들어오면서 사적인 심부름을 할 사람이 없었다”며 “대통령이 되기 전에 한 번도 최 원장이 저를 이용해 사적인 잇속을 챙긴다거나, 이권에 개입하거나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심 없이 저를 도와주는 사람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2017년 10월 일체의 재판을 거부하고 이후 법정에 안 나온 이유에 대해선 “국정 운영을 하면서 제가 일부 실수는 있었겠지만 뇌물죄로 기소되고 탄핵당할 정도의 잘못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래서 일주일에 네 번의 재판도 감수하면서 체력적으로 한계에 다다랐어도 법원을 믿고 버틴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법원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보면서 ‘공정한 재판이나 결론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판 포기를 통보했다. 어떤 형량이 나오든 결국은 나중에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믿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장들로부터 특별활동비를 받은 것에 대해선 “특활비를 제 사적 용도로 쓴 것은 전혀 없다”며 “취임 초 보좌진으로부터 국정원에서 청와대 운영과 관련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돈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고, 또 ‘역대 정부에서도 (국정원이) 그런 지원을 해왔다’길래 그러면 ‘지원받아서 일하는 데 쓰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유야 어찌됐건 제 지시로 청와대에 지원한 것 때문에 세 분의 국정원장이 많은 고초를 겪은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라며 “(특활비에 대해) 법적 검토를 받지 않았던 것은 정말 후회스럽다. 이 모든 것은 제 책임이지 이 세 분한테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실패한 정부’라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선 “제가 임기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실패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제가 받아들인다”며 “그러나 ‘정책적으로 실패한 정부다’라고 한다면 도대체 어떤 정책이 잘못됐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위안부 합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체결 등 재임 시 외교안보 분야의 주요 결정에 대해 “안보를 위해서 꼭 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일을 정말 하늘이 도우셨는지 다 하고 감옥에 들어가 다행이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내년 총선 때 친박계 인사들의 출마설에 대해선 “(출마가) 저와 연관된 것이란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과거 인연은 과거 인연으로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국정농단 특검팀의 윤석열 수사팀장이 보수 진영의 대선후보가 돼 정권교체를 한 데 대해 “좌파 정권이 연장되지 않고 보수 정권으로 교체된 것에 안도했다”고 말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통합진보당 해산, 공무원 연금개혁,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등 성과를 언급하며 “국운이 달린 문제라 어떤 것을 무릅쓰고라도 꼭 해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창조경제 혁신센터에 대해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역할을 기대하면서 상당히 공을 많이 들인 정책”이라며 “제가 탄핵되기 전부터 벌써 상당한 성과가 나오기 시작해 보람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에 찬성한 일부 친박계 의원을 향해서도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는 “소위 ‘친박’이라는 의원 중에 탄핵에 찬성한 의원도 있었고, 저의 오랜 수감 기간 동안 한 번도 안부를 물은 적이 없는 의원이 대부분”이라며 “동생(박지만 EG 회장)의 친구인 의원도 원내대표였던 의원도 탄핵에 찬성했다는 얘기를 듣고서 사람의 신뢰와 인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추석을 사흘 앞둔 25일 대구 달성군 사저 인근 전통시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대구 지역 사찰인 동화사를 찾은 이후 8월 15일엔 모친인 고(故) 육영수 여사의 기일을 맞아 구미 상모동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다. 지난 13일 달성군 사저에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를 만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총선에서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자고 일어나면 새로 생긴다는 ‘이 가게’…청년사장들 다 몰렸다는데 - 매일경제
- “너 돌머리다, 왜 안 쓰러져”…‘신림동 성폭행 살인’ 최윤종이 한 말 - 매일경제
- ‘유도 한판패’ 당한 한국 선수 다가오자 이긴 북한 선수가 한 짓 - 매일경제
- 누구는 2주, 누구는 0주…복불복 잔치로 끝난 두산로보틱스 청약 - 매일경제
- 귀성 ‘이날’은 피하세요…추석 연휴 4000만명 이상 이동 - 매일경제
- ‘이재명 영장기각 탄원서’ 압박에…체포안 찬성한 의원도 제출 - 매일경제
- “늙은것도 서러운데 더 가난하기까지”…40년대 이전생 40%가 ‘빈곤’ - 매일경제
- 태국서 충격적 음란생방송…‘나라망신’ 한국 유튜버, 법원서 한 말 - 매일경제
- 주담대 4.3억 직장인…1년이자 300만원 아끼는 방법 있다고? - 매일경제
- 中 강세 뚫고 찬란하게 빛난 韓 수영, 25일 금2·동2 수확! [항저우 현장]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