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디지털·스마트…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화려한 개막(종합)
구본길·김서영 앞세운 한국 16번째 입장…5년 만에 복귀한 북한에 뜨거운 환대
인간과 가상현실 '디지털 봉송주자' 성화 공동 점화로 17일간 열전 시작
(항저우=연합뉴스) 장현구 하남직 홍규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1년 미뤄진 제19회 하계 아시안게임이 23일 오후 9시(한국시간) 중국 저장성의 성도 항저우시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성대하게 막을 올렸다.
지난 3년간 세계를 위기로 몰고 간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에 접어든 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래 5년 만에 다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라는 뜻깊은 의미를 지닌 이번 대회는 절기상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에 또 하나의 서사를 써 내려갔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물과 가을 빛'이라는 주제로 한 공연에서 중앙 본부석 맞은 편 무대 바닥과 객석을 LED 전광판으로 꾸며 다채로운 시각 효과로 관객과 TV 시청자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았다.
이어 5천년 전 신석기 시대 항저우 일대에서 형성된 량주 문화의 유구함을 따뜻한 영상과 함께 추분 인사로 풀어내며 45개 나라에서 온 역대 최다 1만2천500명의 선수단을 뜨겁게 환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개회식에 직접 참석해 각국 선수단은 물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 한덕수 한국 국무총리, 노로돔 시하모니 캄보디아 국왕,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미샬 알아흐마드 알자베르 알사바 쿠웨이트 왕세자, 푸슈파 카말 다할 네팔 총리, 사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 총리 등 항저우를 찾은 주요 외교 사절을 맞이했다.
항저우를 상징하는 연꽃을 스타디움의 외관에 생생하게 표출해 '대형 연꽃'으로 불리는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중국 오성홍기 게양에 이은 중국 국가 연주 후 각국 선수단 입장이 속도감 있게 이어졌다.
OCA에 속한 45개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의 영어 알파벳 약자 순서대로 각 나라 선수가 중앙 무대를 향해 일렬로 입장한 뒤 좌우로 나눠 퇴장했다.
아프가니스탄(AFG)이 가장 먼저 식장에 들어섰고, 복싱 방철미와 사격 박명원을 공동 기수로 앞세운 북한(DPRK)이 7번째로 입장하자 큰 함성과 함께 갈채가 터져 나왔다.
중국 국민이 5년 만에 국제 스포츠 무대로 돌아온 혈맹 북한에 보내는 환영의 인사였다.
북한은 코로나19 자국 유입을 막겠다는 이유에서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하계올림픽에 일방적으로 불참했다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자격 정지 제재를 받고 2022년 말까지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IOC의 징계는 2023년 시작과 함께 해제했고, 북한은 이번에 복귀 기회를 잡았다.
북한은 18개 종목에 선수 185명을 파견했다.
구본길(펜싱)과 김서영(수영) 공동 기수와 100명의 우리나라 선수단은 태극기를 흔들며 16번째로 입장했다.
최윤 한국 선수단장과 장재근 부단장(진천 선수촌장)이 이끈 선수단은 흰색 상하의 트렌드 복장을 착용하고 손에 태극기를 흔들며 당당하게 행진했고, 본부석에 있던 한덕수 총리가 손을 흔들며 반갑게 화답했다.
우리나라는 선수와 임원을 합쳐 역대 최다인 1천140명의 선수단을 내보내 금메달 50개 이상 수확과 종합 순위 3위를 목표로 도전에 나선다.
마지막 순서인 개최국 중국까지 40분 동안 선수단이 모두 입장하자 시진핑 주석이 대회 개회를 선언했다.
탄소 배출량을 줄여 친환경 대회를 구현하고자 개회식의 전통인 불꽃놀이를 과감하게 폐지한 대회 조직위원회는 시 주석의 개회 선언 후 증강 현실(AR) 기술을 활용해 LED 전광판과 주 경기장 창공에 폭죽이 터지는 불꽃놀이 영상을 내보내 축제 분위기를 띄웠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성화 점화였다.
탁구 남자 세계랭킹 1위 판전둥 등 최근 동·하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중국의 특급 스타 5명이 성화 주자로 나선 뒤 마지막 주자인 2020 도쿄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 왕순에게 성화를 넘겼다.
모바일 기기를 흔드는 식으로 온라인 성화 봉송에 참여한 1억500만명이 넘는 참가자를 대표해 조직위가 창조한 '디지털 성화봉송 주자'가 항저우의 하늘과 물을 가르며 주 경기장을 실제로 달린 판전둥 등 올림피언과 함께 뛰었고, 마침내 주 경기장에 입장해 LED 전광판을 달리고 나서 왕순과 함께 미리 준비된 성화대 앞에 섰다.
'인간 대표' 왕순과 '가상 현실'의 대표인 디지털 성화 봉송 주자가 함께 불을 붙이는 공동 점화의 방식으로 17일간 대회를 밝힐 불꽃이 타올랐다.
항저우는 2015년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2022년 하계 아시안게임 개최지로 결정됐다.
중국은 1990년 베이징, 2010년 광저우에 이어 세 번째로 하계 아시안게임을 유치했다.
중국 정보기술(IT) 산업의 본산을 자부하는 항저우는 이번 대회를 친환경·디지털·스마트 경기로 치르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했다.
3차원 디지털 영상과 AR, 5세대 이동 통신 기술, 빅 데이터 등을 총동원한 최첨단 기술로 온오프라인을 아우른 성화 봉송, 온라인 전용 플랫폼을 통한 경기 관전 등 '스마트'(똑똑한) 대회를 향한 새로운 시도를 추진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24일부터 항저우, 닝보, 원저우, 후저우, 사오싱, 진화 등 저장성 6개 도시 54개 경기장에서 본격적인 메달 레이스에 들어가며 10월 8일 폐막한다.
40개 종목, 61개 세부 종목에 걸린 금메달 481개를 놓고 45개 NOC에서 온 1만2천명의 선수가 자신의 명예와 조국의 자존심을 걸고 출발선에 선다.
cany9900@yna.co.kr, jiks79@yna.co.kr, bin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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