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中유커]② “제주 면세점 구인 공고에 0명 지원”… 인력·인프라 태부족

제주=최효정 기자 2023. 9.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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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단체 관광 재개에 관광업계 ‘인력난’ 호소
중국어 인력 채용 몰리며 경쟁 심화
불안정성 우려에 복귀 망설여
수학여행·중추절 대목 겹쳐 ‘전세버스 대란’ 가능성

최근 한 제주 시내 면세점에 입점한 A 브랜드 매장은 중국어가 가능한 가능한 직원 모집 공고를 냈지만 한 달이 넘도록 지원자가 없어 채용을 하지 못했다.

구인난에 시달리는 것은 인근 다른 매장들도 마찬가지다. 신규 지원자가 부족하니 기존 직원들이 매장끼리 처우를 비교해 더 좋은 곳으로 옮겨 다니는 일도 빈번하다.

약 6년 5개월 만의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游客) 귀환으로 제주 관광업계가 희망에 차 있지만 현장에선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관광업계 종사자들이 업계를 떠난 상태라 인력과 인프라 정비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25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단체 관광 재개 등 영향으로 올해 하반기 중국인 관광객 수는 최대 1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52만명의 약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유커 유입은 이달 29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이어지는 중국 최대 명절인 중추절과 국경절 연휴 기간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일 제주 신라면세점 안내 센터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서있다./최효정 기자

하지만 현장 곳곳에선 인력 부족에 대한 호소가 들려온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중국어 가능 인력이 관광업을 떠나 다른 업계로 가면서 이들을 맞을 경력자가 없어 애를 먹는다는 것이다.

제주 시내 면세점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각각 1100명에서 1200여명 가량이던 인력 규모가 현재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초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각국에서 해외 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정상화를 위한 인력 채용을 시도하고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 갈길 먼 인력 정상화… 기피학과 된 제주 관광학과

국내 대형 여행사들도 앞서 정리해고나 자진퇴사 등으로 몸집을 대폭 줄인 상태라 인력난을 겪고 있다. 지난 2019년 2500여명의 직원을 보유했던 하나투어는 올해 초 기준 1100여명으로 축소됐으며 같은 기간 모두투어 역시 1150여명에서 500명대로 감소됐다.

노랑풍선은 2019년 9월 기준 561명이었던 직원 수가 2021년 3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대형 여행사 3사 모두 올 상반기 공채를 실시했지만, 교육이 필요해 현장에 바로 투입은 어려운 상황이다.

관광업계는 이같은 인력난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한다. 코로나19 기간 업계를 떠난 인력들은 다른 직종에서 자리를 잡았고, 여행업계의 낮은 연봉과 불안정성을 이유로 복귀를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신규 인력을 공급하던 제주 대학들도 코로나19 영향으로 관광관련 학과가 기피 학과가 되면서 기존 인력 수급 시스템이 망가졌다. 제주한라대는 지난 2020년 입시에서 호텔외식경영학과, 관광일본어과가 미달됐고, 제주관광대학교도 같은 해 카지노경영과, 리조트카지노경영학과 등 관광 관련 학과들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엔 제주의 관광의존도가 높으니 제주도민들이 관광업계를 진로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고, 중국국적 직원도 채용해 나름의 인력 수급 시스템이 있었는데 코로나 기간에 이런 구조가 파괴됐다”면서 “정상화되기 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 관광업계가 동시에 중국어 가능 인력 채용에 나선 점도 최근 구인 경쟁을 더 심화하는 요인이다. 공항·시내 면세나 여행사를 비롯해 대형 호텔·리조트들도 카지노와 리조트에서 일할 인력을 구하려 대규모 채용에 나섰다.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드림타워는 최근 카지노 직원 400명과 호텔 직원 100명에 대해 추가 채용에 들어갔다.

가이드, 전세버스 기사 태부족... “제주 관광인력 충원 위한 정부 지원 필요”

중국 단체 관광이 갑작스럽게 재개되면서 최근 중국인 전문 가이드는 ‘부르는 게 값’이다. 한 중국 인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쏟아지는데 중국인 전문 가이드는 구할 수가 없다. 우리 회사 직원 월급의 1.5배를 넘게 줘도 못 구한다”고 요즘의 상황을 설명했다.

중국 단체관광객을 태운 크루즈 상하이 블루드림스타호(2만4천782t)가 8월 31일 오후 제주항에 입항했다. 입국 수속을 마친 중국 관광객들이 시내관광을 위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연합뉴스

해외 단체 관광객들의 발이 되줄 전세버스 업계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중국 중추절 연휴가 한국 수학여행철과 겹쳐 대목이 예상되지만 기사가 모자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코로나 시기 제주 지역 버스기사는 수입이 안정적인 준공영버스로 대거 이직하거나 택배업 등 다른 업계로 떠났다.

상황이 이러니 최근엔 일감이 있어도 기사가 없어 버스를 놀리는 일도 발생한다. 현재 제주 지역은 전세버스 60여 개 업체가 1800여 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기사 수는 1400여 명에 그친다. 코로나 이전 1800여 명에 달하던 것이 감소한 것으로 버스 보다 기사 수가 모자른 상황이다.

제주 한 관광버스 업체 관계자인 40대 양모씨는 “지난달에만 관광버스 기사 세 명이 그만뒀다. 인력 유출이 심각한 상태”라면서 “중국 단체 관광이 본격화되면 앞으로 일이 많아질텐데 사람이 안 구해져 걱정”이라고 전했다.

한국여행업협회는 아예 제도 개선을 관련 부처에 요구하고 있다. 15인승 이하 승합차를 임시로 전세버스 영업을 할 수 있게 법제를 유연화해달라는 요구다. 전세 버스는 1종 대형 면허가 필요한데 15인승 이하 승합차는 1종 보통 면허로도 운전이 가능해 인력을 수급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워서다.

김의남 제주관광협회 실장은 “코로나 기간에 대형 식당부터 호텔, 전세버스, 관광가이드 등 모든 업종의 제주 관광 인력이 죄다 빠져나갔다. 어떤 업체를 만나도 제일 먼저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는 하소연부터 나온다”라면서 “유커 유입이 본격화될 때를 대비해 관광인력 충원에 대한 지자체·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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