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탐구] 내 곁의 세금 전문가 세무사

한겨레 2023. 9. 25. 17: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4대 의무’가 있다. 국방, 교육, 근로, 그리고 납세의 의무다. 헌법 제38조를 보면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명시돼 있다. 다시 말해 성실하고 정직하게 세금을 내는 것은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는 뜻. 한국세무사회 양한규 홍보이사와 함께 국민의 납세 의무를 돕는 세무사가 하는 일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사진 손홍주

PROFILE

한국세무사회 양한규 홍보이사

•한국세무사회 제33대 홍보이사

•세무회계세흥 대표세무사

•한국세무연수원 교수

•한국세무사회 법제위원회 위원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회계학 전공)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골치 아픈 세금 관련 업무를 대신해

Q, ‘세무사’의 업무를 ‘한 줄 요약’해주세요!

A, 세무사란 납세자의 위임을 받아 세금과 관련한 업무를 대신하는 사람입니다. 이 한 줄을 더욱 간단히 요약하면 바로 ‘세무대리’죠. 납세자는 세법에 따라 세금을 납부할 의무를 지는자를 말해요. 세무사는 납세자와 관련된 세금 업무를 대신하는 전문가입니다. 변호사가 원고나 피고를 대신해 소송을 하듯, 세무사는 세금에 관한 종합적인 상담 업무부터 장부를 대신해서 작성하고 관리하며각종 세금 신고 업무를 대신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대리인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요? 세법, 즉 세금과 관련된 법이 아주 복잡해서 일반 납세자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에요.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일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본인들이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게 더욱 효율적인 선택이니까요.

Q, 세무사의 가장 대표적인 업무인 세무대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세금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정부와 지방 정부를 운영하는 데 꼭 필요한 재정 자원이에요. 한꺼번에 거둬서 단번에 쓰는 것은 불가능하고, 또 그럴 필요도 없죠. 그래서 세금은 항목별로 일정한 신고 납부 기한이 있습니다. 세무사들은 그 일정에 맞춰서 납세자의 각종 세금 신고를 대신 담당해 처리하고 있어요. 간략하게 1년 동안의 세무 일정을 알려줄게요. 먼저 1월, 4월, 7월, 10월에는 부가가치세(재화, 용역이 생산되거나 유통되는 모든 거래 단계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를 과세 대상으로 하는 세금)를 신고합니다. 그리고 3월에는 법인세를, 5월에는 종합소득세를 신고해요. 매월 10일에는 원천징수(소득을 얻은 사람이 세금을 직접 납부하는 대신, 소득을 지급하는 사람이 관련한 세금을 미리 징수해 납부하는 제도) 이행상황신고서를 제출하고 있어요. 쉽게 말해 부모님이 직장에 다니며 매월 월급을 받죠? 이때 회사에서 일정한 세금을 떼어 다음 달 10일까지 국가에 대신 납부하는게 원천징수예요. 이렇게 세금별로 신고해야 하는 달을 나눠 국세청의 업무가 과부하가 되는 것을 방지하고 납세자에게는 편리함을 높여주고 있죠.

Q, 매달 정해진 일이 있는 줄 몰랐어요. 그렇다면 수시로 하는 업무로는 어떤 게 있나요?

A, 부동산과 주식, 부동산 권리 등을 거래하면서 발생한 이익에 대해 내는 양도소득세, 타인으로부터 무상으로 받은 재산을 과세 대상으로 하는 증여세, 돌아가신 분께 재산을 물려받았을 때 납부하는 상속세와 같이 재산에 관련한 세금은 수시로 신고 및 납부를 대행합니다. 이 외에도 세무조사를 받는 납세자를 대신해 조사에 함께하거나 의견을 내 부당한 세금을 내지 않도록 돕기도 하고 조세불복(불합리한 과세 처분으로 억울한 세금이 부과됐을 때 이를 사전에 고치거나 권리를 구제하는 제도)에 대응하기도 하는 등 세금과 관련한 업무는 모두 도맡고 있어요. 보험이나 기업의 재무 상태를 진단하는 데 특화된 세무사도 많답니다. 다행히 세무사에게는 든든한 파트너인 세금 신고 장부를 작성하거나 신고를 대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세무사랑’이라는 세무회계프로그램이 대표적이에요. 많은 세무사가 실무에서 활용하는 고마운 친구죠.(웃음)

Q, 세무사의 업무 중에는 세금 부담을 줄이는 절세 상담도 빼놓을 수 없을 듯해요. 합법적으로 세금을 덜 낼 수 있는 절세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A, 위법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밖으로 빼내 새어나가게 함)하면 탈세지만, 합법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줄이면 절세가 됩니다. 그 이유는 세법에 각종 소득과 세액에 대한 감면 조항이 있기 때문이에요. 납세자들이 잘 알지 못하는 조세특례(특별하고 예외적인 경우 특례세율을 적용해 세액을 감면 및 공제하는 것) 사항을 놓치지 않고 적용해서 납부할 세금의 액수를 줄여주는 것이 세무사가 하는 절세 상담입니다.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더 낼 이유는 없으니까요. 세무사를 가족이나 친구처럼 곁에 두는 게 절세의 비결이 되겠죠?

