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의 고장이 아니다 “와인 마시러 전주 간다”

이혜운 기자 2023. 9. 2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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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내추럴부터 컨벤셔널까지
新 와인의 성지 전주

지난 7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있는 와인 복합문화공간 ‘디오니스토어’. 노란색 조명으로 아늑하게 꾸며 놓은 야외 테라스에 전주 와인 애호가 30여 명이 모였다. 호주에서 온 몰리두커 와인 창업자 마르퀴스 부부의 아들이자 대표 와인 ‘블루 아이드 보이’의 주인공인 루크가 전주를 방문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날 루크와 함께 바비큐를 구워 먹으며 와인 ‘더 복서’ ‘카니발 오브 러브’ ‘벨벳 글로브’ 등을 시음했다. 유럽의 한 부잣집 정원에서 펼쳐지는 풍경 같았다.

홍보·마케팅을 위해 아시아를 방문 중인 루크가 일주일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찾아간 곳은 서울과 부산, 그리고 전주다. 전주가 ‘신(新)와인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주변 지역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사람들은 와인을 사기 위해, 와인을 마시기 위해, 와인 문화를 즐기기 위해 전주행 KTX에 몸을 싣는다. 1시간 45분이면 그곳에 도착한다.

지난 7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있는 와인 복합 문화 공간 ‘디오니스토어’. 호주에서 방한한 몰리두커 와인 창업자의 아들 루크 마르키스가 와인 애호가 30명과 시음 행사를 열었다. /씨에스알 와인

◇홍어와 즐기는 와인

시작은 루크처럼 ‘디오니스토어’다. 1993년에 설립된 호남주류(디오니)가 만든 곳으로 전국에 있는 ‘디오니 와인샵’의 본점이다. 6611㎡(2000평) 부지, 600평 건물에 1층은 주류 창고, 2층은 와인숍과 카페, 3층은 야외 테라스로 이뤄져 있다. 와인 애호가들은 이곳을 “한강 이남 와인숍 중에선 으뜸”이라고 평한다. 서울 떼루아와인아울렛이나 춘천 세계주류마켓에 없는 와인도 간혹 발견되기 때문이다. 전주 시내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져 있지만, 놓치면 아까운 행사들로 발길을 잡아끈다. 이달 23일에는 와인과 함께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디오니의 밤을 음악으로 비추다’가, 다음 달 28일부터는 시음해보고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디오니 주류 박람회’가 열린다. 이번 몰리두커 행사 때는 원활한 시음과 귀가를 위해 대리운전 비용을 지원하기도 했다.

전주에 왔는데 한식을 안 먹을 수는 없다. 전주의 한정식집 중 상당수는 콜키지(와인 서비스) 비용을 내면 와인을 가져가 마실 수 있다. 몰리두커의 루크가 방문한 곳은 전주시 완산구의 ‘궁’이다. 인간문화재 황혜성씨에게 전수받은 이들이 타락죽, 삼합, 신선로, 장어 볶음 등을 내놓는다. 삼합에 홍어, 수육, 묵은지를 야무지게 올려 한 접시 다 먹은 그는 “삼합과 와인이 잘 어울린다”고 했다. 이들은 전주 남부시장 와인숍 ‘더 와인 케이브’로 이동해 와인 시음을 즐겼다. 이곳 역시 전주를 찾는 와인 애호가들의 방앗간으로 불린다.

전주 와인 성지 /뱅뱅

◇내추럴 와인 성지로 시작

비빔밥의 고장 전주가 어떻게 와인의 성지가 된 것일까. 시작은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내추럴 와인(화학적 첨가 없이 발효한 와인)’이었다.

국내 내추럴 와인의 대표 주자로 불리는 수입사 ‘뱅베’의 김은성 대표가 전주 베테랑 칼국수 김정기 창업자의 아들인 것. 현재 그는 베테랑 칼국수의 대표도 겸하고 있다. 뱅베의 시그니처인 ‘V’ 스티커도 ‘베테랑’에서 따왔다고 한다.

2016년 뱅베를 설립한 그는 전주에 내추럴 와인숍인 ‘까브 뱅베’, 와인바인 ‘뱅뱅’ 등을 열었고, 코로나 기간에 내추럴 와인 붐과 함께 인기 여행지로 떠올랐다. 서울 와인 애호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서울에서도 예약이 안 돼 가기 어려운 한정식 ‘온지음’, 서촌 이탈리안레스토랑 ‘갈리나 데이지’, 이태원 디저트 오마카세집 ‘제이엘 디저트바’ 등과 컬래버 행사도 진행했다. 뱅베 김법인 상무도 까브 뱅베 건물에 내추럴 와인바 ‘피코’를 오픈하며 ‘내추럴 와인 타운’을 완성했다. 김 대표는 “살짝 쿰쿰한 내추럴 와인과 담백하고 깊은 전주 한식들이 잘 어울린다”며 “먹고 난 다음 날 베테랑 칼국수로 해장하는 것을 권하는데 대부분 만족하고 상경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서울 와인 애호가들의 전주행이 시작되자, 전주 와인바들은 더욱 성장하기 시작했다. 전주 덕진구에 있는 와인바 ‘페어링’은 포르게타(이탈리아식 삼겹살 요리), 이베리코 플루마(이베리코의 특수 부위) 등은 서울에서도 맛보기 힘든 와인 안주로 인정받고 있다. 잘 숙성된 하몽과 아라비아따(토마토 파스타)로 유명한 전주 완산구의 ‘까사데알마’도 와인 모임의 단골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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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다니는 열정으로 공부를 했으면 하버드대를 갔지!”

어릴 적부터 부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동료들과 퇴근 후 한잔하고 싶은데 어디가 맛집인지 모르겠다고요? 친구, 연인과 주말을 알차게 놀고 싶은데 어디가 핫플인지 못 찾으시겠다고요? 놀고 먹는데는 만렙인 기자, 즉흥적인 ENTP이지만 놀러갈 때만큼은 엑셀로 계획표를 만드는 기자가, 직접 가보고 소개해드립니다.

(더 빠른 소식은 instagram : @hyenny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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