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호원초 ‘두 젊은 교사의 죽음’…민원 학부모, 장례식장까지 찾아와 사망 확인 [밀착취재]

오상도 2023. 9. 2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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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간격 교사들 죽을 때 교육당국 뭐했나”
문자메시지만 390여건, 악성민원 ‘책임 논란’
수업 중 사고에 8개월간 50만원씩 개인 송금
경기교육청, 숨진 교사들 대상 조사 결과 발표
당시 교장·교감 등 징계 착수, 학부모 수사 의뢰
“사망한 여교사 교육활동 침해 없어”…논란 지속
#. 2021년 12월6일, 경기 의정부시 호원초등학교의 고(故) 이영승 교사는 뜻밖의 상황에 직면했다. 학교 생활에 문제를 겪던 한 아이의 부모가 담임이던 이 교사에게 자녀와 갈등을 빚던 다른 학생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 교사는 학생 인권문제의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A 학부모는 막무가내였다. 전화·방문 상담 요청 등 생활지도 요구는 이틀 뒤 이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할 때까지 이어졌다. 숨진 이 교사는 다른 학부모의 무리한 민원에도 시달렸다. B 학부모는 가정학습과 코로나19 증상에 따른 등교 중지, 질병 조퇴 등으로 자녀가 장기 결석하자 그해 3월부터 12월까지 지속해서 출석 처리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B 학부모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는 394건에 달했다. B 학부모는 이 교사가 사망한 사실을 듣고 장례식장에 찾아와 사망 여부까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경기도교육청이 순직 인정 여부를 언급하며 공개한 이 교사의 고충은 상상을 초월했다. 생전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악성 민원 역시 다양했다. 
지난 2021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김은지 교사(왼쪽)와 고 이영승 교사. MBC 뉴스 데스크 캡처
수업시간 중 페트병을 자르다 손을 다친 학생의 학부모로부터 3년간 반복적으로 연락받고, 400만원을 송금한 사실은 세간에 알려지며 공분을 사고 있다.

◆ 극단적 선택하던 날까지 시달린 고(故) 이영승 교사…교육당국은 침묵

이 교사의 악몽은 부임 첫해인 2016년 시작됐다. 담임을 맡은 6학년 학생이 커터칼로 페트병을 자르다 손을 다치자, C 학부모는 지속적으로 연락해왔다. 이듬해 학교를 휴직하고 군대에 간 뒤에도 학부모의 연락은 계속됐다. 2018년에는 휴가를 내고 5차례 이상 만남을 가져야 했다.

결국 이 교사는 복직 이후 8개월간 월급을 받을 때마다 50만원씩 모두 400만원의 돈을 C 학부모에게 송금한 것으로 파악됐다. 손을 베인 학생은 손등에 흉터가 남았지만, C 학부모는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140여만원의 치료비를 보상받은 상태였다. C 학부모는 이 교사로부터 400만원을 받은 뒤에도 2차 수술이 예정돼 있으니, 연락을 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교육청 광교청사.
도 교육청은 2년 전 학부모들의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의정부 호원초 이영승 교사와 관련, 이날 수원 광교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학교 교장·교감 등 관리자와 업무 담당자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족이 신청하면 인사혁신처에서 순직 인정을 받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이 교사에게 과도한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 3명에 대해선 교육활동을 침해한 업무방해 혐의로 전날 의정부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

임태희 도 교육감은 “학교 측이 이 교사 사망 전에 이러한 사실을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사망 이후 조치와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누구이고 몇 명이며 은퇴 여부 등을 밝힐 순 없지만 관련자 전원에 대한 징계를 심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교사와 같은 호원초에서 근무하다가 6개월 먼저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김은지(여) 교사에 대해선 교육활동 침해 사안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숨진 두 교사와 관련해 과중한 업무도 파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 갈등 빚는 자녀의 학급 친구들에게 공개 사과 요구…경찰 “교권 침해 정황 확인”

앞서 2021년 6월과 12월 호원초에 근무하던 김 교사와 이 교사는 각각 자택 인근에서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학교 측은 두 교사에 대한 각각의 사망 경위서에 ‘단순 추락사’로 기재해 교육청에 보고했고 추가 조사는 없었다. 서울 소재 관할 경찰의 수사도 그대로 종결됐다.

이 사건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진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을 계기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도 교육청은 13명으로 구성된 합동대응반을 꾸려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이 교사와 김 교사에 대한 사망 경위를 조사한 뒤 이날 결과를 발표했다.

도 교육청이 교권보호를 외치며 교사 보호를 약속했지만 당장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반론도 나온다. 

경기도의회 본회의장
불과 6개월 사이에 같은 학교에서 2명의 젊은 교사가 스스로 세상을 등졌지만 책임을 미뤄온 교육 당국이 뒤늦게 책임을 해당 학교에만 지운다는 것이다. 

당시 호원초와 경찰은 두 교사의 죽음에 대해 ‘개인적 취약성으로 보인다’거나 ‘공무와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교육 당국 역시 침묵했다. 비록 진보 교육감에서 보수 색채의 교육감으로 도 교육청의 수장이 바뀌었지만, 도 교육청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도 교육청이 이번 조사에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발표한 김 교사의 죽음 역시 석연찮은 구석이 발견된다.

그가 죽기 전까지 친구들에게 학부모의 항의와 민원에 시달리며 고충을 털어놨다는 전언 때문이다. 김 교사는 학부모들과 통화할 때 손발을 떠는 등 불안감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사는 2017년과 2019년, 두 달씩 병가를 냈고 복직 이후 한때 음악·영어 전담 교사를 맡아 상황이 호전됐다. 하지만 2021년 다시 5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우울증이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학교 측은 “그런 줄 몰랐다”는 입장이다. 

두 교사의 죽음은 현재 공무상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도 교육청은 이 교사의 경우 유족 측에서 신청하면 인사혁신처 심사에 행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앞서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는 두 교사의 죽음을 같은 기준으로 심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SNS
◆ 진보→보수 교육감 교체에도, 도 교육청 책임론 부각…‘교권보호조례’ 도의회 의결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이문수 경기북부지방경찰청장은 호원초 교사 사건과 관련해 교사가 학부모 강요에 의해 치료비를 지급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수사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이 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학부모가 교사에게 통화한 횟수와 치료비를 50만원씩 8회에 걸쳐서 400만원을 받는 등 교권 침해 정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부모가) 강요에 의해서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기에 그런 부분까지도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기도의회는 같은 날 교육활동 침해활동에 대한 교육감 형사고발 조치 의무 규정 등을 담은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조례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이른바 ‘경기도 교권보호조례’로 불리는 이 조례는 악성민원 등으로 인한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자 대안으로 마련됐다. 

조례에 따르면 교원 의사에 반해 휴대전화번화 등 개인정보를 함부로 공개하면 안 된다.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대한 교육감과 학교장의 조치사항도 구체화했다.

임 교육감은 조례 통과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도 교육청은 교권보호 대책이 학교현장에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매일매일 흙을 퍼나르는 심정으로 끝까지 챙기겠다”고 밝혔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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