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숙 준주택 인정 안돼… 이행강제금만 유예되나
[편집자주]2021년 '건축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주거 사용이 금지된 '생활숙박시설'('생숙') 피해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됐다. 당장 이행강제금을 유예하는 임시방편 조치로 위기를 한고비 넘길 분위기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현 상황을 모면하려는 정책이 생숙 입주자들을 혼란으로 밀어 넣고 있다. 생숙 계약자가 이행강제금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숙박업 신고를 하거나 주거형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는 것뿐. 두 가지 방법 다 제도적인 문턱이 있어 현실적이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숙박업 신고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와 이행강제금 부과 주체인 지방자치단체로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1) 생숙 준주택 인정 안돼… 이행강제금만 유예되나
(2) [체험기] 생숙 청약금 '100만원', 입금할 뻔했다
(3) [인터뷰] "내 집 마련 막차 탔다 국가에 버림받아"
'생활숙박시설'(이하 '생숙')의 용도변경이 현실적으론 불가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그동안 원론적인 입장 만을 유지해온 정부도 대안 마련에 나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9월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정례간담회에 참석해 "본래는 취사 숙박시설로 지었는데 주거용으로 사용돼 정체성이 고민되는 부분이 있지만 평생 벌금을 매기겠다는 과한 엄포가 과연 적절한지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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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변경 전제 조건에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필요한 경우도 지자체가 담당한다. 지구단위계획이 관광특구인 경우엔 다시 중앙정부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소관 부처로 된다. 국제업무지구의 지구단위계획 변경일 경우 사업시행자의 신청 행위가 필요하다. 용도변경을 신청·검토하는 단계에서 관계부서는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돼 소방·교육·교통 등 관련법의 모든 규제를 피할 수 있어야 한다. 당초부터 일반 민간인이 수행할 수 없는 정책이었다는 의미가 된다.
김태규 전국레지던스연합회 총무는 "사상 초유의 건축물 주거 금지 사태는 고통과 혼란의 연속"이라면서 "특정 건축물에 사람이 살아선 안된다고 규제한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행정이 과연 무엇을 위해 일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고 했다. 생숙 입주자로 구성된 전국레지던스연합회는 지난 9월19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앞에서 집회를 열어 대책 마련을 촉구한 후 실무 담당자들과 면담했다.
오는 10월14일까지 생숙을 주거형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거나 숙박업 신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해마다 공시가격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김 총무는 "전국 10만실의 생숙 가운데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이 이뤄진 게 1.1%인데 이 중 절반 가량은 분양형호텔로 운영되다가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때 영업활동을 못하게 돼 건물 통째로 대수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실제 거주 목적으로 구입한 이들이 용도변경 정책을 통해 구제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생숙이 주거용으로 사용된 것에 국토부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2015년 국토부는 민간 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해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레지던스 등 다양한 유형의 공동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주택임대사업자의 소득세와 법인세를 감면해 공급을 늘리고 주거안정을 유도한다는 취지였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 관계자는 "당시에 공급자 인센티브를 강화해 생숙이 늘었고 주거용과 숙박용 구분을 명확히 하지 않아 사태를 키운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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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수단은 생숙을 매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매수 심리가 위축돼 아파트 거래시장도 한파가 이어진 가운데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는 불법 건축물을 매수할 유인이 낮은 게 현실이다. 다만 정부가 당장 이행강제금 부과에 나서는 것에도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 2021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의 소급 적용에 대한 위헌 소지로 실제 이행강제금 부과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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