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시공 해법으로 거론되는 감리제도 개선…"허가권자 지정 강화", "디지털 전환"

최서윤 기자 2023. 9. 2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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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건축사협회, '허가권자 지정감리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안 토론회' 개최
"현행 제도 강화론 안 돼…설계감리·시공감리 분리해야" 반론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한건축사협회는 25일 건축사회관 대강당에서 '허가권자 지정감리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2023. 9. 25. 뉴스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작년 1월 광주 화정에 이은 올해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공사현장 붕괴사고에서 모두 '설계도면과 다른 시공'으로 '감리 부실'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제도 개선 해법으로 현행 허가권자 지정감리제 강화와 감리 전 과정의 디지털 전환 등 의견이 제기됐다.

대한건축사협회는 25일 서초구 서초동 건축사회관 대강당에서 '허가권자 지정감리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고 현행 감리 제도를 평가했다.

공사감리 제도는 1970년 건축사 감리가 의무화된 이래 대형 붕괴사고에 대응해 개선돼왔다. 1986년 독립기념관 화재 이후 '시공감리제'가 신설되고, 1992년 신행주대교 붕괴로 '책임감리제'가 신설된 식이다. 1993년 우암아파트 붕괴 이후 '주택감리제'로, 1994년 성수대교 및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건설사업관리제'로 발전했다.

다만 건축물 안전사고가 잦아 불법행위를 근절할 필요성이 커졌는데 건축주의 이해관계로 감리의 권리행사가 쉽지 않자, 2016년 처음으로 '허가권자 감리제도'가 도입됐다. 건축주가 직접 시공하는 소규모 건축물(200㎡ 이하)과 주택으로 사용하는 건축물은 허가권자가 감리자를 지정하고 있으나, 그 외엔 건축주가 직접 선정토록 예외를 두고 있다.

정운근 대한건축사협회 법제전문위원은 발제를 통해 "제도 시행 전 특히 다가구 주택을 중심으로 불법 방 쪼개기와 불법 옥탑 개조 등 불법·부실이 많았다"면서 "일단 허가권자 지정감리 시행 초기인 2016년 당시 관련 행정처분이 214건에 달했던 데서 2022년 102건으로 50%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200㎡ 이상 주택 등 예외 경우에서 여전히 무자격자 시공과 가구수 쪼개기, 철근배근 누락 등 부실공사와 불법 문제가 많다"면서 예외 규정을 개선하고 사후평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허가권자 지정감리 대상을 확대하고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일각에선 수십년간 계속되는 부실공사와 불법건축 문제에 대해 기존 감리제도를 강화하는 식으로 대처해온 접근법 자체가 문제란 지적도 나온다. 건축가와 건축사들 사이에선 '건축물을 직접 설계한 사람이 감리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박현진 새건축사협의회 부회장은 이날 토론에서 "제3자 감리에 원칙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반론을 냈다. 그는 "허가권자 지정감리가 처음엔 소규모 건축물을 대상으로만 시작했는데, 건축사의 이익과 부합이 되어 제도가 계속 확대됐고 설계자는 현장에서 배제되어 왔다"면서 "분명히 모든 공사에서는 설계자의 참여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실제 설계의도 미구현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설계의도 구현 용역을 발주할 수 있지만, 지난 2021년 기준 설계공모 총 978건 중 설계의도 구현 용역 발주는 188건(약 19.2%)에 그쳐 설계의도와 달리 디자인이 훼손된 시공 사례가 잦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 총괄 건축가인 이상진 전 숭실대 건축학부 교수는 토론 말미 "미국에선 감리를 감사의 의미가 강한 단어 '인스펙션(inspection)'이 아닌 관찰 의미의 '옵저베이션(observation)'으로 부른다"면서 "설계감리와 시공감리를 분리해서 '설계감리'는 설계자가 끝까지 책임토록 하고 '시공감리'는 품질과 안전을 책임지는 감리로 따로 고용하는 방식을 제안한다"는 의견을 냈다.

◇"건설현장만 아직 종이도면 보고 감리…디지털 전환 시급"

현행 제도를 강화하는 것보다 패러다임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날로그 방식의 패러다임을 디지털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7월 5일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인천 검단 붕괴사고 재발방지대책 중엔 '검측자료의 디지털화 강화'가 포함됐다. 사조위는 "공정별, 공사일자별, 공사부위별 공사관리의 효율화와 체계적 관리를 위해 공사관리 항목의 시스템화 및 디지털화 등의 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드론과 같은 디지털 장비 활용 근거도 마련해 활용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기상 대한건축사협회 회원권익위원회 위원장은 "광주 화정 사고와 인천 검단 사고의 문제 원인이 결국 부실감리에 있다고 지적되면서 변호사가 감리하자는 말(서울변회 '법률 감리')까지 나오는데, 이렇게 제도 개선 만으론 더 이상 문제 해결이 안 된다"면서 "이미 디지털 전환 시대에 접어들어 건물 규모가 너무 커지고 복잡해졌기 때문에 감당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건설현장만 아직도 종이도면을 보고 감리하고, 현장에서 단계별·공종별 체크리스트를 말로 체크한 뒤 나중에 형식적인 서류작업을 하는 관행이 비일비재하다"며 "이제는 디지털화로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대외신인도를 향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검측자료 데이터의 실시간 정렬이 가능해지면 이 같은 감리자료도 하나의 귀중한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 위원장은 "협회나 정부 등 공공이 나서줘야 할 분야"라며 "건물을 멋지게 짓고 모든 감리를 디지털로 하는, K건축을 위한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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