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전 프리뷰]지나친 방심만큼 위험한 로테이션의 유혹, 5년전 말레이시아전 충격패를 반면교사 삼아야

윤진만 2023. 9. 2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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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가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반둥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1대2로 패배한 후 한국 손흥민 등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반둥(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8.17/

[진화(중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반면교사', 태국과의 일전을 앞둔 황선홍호가 가슴에 새겨야 할 한자성어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은 21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각) 중국 항저우 저장성 진화시 진화스타디움에서 태국과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을 치른다. 지난 19일 같은 경기장에서 쿠웨이트를 9대0으로 대파한 대표팀은 이보다 좋을 수 없는 분위기에서 2차전을 맞는다. 수비수 최준(부산)은 20일 진화 체육전문학교 운동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우려한 것보다 경기력이 좋았다. 전반 초반부터 많은 골이 나왔고, 후반 교체돼 들어간 선수들도 열심히 뛰었다. 대승을 거뒀기 때문에 분위기가 좋은 것은 맞다"고 말했다.

대회 초반 흐름은 5년 전인 자카르타-팔렘방대회와 비슷하다. 김학범호는 당시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서 황의조의 해트트릭 활약을 토대로 6대0으로 승리하며 대회 2연패를 위한 발판을 놨다. '에이스' 손흥민을 아끼고도 거둔 대승이라 더욱 값졌다. 팀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김학범 감독은 금메달이 목표였던 만큼 대회를 길게 보고 선발진 절반을 바꾸는 큰 폭의 로테이션을 단행했다. 패착이었다. 전반 추가시간 연속 실점한 한국은 후반 막바지 황의조가 한 골을 따라잡는데 그치며 충격패를 당했다. 김 감독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로테이션을 너무 일찍 사용했다. 판단 착오"라고 했다. 2차전 패배로 3차전에 전력을 쏟아부어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진땀승을 거두며 16강에 올랐다.

19일 오후 중국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아게임 남자축구 조별예선 1차전 대한민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1차전을 승리한 대표팀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진화(중국)=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09.19/

말레이시아전이 황선홍호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이번 대회 역시 조별리그 1차전과 2차전 간격이 고작 이틀이다. 이런 이유로 20일엔 쿠웨이트전에서 교체로 뛰었거나 결장한 선수 10명 만이 야외 훈련을 진행했다. 선발 출전 11명은 팀 숙소에서 휴식했다. 일정 부분 로테이션이 불가피하다. 황 감독과 훈련 전 개인 면담한 공격수 박재용(전북), 수비수 최준(부산) 이재익(이랜드) 등의 선발 출전을 점쳐볼 수 있다. 측면공격수 송민규(전북)는 부상한 종아리 상태가 아직 완전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전급 자원의 체력 안배와 못 뛴 선수들의 동기부여도 중요하지만, 지나친 로테이션은 독이 될 수 있단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황 감독도 '1차전 대승의 함정'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다. "쿠웨이트전은 이제 없는 경기로 쳐야 한다. 잊어야 한다"고 '정신무장'을 당부했다. 최준은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았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고, 수비수 이재익(이랜드)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투지를 불태웠다.

황선홍호의 태국전 목표는 첫째도 승리, 둘째도 승리다. 한국은 19일 같은 조의 태국과 바레인이 1대1로 비기면서 E조 선두에 올랐다. 태국전 승리시 3차전 결과와 상관없이 16강에 조기 진출한다. 16강 경쟁을 3차전까지 끌고 가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선수들이 받는 부담이 커진다. 쿠웨이트전과 같은 시원한 대승이 아니더라도 황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색깔을 유지하면서 승점 3점을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다.

태국은 쿠웨이트보다 한 수 위 전력을 지닌 팀으로 평가받는다. 1999년~2000년생이 주를 이루는 한국과 달리 2001년 이후 출생자 위주로 팀을 꾸린 태국은 무앙통, 촌부리, 빠툼 유나이티드와 같은 태국 1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했다. 등번호 9번 요사콘 부라파(촌부리)는 2005년생, 18세다. 이사라 스리타로 태국 아시안게임 감독은 오랜 기간 태국 연령별 대표팀 감독과 코치를 지내 선수들의 특성을 꿰고 있다. 등번호 7번 푸라쳇 토사닛(무앙통)의 왼발은 특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토사닛은 바레인전서 후반 5분 왼발로 극적 동점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태국의 '밀집 수비'를 깨는 일이다. 쿠웨이트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한 정우영(슈투트가르트) 같은 '미친선수'가 나와주면 금상첨화다.

진화(중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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