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에 쌓인다는데… 내년 해양 미세플라스틱 대응 R&D 예산 전액 삭감
학계 “해양 미세플라스틱 흡수한 해양생물 먹으면 인류 몸속에도 축적”
연구자들 “장기 프로젝트로 가져가야 할 사안, 일방적 삭감 통보 ‘당황’”
8년째 진행되던 해양 미세플라스틱 오염 대응 사업의 내년 예산이 전액 삭감되며, 관련 연구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2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2024년 해양 미세플라스틱 오염 대응 및 관리 기술 개발 사업 예산은 ‘0원’으로 책정됐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85억원, 2022년 73억원, 2023년 86억원이었던 예산이 내년 연구개발(R&D) 예산 축소 흐름에 아예 사라진 것이다. 2차 연구개발(R&D) 예산 사업을 준비한 2021년을 제외하고는 8년째 진행되던 사업이었다.
지난해 초 해양수산부가 2차 연구개발 예산 사업으로 공고한 ‘해양 미세플라스틱 오염 대응 및 관리 기술개발사업 신규과제 선정계획’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오염을 저감, 미세플라스틱으로부터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기술 개발 목적으로 시작됐다.
구체적인 사업내용으로는 ▲해양 미세플라스틱 유입 발생 및 환경 거동 연구 ▲해양 생태계 보호 기준 마련을 위한 위해성 평가 ▲해양 미세플라스틱 현안 해결 기술 개발 등으로 명시됐다.
총 연구 기간은 5년 이내로 설정돼 있고, 총 정부 출연금은 약 404억원을 설정됐다. 하지만 올해를 끝으로 8년 만에 사업이 종료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류선형 해수부 해양보전과장은 “정부 지출 효율화 차원에서 해양 미세플라스틱 사업 같은 경우 결과에 대해 명확하게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하에 내년 예산이 모두 삭감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 관련자는 “5년짜리 연구사업을 시작했는데 갑자기 정부에서 예산을 모두 삭감해버리면 사실상 사업을 중단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인 황당한 이야기”라며 “중장기로 시작한 연구를 중간에 그만두게 하면, 그간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듯해 연구자의 입장에서도 허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양 미세플라스틱은 현재에도 해양을 떠돌아다니며 해양생물에 흡수되고, 이를 먹는 우리 몸에도 쌓이고 있다.
해양으로 배출된 플라스틱이 태양광 등에 노출돼 부식될 경우 0.13㎍(마이크로그램·1㎍은 100만분의 1g) 이하 초미세 플라스틱과 670㎍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해양생물 안에 들어가게 되고, 이를 섭취하는 인간 역시 초미세·미세플라스틱이 몸 안에 쌓이게 된다.
앞서 지난 4월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과 한국해양한림원이 개최한 해양수산과학기술혁신포럼에서 심원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은 “현재까지는 한국 연안의 미세플라스틱 위험 농도가 안전한 수준이지만, 2100년쯤엔 한국 연안 82% 정도의 지역이 미세플라스틱 안전 농도를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심 연구원은 2100년쯤에는 미세플라스틱 섭취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사람들은 일주일에 평균적으로 신용카드 한 장에 해당하는 5g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지만, 이대로 간다면 2100년쯤에는 일주일에 신용카드 50장, 1년에 2500장을 섭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73개국에서 담수와 해수로 배출되는 플라스틱은 1900만~2300만톤(t)으로,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의 11%였다. 이처럼 해양 등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이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보니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관련 연구가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내년에 우리나라에서 180개국이 참여하는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위한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가 열리는 중요한 시기에 이제 갓 시작된 해양 미세플라스틱 관련 예산이 삭감된 건 실망스럽다”면서 “특히나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미세 플라스틱의 영향이 더 커질 텐데, 해양 미세플라스틱을 관리 및 제거하는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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