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 전공 안했기에… 섬유예술 새로운 도전 가능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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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처음 외국을 나가 프랑스의 큰 태피스트리(여러 가지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를 보고 생각했죠. 옛날처럼 하면 안 되겠다. 저는 자수를 전공하지 않아 제대로 된 방법은 몰랐지만, 되는 대로 비슷하게 만들어 보려 노력했고, 쉬운 걸 어렵게 한 적도 많습니다."
이신자는 1970년대 섬유예술이라는 말도 없던 시절 '태피스트리'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작가로 덕성여대 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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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관 ‘…실로 그리다’ 회고전
한국 섬유예술 1세대 작가 이신자(93)가 21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그의 대규모 회고전 ‘이신자, 실로 그리다’는 22일 개막했다.
이신자는 1970년대 섬유예술이라는 말도 없던 시절 ‘태피스트리’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작가로 덕성여대 교수를 지냈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그의 초기작부터 2000년대까지 작품 90여 점과 드로잉, 사진 등 기록물 30여 점을 선보인다.
이날 전시장 속 다채로운 작품만큼이나 작가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무늬가 있는 검은색 스타킹에 하이힐을 신은 그는 “지금도 능력과 건강이 뒷받침된다면 좋은 작업을 하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서울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한 그는 “임직순 선생(1921∼1996)이 ‘회화에 재능이 있으니 미술을 하라’고 권했지만 당시 작업을 하는 여성이 별로 없었다”며 섬유예술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과감한 배포를 지니고 있었던 그는 1970년대 프랑스를 다녀온 뒤 앉아서 조그마한 작업을 할 게 아니라 ‘회화와 견줄 수 있는 크고 멋진’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어릴 적 할머니의 베틀을 보고 익힌 직조 과정을 토대로, 틀에 실을 묶어서 태피스트리를 짜 내려갔다. ‘숲’(1972년), ‘원의 대화 I’(1970년대), ‘어울림’(1981년)은 올 풀기로 독특한 표면 질감을 만들어 낸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선 초기 작업부터 전통적인 재료 대신 밀포대, 방충망, 벽지, 종이처럼 다양한 실험을 해 온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플라스틱이 들어간 실이나 납을 이용한 염색 방법을 직접 설명하면서 그는 “당시에는 ‘발가락으로 했느냐’거나, ‘대한민국 자수를 이신자가 다 망친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며 “그러나 내가 전공을 하지 않았기에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장 가운데에는 1990년부터 3년간 제작한 ‘한강, 서울의 맥’이 펼쳐진다. 길이 19m에 달하는 대작으로, 우리 민족의 애환과 발전상을 보여주는 한강을 소재로 기념비적인 작품을 남기겠다는 야심을 갖고 만든 것이다. 팔당 산골짜기에서 시작해 행주, 서해로 흐르는 한강의 모습을 태피스트리의 세밀한 명암 표현을 살려 수묵화처럼 담았다. 내년 2월 18일까지. 2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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