2차에 걸친 세무사 시험 합격은 기본, 늘 공부하는 자세 갖춰야

Q, 의뢰인의 일을 대신하다 보니 그만큼 책임감이나 부담도 더 클 것 같아요. 세무사로 일하면서 업무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무엇인가요?

A, 세법이 정한 신고납부 기한을 지키는 것이 기본 중 기본입니다. 양도소득세를 예로 들어볼게요. 양도소득세는 적게 신고할 경우 10%, 예정된 기한까지 신고하지 않을 경우 20%, 부정하게 무신고 또는 적게 신고하면 무려 40%의 가산세를 부과하고 있어요. 이는 의뢰인에게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봤던 장부도 꼼꼼하게 다시 보고, 달력도 한 번 더 펼쳐 일정을 체크하다 보니 의도하지 않게 ‘의심병’이 생기기도 하죠.

Q, 세무사로 일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의뢰인의 세금 업무를 도와 절세를 돕거나 조세불복 대응 소송에서 승소하는 것도 물론 보람 있는 일이지만, 중고등학교에 초청돼 진로 강사로서 세무사의 직업에 대해 알려줬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특히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재산이 20조 원에 달했는데, 상속세를 약 12조 원 가까이 내야 했다는 예화를 알려주면 아이들이 굉장히 흥미진진해하고 눈을 반짝이며 듣곤 했죠. 이렇게 세금의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미래의 납세자와 깊은 고민을 나눠보는 것이 참 보람차답니다.(웃음)

“세무사는 개인의 재무 상태와 기업의 경영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 컨설팅해주는 전문가예요. 세법은 해마다 바뀝니다. 인공지능이 그 개정안과 변화를 빠르게 따라잡고 납세자에게 안내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거라고 자신해요.”

Q, 세무사가 되려면 세무사 자격시험 합격이 필수죠?

A, 맞아요. 세무사 시험은 국가공인자격시험인데요, 1차 시험 과목으로는 재정학, 세법학개론, 회계학개론, 상법/민법/행정소송법 중 한 과목, 그리고 영어가 있습니다. 1차 시험은 객관식으로 치러지고, 영어는 토익 등 공인어학성적을 1차 시험 응시할 때 제출해야 합니다. 1차 시험에 합격해도 끝이 아니죠. 논술형으로 치르는 2차 시험 과목으로는 회계학1부(재무회계, 원가관리회계), 회계학2부(세무회계), 세법학1부(국세기본법, 소득세법, 법인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세법학2부(부가가치세법, 개별소비세법, 지방세법·지방세기본법·지방세징수법 및 지방세특례제한법 중 취득세·재산세 및 등록에 대한 등록면허세, 조세특례제한법 등) 등이 있어요. 지난해 자료를 보면 1차 합격률은 37.3%, 2차 합격률은 11.6% 정도였답니다. 저는 2년 준비해 합격했어요.

Q, 합격률이 10%를 조금 넘는 정도라니! 절대 쉬운 시험이 아니네요. 그런데 이렇게 시험에 합격해도 바로 세무사로 일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요?

A, 세무사 시험에 최종 합격한 뒤에도 한국세무사회에서 주관하는 수습세무사 실무 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 기본교육 1개월과 국세청, 세무서, 세무법인 및 세무사 사무소에서 5개월간 특별교육을 받게 되는데, 이때 전문자격사로서 갖춰야 할 윤리의식과 소양교육, 국세 및 지방세 교육, 회계 및 세무회계, 국제조세 등을 교육받고 실무를 경험하게 됩니다.

Q, 지난 3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직업’으로 세무사를 꼽기도 했어요. 이에 대해 세무사들의 의견은 어떤가요?

A, 세법은 해마다 바뀝니다. 인공지능이 그 개정안과 변화를 빠르게 따라잡고 납세자에게 안내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거라고 자신해요. 그러나 세법이 개정된다는 것은 세무사가 공부해야 할 부분이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해요. 그래서 현직 세무사들이 업무 자질을 갈고닦을 수 있도록 한국세무사회에서도 정기적으로 교육 및 연수를 제공하고 있죠. 무엇보다 세무사는 개인의 재무 상태와 기업의 경영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 컨설팅해주는 전문가예요. 이런 부분은 인공지능이 대신하기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Q, 역시 자기 계발을 놓을 수 없는 직업이군요. 마지막으로 세무사를 꿈꾸는 청소년에게 직업적인 조언을 한마디 남겨주세요.

A, 중학생이 지금부터 소득세나 증여세 등 세금에 대해 막연하게 공부하는 것은 와 닿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세무 업무를 미리 공부하고 싶다면 대동세무고, 인천세무고, 경북세무고 등 세무특성화학교에 진학하거나 특성화고등학교에서 세무 관련 학과를 선택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대학교에 진학해 세무회계 관련 학과를 전공하는 것도 좋습니다. 여기에 더해 세무사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긴 고등학생이라면 한국세무사회가 주관하는 국가공인자격시험인 전산세무회계나 세무회계, 기업회계 등의 시험에 응시해보세요. 응시 자격에 제한이 없어 고등학생들이 많이 도전하는 시험이랍니다. 이런 자격증을 취득해두면 대학 진학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 사진 손홍주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