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현의 예술여행] [1] 아르키메데스의 ‘운명의 다이얼’
얼마 전 영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이 개봉했다. 1981년 ‘레이더스’로 시작된 시리즈이니 장장 42년 만에 등장한 다섯 번째 작품이다. 1989년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와 최후의 성전’을 본 후, 고고학에 대한 꿈을 키우고 관련 전공을 한 필자에게는 ‘머스트 시(Must See)’ 영화였다. 이제는 노쇠한 고고학자의 마지막 모험 이야기를 그린 이번 영화는 기원전 2세기 때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운명의 다이얼’을 소재로 내용을 풀어나간다. 그러나 세월의 힘은 이기지 못하는 법. 전 세계를 무대로 종횡무진 모험을 행했던 고고학자는 이제 악당을 쫓아다니고 싸우는 데 영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오랜 연륜으로 수수께끼를 쉽게 푸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너무 쉽게 푸는 것 같기도 하다).
‘운명의 다이얼’은 20세기 초 그리스 안티키테라섬 앞바다에서 발견된 기원전 시대의 기계장치로 아르키메데스가 만든 천문 관련 기계라는 설이 있다. 주인공은 이 유물을 중심으로 모로코, 그리스, 이탈리아 등을 누빈다. 특히 아르키메데스가 활동하고 생의 마지막을 맞이했던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시라쿠사가 눈에 띄었다.
영화의 내용과 우연찮게 겹쳤지만, 아르키메데스에 대한 관심으로 시라쿠사를 찾은 적이 있다. 지중해 가운데에 위치한 시칠리아섬은 고고미술사학의 관점에서 보면 역사유적의 ‘보고(寶庫)’다. 시라쿠사의 외항부터 시내 사이에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근대까지의 유적들이 꽉꽉 들어차 있다. 신시가지 쪽에는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적들이 모여있어 아예 고고학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영화 속 아르키메데스의 무덤 입구였던 동굴 ‘디오니시오의 귀’는 이곳에 있다. 기원전 4세기경 시칠리아를 지배했던 디오니시오가 7000명의 아테네 포로를 이 동굴에 가두었는데, “이들이 이야기하는 작은 소리도 다 들을 수 있다”고 말한 것에서 유래한다. 무덤 입구는 물론 영화적 상상력이다. 영화 때문에 삶의 진로를 정하고, 이 때문에 떠난 여행지의 풍경을 영화 속에서 보다니, 아르키메데스의 ‘운명의 다이얼’이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관을 나오면서 잠깐 든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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