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마스크걸', 무척 재밌게 보고도 추천리스트에선 빼놓은 까닭

정석희 칼럼니스트 2023. 9. 2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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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가 OTT를 꺾을 방법이 정녕 이것뿐이던가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디즈니 플러스 <무빙>이 TV_OTT 화제성 지수 1위를 달리며 종영했다. 위기의 디즈니 플러스를 드라마 한 편이 이렇게 살려낸다. 강풀 작가 웹툰 중에 <그대를 사랑합니다>, <순정만화> 등 영화로, 드라마로 만들어진 작품이 꽤 되는데 원작의 감동을 이어가지 못해서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번 <무빙>은 잘 만들었다. 초능력자들이 주인공인지라 히어로물인가 했더니 학원물에 로맨스까지, 여러 장르가 뒤섞여 있다.

옴니버스 드라마처럼 초능력을 지닌 인물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다소 복잡한 구성임에도 서사가 저마다 뚜렷하고 개연성이 있는지라 한번 보기 시작하면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이 이런저런 이유로 좋아하지 않는 배우가 있었는데 이번 드라마에 몰입하다 보니 싫은 마음이 어느 결에 사라지지 뭔가. 잘 만든 작품은 이처럼 기업도 개인도 살린다.

화제성 면에서 <무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품은 넷플릭스 <마스크걸>이다.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평범한 직장인인 김모미가 뜻밖의 사건에 휘말리면서 인생 나락의 길을 걷게 된다. 사람이 자칫 한 발을 잘못 내딛었다가는 어떻게까지 삶이 망가질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무빙>과 마찬가지로 등장인물들이 다 살아서 움직인다. 무엇보다 염혜란, 나나, 안재홍 등 배우들의 연기가 끝내준다. 그리고 <마스크걸>에 윤기를 더한 건 음악이다. 그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노래들. 김완선의 <리듬 속의 그 춤을>과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 드라마 배경이 2023년이라면, '응답하라 2023'이라면 어떤 곡이 흘러나올까?

두 드라마 모두 재미있게 봤지만 그럼에도 보시라고 권하지 못하는 이유는 필요 이상으로 잔인해서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칼부림, 칼로 사람을 해치는 장면이 너무 많다. 찌를 수밖에 없는 서사가 마련된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일말의 망설임 없이 무작정 찌르고 본다. <무빙>은 판타지가 가미되어 있어서인지 사람이 마구 죽어나가도 현실감이 덜한데 <마스크걸>의 경우 폭주하듯이 살인이 벌어지니까 점점 불쾌해진다. 시작은 신선한데 중반을 넘어서고 나면 어디선 본 듯한 복수극으로 변질되고 만다.

요즘 괜찮은 드라마 뭐 있느냐 누가 물으면 JTBC <힙하게>를 추천하는데 연쇄살인범 찾기가 기본이라는 점, 개성 있는 동네 사람들 얘기가 재미있다는 점에서 KBS <동백꽃 필 무렵>과 결이 비슷하다. '엉덩이를 만지는 순간 그 사람의 속내를 알게 되는 초능력', 이 부분 때문에 방송 전에 성추행 논란이 있었지만 드라마를 보다보면 그건 별 문제가 아니다. 주인공 한지민이 가지고 있는 착한 기운 덕이지 싶다. 허나 이 드라마에서도 흉기가 식칼이다. 물론 모자이크 처리되지만. 얼마 전 종영한 tvN <소용없어 거짓말>,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여기서도 조직 폭력배가 칼 들고 설치는 장면이 있었다. 이렇게까지 드라마에 자주 칼부림이 나올 일인가.

잔인하기로는 새로 시작한 SBS 주말극 <7인의 탈출>이 '짱' 먹었다. 학교 내 집단 괴롭힘은 이젠 드라마 단골소재이고 선생님의 부정행위, <펜트 하우스> 때 우리가 많이 봤던 거다. 거기서 더 나아가 엄마의 폭력과 학대, 이에 덧붙여 청소년 원조교제와 출산까지, 놀랍게도 이게 첫 주에 다 나온 거다. TV가 OTT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더 극악해지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인지. 뉴스에서 보니 '관악구 둘레길 살인범'이 부산 돌려차기 살인 사건의 영향을 받았다고 스스로 말했단다. 과연 영화나 드라마 속 무차별 살인, 폭행 장면이 전혀 영향이 없을까? 어쩌다 살인과 폭력이 난무해야 화제성을 보장받는 세상이 되었는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유난히 길고 긴 이번 명절 연휴, 챙겨 보셨으면 하는 작품이 있다. 무해하면서도 재미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웨이브 오리지널 <박하경 여행기>와 일드 <브러쉬 업 라이프>. <브러쉬 업 라이프>는 여러 OTT 플랫폼에서 보실 수 있다. 지상파 방송들이 이렇게 무해한 드라마를 만들면 좀 좋은가.

TV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hanmail.net

[사진=디즈니 플러스, 넷플릭스, JT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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