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와이 오아후섬 인태사령부 가보니… “북·중·러 함께 훈련하더라도 상징적일 것” [르포]

홍주형 2023. 9. 25.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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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북·러 관계 김정은·푸틴 개인적 관계 기반”
“中, 가장 비용 덜 드는 방식으로 대만 흡수하려 할 것”
中 대만 침공시 韓 역할엔 “상황 따라 한국이 결정할 문제”

“현재의 북·러 관계는 김정은과 푸틴의 개인적인 관계에 기반을 둔 것으로 생각한다. 미디어 앞에서 보여주려는 것이지, 군사적 통합 측면에서 진행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한국언론진흥재단·미국동서센터 언론교류 프로그램의 하나로 지난 18일(현지시간) 찾은 미국 하와이 오아후섬의 인도태평양사령부 관계자(senior defence officer)는 이같이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박 6일의 러시아 방문 일정을 마치고 17일 평양행 열차를 탄지 하루 뒤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우주 기술 지원을 약속했으며 이 만남으로 북·러간 군사협력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찾은 인태사령부 전경. 이 지점을 넘어서면 사진 촬영과 전자기기 반입이 금지된다.
사진 촬영이 금지된 인태사 내부에 들어서자 안개가 자욱히 둘러싸인 중에도 사방으로 탁 트인 태평양 바다가 내려다보였다. 본부 건물 1층에는 인태지역에 위치한 나라들의 국기가 3면으로 빼곡히 둘러싸여 있다. 전면 중앙에서 약간 왼쪽으로 치우쳐 걸려있는 태극기가 눈에 띄었다.

인태사령부의 주요 5개 도전과제(challenge) 중 3개가 중국, 러시아, 북한이다. 나머지는 국가가 아닌 자연재해, 극단주의다. 사실상 인태사가 이 지역에서 동맹국들간의 ‘공동의 위협’으로 설정하고 있는 그 셋의 결합이 최근 가속화되고 있다. 인태사령부는 세 나라 동향을 각종 정보를 통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결속력은 높지 않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북·중·러의 군사훈련 가능성도 낮게 봤다. 그는 “3국간 훈련의 증거가 보이지 않으며, 만약 3국이 훈련을 같이 하더라도 상징적인 수준일 것”이라며 “실전 상황에 대비한 훈련은 아닐 것이고 미리 스크립트를 짜고 그에 따라서만 훈련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소련 시절 기술을 여전히 많이 사용하는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할 수 있는 무기나 탄약에 대한 수요는 있다고 평가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러 정상회담 후속조치로 내달 평양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 논의가 예상된다. 관계자는 “(유럽문제라고 생각했던) 우크라이나 사태도 인태지역에 영향이 있다”며 “지상군은 빠져나갔으나 전략 부대가 (태평양에) 남아있다. 푸틴은 태평양을 우선으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 인태지역의 최대 군사적 화두는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다. 이 관계자는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한 얘기가 많지만 (향후 1∼2년 사이에) 무력을 활용한 침공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중국은 가장 비용이 덜 드는 방식으로 대만을 흡수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이 전쟁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며, 확실히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그는 중국이 인태지역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높이고 대만 침공 시나리오를 통해 훈련하고 있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관계자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군사적 확대를 시작한 1999년과 현재의 인태지역에서의 영향력을 비교한 지도를 보여주며 “(중국인민해방군이) 대만 총통이 있는 곳을 타겟으로 하기도 하고, 미국 구축함을 타겟으로 하기도 한다. 실제 상황에서 전투하는 것을 대비해서 훈련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인태사는 중국이 이길 수 있는 날은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심어주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에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국의 역할에 대해선 “미국도 동맹국 도움이 필요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한국 정부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인태사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한다. 미국의 가장 오래된 통합전투사령부로 2차대전 당시부터 미국이 태평양으로 향하는 교두보였다. 태평양 육군, 함대, 공군, 해병대 외에 우주군이 참여하며 주한미군, 주일미군, 태평양특수작전사령부를 관할한다. 미 서부 해안부터 인도 서부에 이르는 전체 지구의 약 절반을 관할 구역으로 두고 있다.

호놀룰루=글·사진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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