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간 입장차만 확인한 ‘고등학교 배정 개선 토론회’

2023. 9. 2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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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지역 위주의 일방적 개선안’ VS ‘도시 변화에 따른 개선 필요’… 지역별로 배정방식 변화 요구 크게 달라

[전승표 기자(sp4356@hanmail.net)]
수 년째 개선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경기 수원지역의 고등학교 배정 방식의 변경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그러나 배정 방식의 변경을 두고 서로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지역간의 갈등<관련기사 ☞ 또 다시 제기된 ‘수원지역 고교 학군’ 개선·본보 9월 20일자 보도>으로 인해 난상토론이 벌어지며 지역간 입장차만 확인하는 자리로 마무리됐다.

▲22일 경기도의회 중회의실에서 ‘수원지역 고등학교 배정 개선을 위한 2023 경기교육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프레시안(전승표)

22일 경기도의회와 경기도교육청은 도의회 중회의실에서 ‘수원지역 고등학교 배정 개선을 위한 2023 경기교육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소속 이호동(국·수원8) 의원의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불합리한 학군 운영으로 인한 학생들의 원거리 배정 등의 문제가 오랜 기간 지속됨에 따라 합리적인 학군 재조정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 의원은 "현행 배정방식은 그대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이 분명하다"며 "현재의 방식은 수원인구가 5만 명에 불과했던 1949년 시로 승격된 지 30년이 지난 후 학교 서열을 없애고 초등학교나 중학교처럼 근거리 배정이나 추첨하는 방식의 고교평준화를 원칙으로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후 도시는 지속적인 발전으로 인해 현재 125만 인구의 특례시로 변화했지만, 고교 배정 원칙은 변화가 없어 많은 학생들이 많은 시간을 길거리에서 낭비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오늘의 토론회가 해당 문제를 공론화를 위한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조동일 경기도교육청 진로직업교육과 사무관은 발제를 통해 ‘2024학년도 수원학군 학생 배정방안’을 설명했다.

해당 방안은 ‘선(先) 복수 지원, 후(後) 추첨’ 방식으로 일반고등학교 학생을 배정하는 것이다.

1단계 ‘학군 내 배정’과 2단계 ‘구역 내 배정’으로 이뤄지는 해당 방식은 1단계 전형에서 학생들이 진학을 희망하는 5개 학교를 무작위로 돌려 학생 정원의 50%를 배정하고, 여기서 탈락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2단계에서 학생들이 정해진 구역 내 모든 고등학교를 1지망부터 끝지망까지 선택한 뒤 추첨을 통해 배정하는 형태다.

▲현행 수원지역 고등학교 학군 및 최근 제시된 개선안. ⓒ독자제공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현행 배정방식에 대한 의견이 서로 엇갈렸다.

우선 김병직 이의중학교 운영위원장은 학생들의 원하지 않는 학교로의 배정 및 원거리 통학으로 인한 어려움 등을 호소했다.

그는 "현재의 방식은 자칫 1시간 이상 떨어진 학교로 배정된 학생의 경우, 과도한 통학시간으로 인한 학습시간 및 수면시간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통학시간 중 안전 위험 문제를 안고 있다"며 "특히 출퇴근 시간과 겹치지 않도록 이른 시간에 사설 통학버스를 이용하면서 아침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 "특히 학생수 미달로 인한 일부 학교의 존폐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먼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이를 지역균형발전의 문제라고 본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균형발전인지 의문으로, 도시의 팽창과 인구수 등을 고려할 때 반드시 배정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은정 다산중학교 운영위원장은 광교신도시 학부모들에게 수렴한 의견을 중심으로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광교신도시 내에는 5개 중학교가 위치하고 있으며 졸업자는 1200여 명에 달하지만, 정작 고등학교는 광교고와 이의고 등 2개에 불과한데다 1학년 정원도 중학교 졸업자의 절반 수준인 650여 명에 그치고 있으면서 상당수 학생들이 근거리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특히 자사고 또는 특목고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경우, 2∼4지망한 학교가 할당된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경우에만 추첨기회가 있어 사실상 원하는 학교로의 배정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보다 문제는 고등학교의 증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광교지역 뿐만 아니라 매교동 등 최근 대단지 아파트의 입주가 잇따르고 있지만 고교 신설은 이뤄지지 않으면서 학교 배정에 어려움을 겪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많은 실정으로, 도시 환경 변화에 맞는 학교 배정방식으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반면,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의 진로상담을 담당 중인 교사들의 의견은 달랐다.

김영자 수성고등학교 진로전담교사와 홍지원 이의고등학교 진로전담교사는 "현 배정안에 대한 개선요구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도내에는 여전이 단일학군인 지역도 여러 곳인 점 등을 고려하면 수원의 배정방식은 종합적으로 볼 때 오히려 선진화돼 있고, 모범적인 사례라고 본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배정 방안의 핵심은 통학거리와 학교선택원의 충돌으로, 각 지역별로 다양한 교육환경을 지닌 수원의 특성과 그동안의 경험을 비춰볼 때 결국은 통학거리보다는 학교선택권이 우선됐던 만큼, 오히려 현재 2개 구역으로 나뉜 학군을 4개 구역으로 세분화한다면 역으로 학교선택권이 침해를 받게 될 수도 있다"며 "광교지역의 학교문제의 해결을 위한 학교 신설은 필요하지만, 학군조정으로 이를 해결하는 것이 맞는지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강관희 영신중학교 운영위원장은 "권선구 14개 중학교 중 7개 중학교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현재의 배정안과 일각에서 제안된 세분화된 배정안 모두 장단점의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오늘 토론회를 계기로 수원지역 고교학교 교육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학군을 세분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2일 경기도의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수원지역 고등학교 배정 개선을 위한 2023 경기교육 정책토론회’에서 배정 방식의 변경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모습. ⓒ프레시안(전승표)

참석자들과 함께 한 자유토론에서는 이날 제시된 현행 2개 구역의 학군을 4개 구역으로 변경하는 안에 대해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이 잇따랐다.

한 학부모는 "광교지역 학생들이 원거리 배정으로 인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광교주민들의 문제를 다른 지역 학생들의 학습권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교 배정문제는 자녀의 진로·진학과 맞닿은 중대한 사안인데다 현재도 광교지역 학생 뿐 아니라 수원에 거주 중인 많은 학생들이 원거리 배정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으로, 광교지역의 문제는 그 지역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현재 제시된 4구역으로의 분할 방안은 누가 어떤 근거로 만든 것인지 궁금하다"며 "해당 방안대로 변경될 경우 수원남부지역의 경우 선택할 수 있는 학교의 수가 대폭 감소해 학교선택권이 크게 침해되는데다 광교주민들이 가장 꺼리는 원거리 학교로의 배정도 수원남부지역 학생들이 떠안을 수 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의견으로, 아이 본인이 어떤 꿈을 갖고 어떤 학교를 지원하고자 하는지 등을 충분히 듣고 정책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고등학교 배정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만은 공교육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방증"이라며 "비선호 학교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지속적인 관심 및 학교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인식개선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현재의 배정 방식의 개선요구가 이미 12∼13년 전부터 제기되는 등 문제가 있었던 것이 분명한데도 여러 갈등 상황으로 인해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오늘 토론회를 시작으로 수원 뿐만 아니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내 여러 지역의 학생들이 최대한 안전하고 편리하게 진학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승표 기자(sp43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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