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가느니 용돈 벌래요”…황금연휴, 최대 200만원 단기 일자리 찾는 청년들

조연우 기자 2023. 9. 26.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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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에 사는 대학생 나모(22)씨는 추석 연휴 부모님이 있는 고향 경남 창원에 가지 않기로 했다.

백화점 건강기능보조식품 직영점에서 연휴 기간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연휴 기간 목돈을 벌기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한편 취업 여부를 묻는 친척들 때문에 명절이 곤욕이었던 취업준비생에게 연휴 기간 단기 아르바이트는 일종의 도피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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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단기 아르바이트 채용공고 3000건 이상
성인남녀 55.7% “추석 연휴, 아르바이트 계획 중”
하루 13만원 고액 단기 알바, 이틀만에 마감
“고물가·취업난 겹치자 귀성 대신 목돈 마련 나서”

서울 동작구에 사는 대학생 나모(22)씨는 추석 연휴 부모님이 있는 고향 경남 창원에 가지 않기로 했다. 백화점 건강기능보조식품 직영점에서 연휴 기간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루 9시간, 추석 연휴 2주 동안 일하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무려 200만원가량. 그는 “자취하면 식비, 전기요금, 관리비까지 최소 월 60만원인데, 황금연휴에 바짝 일하면 3개월 치 생활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이 물품을 정돈하고 있다. /조선DB

연휴 기간 목돈을 벌기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부모에게 손을 벌리기 눈치 보여 용돈벌이에 나선 대학생부터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져 친척 모임을 피하려는 취업준비생까지 사유는 제각각이다.

25일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 알바몬에 올라온 연휴 기간 단기 아르바이트 채용공고는 총 3163건으로 집계됐다. 일자리는 하루 20만원을 주는 물류센터 업무부터 식당 보조, 무인 로봇 카페에서 로봇을 관리하는 업무까지 다양했다. 연휴 기간 아이돌 가수 사진을 포장하는 단기 아르바이트도 눈에 띄었다.

설·추석마다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는 서울 강남구 한 건강기능식품 직영점은 구인 공고를 올린 지 이틀 만에 공고를 마감했다. 이 구인 공고에 지원한 대학생 나모씨는 “최저시급이 9620원까지 올랐다곤 하지만, 학기 중에는 수업과 과제 때문에 일할 여유가 없어 하루 4만원도 벌기 힘들다”며 “연휴가 용돈을 바짝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직영점 관리자는 “다른 지점보다 수당을 1~2만원 높게 줘서 채용 문의를 남긴 지원자들이 많았다”며 “목돈도 벌고 명절이 끝나면 차질 없이 학업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20대 젊은 지원자 사이 인기 알바다”고 말했다.

한편 취업 여부를 묻는 친척들 때문에 명절이 곤욕이었던 취업준비생에게 연휴 기간 단기 아르바이트는 일종의 도피처다. 1년째 대기업 최종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취업준비생 김모(28)씨는 추석 연휴 동안 시급 1만5000원에 집 근처에서 식당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식당 서빙 일을 하던 직원을 대신해 일주일 동안 평소 시급보다 5000원을 더 얹어 총 84만원을 받기로 했다. 그는 “가족과 친척을 만나도 (언제 취업하냐고) 걱정만 할 텐데, (고향에 가지 않고) 서울에서 자취할 때 필요한 생활비라도 버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성인남녀 2586명을 대상으로 ‘추석 아르바이트 계획’을 물은 결과, 55.7%가 추석 연휴 아르바이트를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유로는 ‘단기간에 용돈을 벌기 위함’이 38.3%(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지출 부담으로 인해 추가 수입이 필요해서, 친척들과의 만남, 잔소리를 피하고 싶어서 등의 이유도 있었다.

25일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에서 일급 7만원~20만원짜리 명절 단기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 3163개가 올라와 있다./ 알바몬 화면 캡쳐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례들이 젊은 층이 직면한 취업난과 고물가 시대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난과 높은 체감물가를 감당하기 위해 단기 고액 아르바이트를 찾는 청년들이 늘었다”며 “공휴일에 지급되는 휴일근로 수당을 받기 위해 귀성보다 단기 일자리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장기 취업준비생이면 경제적인 문제와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겹쳐서 온 가족이 모이는 자리를 회피하는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교통비·명절 선물 비용 등을 감당하기보다 구직활동·시험 준비에 필요한 돈을 버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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