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 친필 담긴 리코더 악보, 통영으로 돌아와
작곡가 윤이상의 친필이 담긴 ‘중국의 그림(Chinesische Bilder)’ 초연 악보가 3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통영국제음악재단은 네덜란드 리코더 연주자 발터 판 하우베(75)가 윤이상의 곡 ‘중국의 그림’을 초연할 당시 사용한 악보를 통영 윤이상 기념관에 기증했다고 22일 밝혔다
‘중국의 그림’은 윤이상이 1993년 작곡한 곡으로 리코더 또는 플루트를 위한 독주곡이다. 윤이상은 판 하우베에게 작품을 위촉받아 만들었다. 판 하우베는 윤이상이 필사한 악보로 그해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서 이 곡을 처음 연주했다. 올해로 작곡 및 초연 30주년을 맞는다.
판 하우베는 악보를 기증하면서 “이 악보가 있어야 할 곳은 내 집이 아니고 이 기념관”이라며 “그의 음악이 그의 집에 돌아왔을 뿐이다. 이 작품을 윤이상의 고향인 통영으로 가지고 오게 되어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재단은 초연 당시 발터르 판 하우베가 악보에 연주 기법에 관해 기록한 메모를 남겨 학술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작품의 원본 자필 악보는 윤이상의 유족이 소장하고 있다.
윤이상은 이 작품 중 제3곡 ‘원숭이 재주꾼’이 유년 시절 통영에서 경험한 ‘원숭이 놀이’와 관련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당시에는 심심치 않게 화려하게 차려입은 중국인들이 원숭이를 데리고 와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게 했다. 그 음악은 정말로 ‘원숭이 음악’이라고 불렸는데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다”라고 회상한 바 있다.
판 하우베는 네덜란드 출신으로 리코더, 바로크 플루트 연주자다. 헤이그 왕립음악원에서 프란스 브뤼헌을 사사했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음악원 및 영국 왕립음악원 교수를 역임했다.
그는 최근 한국리코더연주자협회가 주최한 ‘2023 춘천리코더페스티벌’ 참석차 내한했다. 지난달 29일 기념관을 방문해 윤이상에 관한 자료를 열람하고 ‘중국의 그림’을 연주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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