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푼다” 말만 믿다가 목 빠질판…분양권 거래 다시 ‘얼음’

손동우 전문기자(aing@mk.co.kr) 2023. 9. 2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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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대책 발표 후 거래 늘다
9월엔 절반 이상 줄어들어
후속 규제완화 조치 지연되고
시장 관망세에 거래위축 심화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대폭 완화한 1·3 부동산 대책 이후 살아나던 분양권 거래가 최근 다시 급격하게 쪼그라들고 있다.

양도세 완화·실거주 의무 폐지 등 예상됐던 후속 조치 일정이 연기된 데다 금리인상 등 변하는 시장 상황 때문에 관망세에 들어간 매수자들이 늘어난 영향이 커진 탓이다. 아파트 분양권이 부동산 전체 시장에서 먼저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 만큼 일반 거래 시장도 뒤따라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2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는 지난달 18건(계약일 기준)을 기록했다. 전월(7월·30건)보다 40% 줄었다. 이달 들어서는 5건에 불과하다. 9월의 경우 거래 신고기한(30일)이 남아 있지만 거래 분위기가 8월보다 더 좋지 않다는 게 부동산업계 귀띔이다.

아파트 분양권 거래는 2020년 상반기 이후 씨가 말랐었다. 문재인 정부가 서울·수도권 등 웬만한 지역은 입주 이후까지 전매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올 1월 청약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전매제한 기간을 대폭 완화한 후 거래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수도권의 경우 공공택지 및 규제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은 3년,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전매제한 기간이 단축됐다.

실제로 올 4월 분양권 거래는 39건으로 급증한다. 이후 5월부터 7월까지 매달 20~40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8월에 분위기가 꺾이더니 갈수록 거래가 위축되는 모습이다.

분양권 거래 위축은 규제 완화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졌기 때문이다. 분양권 시장은 투자자들이 주로 들어오는 만큼 가장 큰 리스크는 정책 변화다. 그런데 상반기 정책을 통해 대대적으로 발표됐던 여러 분양권 규제 완화가 현실화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분양가상한제 지역의 실거주 의무 완화와 양도세 감면이다.

특히 올해 세법개정안에 부동산 양도세 완화 조항이 빠져 분양권 세금부담이 여전히 높다. 일반 주택은 2년을 보유하면 일반과세로 팔 수 있다. 하지만 분양권은 1년 이내 팔 경우 70%, 2년 이내 팔면 60% 중과세가 여전하다. 지방세까지 계산하면 수익의 최대 77%까지 세금으로 내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폐지도 8개월 넘게 국회 첫 관문도 넘지 못해 폐지가 불확실하다. 정부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 적용 단지는 66개 단지 4만4000여 가구에 달한다. 즉 실거주 목표가 아니라면 현재 분양권 투자는 위험이 꽤 크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분양권 거래가 더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한다. 부동산 가격이 오름세를 타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 가격 괴리가 다시 커지고 있어 전반적인 거래위축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 서울뿐 아니라 세종과 광주 등 지방 주요 대도시들도 아파트 매물이 쌓이고 있다. 실제로 아실 데이터(9월20일 기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번 달 7만4895건까지 늘었다. 올해 2월(5만8073건)과 비교하면 29.0% 급증했다. 분양권과 함께 늘던 입주권 거래도 꺾이는 추세다. 올 6월 67건까지 치솟았던 입주권 매매는 지난달 29건까지 주저앉았다.

이같은 이유로 11월부터 서울 중화동의 ‘리버센SK뷰롯데캐슬’이, 12월엔 둔촌동의 ‘올림픽파크포레온’ 분양권도 거래가 풀리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긴 만만치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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