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호원초 ‘두 젊은 교사의 죽음’…민원 학부모, 장례식장까지 찾아와 사망 확인 [밀착취재]
문자메시지만 390여건, 악성민원 ‘책임 논란’
수업 중 사고에 8개월간 50만원씩 개인 송금
경기교육청, 숨진 교사들 대상 조사 결과 발표
당시 교장·교감 등 징계 착수, 학부모 수사 의뢰
“사망한 여교사 교육활동 침해 없어”…논란 지속
21일 경기도교육청이 순직 인정 여부를 언급하며 공개한 이 교사의 고충은 상상을 초월했다. 생전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악성 민원 역시 다양했다.

◆ 극단적 선택하던 날까지 시달린 고(故) 이영승 교사…교육당국은 침묵
이 교사의 악몽은 부임 첫해인 2016년 시작됐다. 담임을 맡은 6학년 학생이 커터칼로 페트병을 자르다 손을 다치자, C 학부모는 지속적으로 연락해왔다. 이듬해 학교를 휴직하고 군대에 간 뒤에도 학부모의 연락은 계속됐다. 2018년에는 휴가를 내고 5차례 이상 만남을 가져야 했다.
결국 이 교사는 복직 이후 8개월간 월급을 받을 때마다 50만원씩 모두 400만원의 돈을 C 학부모에게 송금한 것으로 파악됐다. 손을 베인 학생은 손등에 흉터가 남았지만, C 학부모는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140여만원의 치료비를 보상받은 상태였다. C 학부모는 이 교사로부터 400만원을 받은 뒤에도 2차 수술이 예정돼 있으니, 연락을 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유족이 신청하면 인사혁신처에서 순직 인정을 받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이 교사에게 과도한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 3명에 대해선 교육활동을 침해한 업무방해 혐의로 전날 의정부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
임태희 도 교육감은 “학교 측이 이 교사 사망 전에 이러한 사실을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사망 이후 조치와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누구이고 몇 명이며 은퇴 여부 등을 밝힐 순 없지만 관련자 전원에 대한 징계를 심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교사와 같은 호원초에서 근무하다가 6개월 먼저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김은지(여) 교사에 대해선 교육활동 침해 사안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숨진 두 교사와 관련해 과중한 업무도 파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2021년 6월과 12월 호원초에 근무하던 김 교사와 이 교사는 각각 자택 인근에서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학교 측은 두 교사에 대한 각각의 사망 경위서에 ‘단순 추락사’로 기재해 교육청에 보고했고 추가 조사는 없었다. 서울 소재 관할 경찰의 수사도 그대로 종결됐다.
이 사건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진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을 계기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도 교육청은 13명으로 구성된 합동대응반을 꾸려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이 교사와 김 교사에 대한 사망 경위를 조사한 뒤 이날 결과를 발표했다.
도 교육청이 교권보호를 외치며 교사 보호를 약속했지만 당장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반론도 나온다.

당시 호원초와 경찰은 두 교사의 죽음에 대해 ‘개인적 취약성으로 보인다’거나 ‘공무와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교육 당국 역시 침묵했다. 비록 진보 교육감에서 보수 색채의 교육감으로 도 교육청의 수장이 바뀌었지만, 도 교육청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도 교육청이 이번 조사에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발표한 김 교사의 죽음 역시 석연찮은 구석이 발견된다.
그가 죽기 전까지 친구들에게 학부모의 항의와 민원에 시달리며 고충을 털어놨다는 전언 때문이다. 김 교사는 학부모들과 통화할 때 손발을 떠는 등 불안감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사는 2017년과 2019년, 두 달씩 병가를 냈고 복직 이후 한때 음악·영어 전담 교사를 맡아 상황이 호전됐다. 하지만 2021년 다시 5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우울증이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학교 측은 “그런 줄 몰랐다”는 입장이다.
두 교사의 죽음은 현재 공무상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도 교육청은 이 교사의 경우 유족 측에서 신청하면 인사혁신처 심사에 행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앞서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는 두 교사의 죽음을 같은 기준으로 심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이문수 경기북부지방경찰청장은 호원초 교사 사건과 관련해 교사가 학부모 강요에 의해 치료비를 지급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수사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이 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학부모가 교사에게 통화한 횟수와 치료비를 50만원씩 8회에 걸쳐서 400만원을 받는 등 교권 침해 정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부모가) 강요에 의해서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기에 그런 부분까지도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기도의회는 같은 날 교육활동 침해활동에 대한 교육감 형사고발 조치 의무 규정 등을 담은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조례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이른바 ‘경기도 교권보호조례’로 불리는 이 조례는 악성민원 등으로 인한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자 대안으로 마련됐다.
조례에 따르면 교원 의사에 반해 휴대전화번화 등 개인정보를 함부로 공개하면 안 된다.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대한 교육감과 학교장의 조치사항도 구체화했다.
임 교육감은 조례 통과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도 교육청은 교권보호 대책이 학교현장에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매일매일 흙을 퍼나르는 심정으로 끝까지 챙기겠다”고 밝혔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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