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 ‘종합 3위’…이례적 목표 왜일까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이 베일을 벗는다. 9월23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0월8일까지 16일의 여정이다. 코로나19로 1년 연기됐던 이번 대회는 엔데믹(풍토병. 감염병의 주기적 유행) 시대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종합 스포츠 축제다. 총 40개 종목에서 481개 금메달을 두고, 45개 나라 선수단 약 1만2500명이 열전을 벌인다.
■ 엔데믹 시대 찾아온 첫 종합 대회
코로나19는 스포츠 대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2021년 도쿄여름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겨울올림픽은 각각 ‘버블 올림픽’과 ‘폐쇄 루프’라는 이름으로 사회와 분리된 채 대회를 치렀다. 엔데믹을 맞은 중국은 항저우아시안게임을 통해 단절의 시대를 넘어 새로운 종합 스포츠 대회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핵심은 기술을 통한 연결이다. 중국은 이번 대회에 인공지능과 각종 디지털 기술을 선보인다. 자율주행 버스가 선수촌을 누비고, 대회 참가자는 애플리케이션으로 대회 정보를 확인한다. 메인미디어센터(MMC)에는 각종 첨단 산업체가 부스를 차렸다.
친환경 기조도 더욱 강화했다. 앞서 베이징에서 환경을 고려한 초소형 성화를 선보였던 중국은 이번 대회 개막식을 폭죽 없이 치르기로 했다.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 스타디움과 인근 테니스 센터는 인공지능이 약 50개 전압 시스템과 2만개의 설비를 연결해 에너지 소비량을 실시간으로 조절한다.
■ 더 유연하게, 더 개방적으로 변한 중국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분위기도 느껴진다. 베이징에서 중국은 올림픽 참가자와 시민을 완전히 분리하는 폐쇄 루프를 운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제한이 없다. 방호복 속에서 표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소독약을 뿌리고 콧속에 코로나 검사기를 밀어 넣던 이들이 이제는 유창한 영어와 밝은 미소로 손님을 맞는다.
그러나 여전히 보이지 않는 장벽은 존재한다. 아시안게임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항저우 중심부와 달리 외곽에선 축제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다. 화려한 빌딩 숲에 가려진 낡은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내면, 대회 마스코트 대신 정치 선전물이 거리를 채운 또 다른 중국이 등장한다. 이름을 밝히길 원하지 않은 한 현지 시민은 “한 도시에 마치 다른 두 개의 세상이 있는 듯 보일 것”이라며 “이런 격차는 중국 어딜 가나 존재한다”고 했다.
■ 아시안게임은 아시아의 축제
현실적 한계를 넘어 중국이 대회에 많은 공을 쏟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당장 지난 대회 때 비판을 받았던 부실한 식사, 취재 제한, 경직된 대회 운영 등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중국이 이처럼 아시안게임에서 비교적 유연한 모습을 보이는 건 대회 특성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아시안게임은 서구중심적인 대회인 올림픽과 달리 오로지 아시아를 위한 축제이기 때문이다.
종합 스포츠 대회 역사를 보면, 올림픽은 확산 과정에서 제국주의적 성격이 있었다. 문명의 상징이었던 스포츠를 통해 ‘야만적인’ 다른 세계를 문명화하겠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은 역사적으로 이에 대한 반감에서 출범했다. 1951년 첫 아시안게임이 영국을 몰아낸 인도에서 열린 점은 상징적이다.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아시안게임이 외교적 공간을 넓힐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 이례적 ‘종합 3위’ 목표…한국은 왜?
이번 대회는 한국 스포츠에도 중요한 이정표다. 한국은 이번 대회 목표를 종합 3위로 잡았다. 이례적이다. 한국은 2002년 부산,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에서 종합 2위를 차지했다. 3위에 머문 건 최근 대회 중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때뿐이다. 일본을 넘어설 수 없다고 인정한 셈이다.
대한체육회는 “일본이 엘리트 체육에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이 생활체육 확대에서 엘리트 체육 육성으로 진로를 바꿨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두고 비판도 나온다. 이미 생활체육 저변이 넓은 일본이 엘리트 체육 중심으로 돌아섰다는 주장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특히 기초 종목으로 꼽히는 수영과 육상에서 기대가 크다. 수영은 황선우(강원도청)를 필두로 금메달 6개를 목표로 보고 있고, 육상에선 우상혁(용인시청)이 금메달에 도전한다. 기초 종목에 대한 꾸준한 투자 덕분이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기초 종목 저변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윤 선수단장은 대회를 앞두고 “비인기종목을 넘어 인지조차 되지 못하는 비인지종목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강조해왔다. 이번 대회에선 카바디, 브리지, 세팍타크로 등도 치러진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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