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해외여행 가서 사" 괜히 나온 말 아니네…한국에선 더 비싸다
[편집자주] '폰플레이션(폰+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졌다. 애플·삼성이 10여년 전 100만원대 스마트폰을 내놓은 데 이어 2019년 200만원대를 돌파하는 데 8년이 걸렸고, 지난 12일 공개된 아이폰15 최고가 모델 가격은 250만원으로 머잖아 300만원을 바라본다. 물가 상승률을 뛰어넘고 통신요금과 역행하면서 가계지출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단말기 가격 인상의 추이와 배경,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 방안과 소비자의 노력을 조명한다.
휴대폰 단말기 가격이 치솟으면서 가격에 부담을 느낀 이용자들이 중고폰에 눈을 돌리고 있다. 다만 현재 중고폰 시장이 주로 개인 간 거래 또는 영세업체 중심이라 개인정보 유출, 품질 불량 휴대폰, 도난 휴대폰 등의 부정 거래가 속출해 마음 놓고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정부가 중고폰 시장의 '양성화'를 추진하지만 난제가 적지 않다.
2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중고폰의 경우 거래 양상이 다양해 정확한 거래 규모 집계조차 어렵다. 다만 중고폰 플랫폼업체 유피엠(UPM)의 추정자료에 따르면 국내 중고폰 유통 규모는 약 1000만대, 거래 액수는 2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폰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중고폰 수요 증가는 국내만의 사정은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CCS인사이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세계 중고폰 시장 매출은 195억달러(약 25조8000억원)로 지난해 상반기(169억달러) 대비 15.4% 증가했다. 2021년 상반기(136억달러)와 비교하면 2년 새 43.4% 확대됐다.
수요 증가를 뒷받침할 잠재 매물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2018년 3월 조사에 따르면, 이통사에 등록돼 있지 않은 휴대폰 공기계 보유 비율은 14.9%였다. 국민 7명 중 1명꼴로 중고폰을 보유한 셈이다. 이후 5년간의 휴대폰 판매 현황을 고려하면 시장에 풀리지 않은 잠재적 중고폰 매물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19년 9월 중고폰 플랫폼업체 '바른폰'의 거래인식 조사에서는 응답자 46.8%가 "중고폰 거래를 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특히 구매 시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응답자 74%(이상 중복 응답)가 '사기 거래' 가능성을 1순위로 꼽았고, 품질 보증 불가(55.5%), 믿을 수 없는 가격(24%)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사실상 이용자들의 불신이 중고폰 거래 활성화를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인 셈이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해 중고폰 시장 활성화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월 발표한 통신 시장 경쟁 촉진 방안 중 하나로 '중고폰 양성화'를 꼽았다. 가격정보 공시, 성능확인서 발급, 개인정보 삭제 프로그램 구비, 일정 기간 내 교환·환불 등 요건을 갖춘 중고폰 사업자를 육성하거나, 판매자-구매자 간 '중고폰 거래 사실 확인 서비스'를 도입해 시장 신뢰도를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국회도 호응에 나섰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3일 대표 발의한 '단말기유통법' 개정안은 이용자 보호 요건을 충족하는 중고폰 사업자를 '안심 거래 사업자로 인증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전문기관을 지정하는 등의 조항을 신설했다. 허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으로 "내수용 중고폰 유통과 관련한 이용자 보호 요건을 규정한 내용이 없어 개인정보 유출 불안감, 중고폰 가격정책 혼선 등 이용자의 불안과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스마트폰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진짜 주범은 애플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은 시장 상황을 반영해 출고가 상승폭을 최저 수준으로 낮추거나 프리미엄 제품 가격을 인하하는 정책을 펼친 반면, 애플은 유독 한국 등 특정 국가에만 높은 출고가를 유지하며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10년간 아이폰 출고가(최고가 기준)를 지속 인상해 왔다. 가장 인상폭이 컸던 제품은 2018년 출시된 아이폰XS였다. 아이폰XS는 전작 대비 21.5%가 비싸진 198만원에 출시됐고, 이듬해 출시된 아이폰11은 처음으로 200만원을 돌파했다. 인하된 사례도 두 차례 있다. 2013년 아이폰5S는 전작 대비 2.6% 저렴해진 114만원에 출시됐고, 2020년 아이폰12는 6.4% 저렴해진 190만원에 나왔다.
문제는 애플이 한국 시장에만 유독 높은 가격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14 출시 당시 미국, 중국 출고가만 동결하고 한국을 비롯한 모든 출시국의 출고가를 인상했는데, 특히 한국의 인상폭이 유독 높았다. 한·중·일 3개국 중에서 최고가였다.
반면 삼성 폰은 한국에서 가장 저렴하다. 지난달 출시한 갤럭시Z플립5·폴드5는 한국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국가보다 최소 6만원에서 최대 100만원 저렴했다.
삼성은 또한 최근 들어 인상폭을 줄이거나 가격을 낮추는 추세다. 2019년 삼성 첫 폴더블폰 가격은 240만원에 육박했지만, 후속작은 동결, 갤럭시Z폴드3는 12.5% 저렴한 209만7700원에 출시했다. 갤럭시Z폴드4의 경우 1TB 모델(236만1700원)이 새로 추가되면서 전작 대비 가격이 12.6% 올랐지만, 같은 해 출시된 아이폰14 1TB 모델이 동급 용량에도 아이폰13 1TB보다 15.2% 인상된 250만원에 출시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인상폭이 낮은 셈이다.
애플의 이같은 '고가' 정책이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는 게 업계 전반적인 시각이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 1세대부터 '고급화' 전략을 펼쳐왔다. 저가 라인업인 '아이폰SE' 시리즈는 2016년부터 지금까지 3개에 그친다. 하지만 애플의 고가 정책은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단일 제품에 연구개발 및 투자를 집중하다 보니 자체 칩 개발 등으로 제품 최적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아이폰은 비싸도 살 사람은 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삼성도 '프리미엄' 시장에 더욱 집중하고 싶지만 "단말기 가격을 내려라"는 정부의 입김이 부담스런 상황이다. '가격 인하'에 신경쓰다 보면 연구개발, 투자가 줄어들어 프리미엄에 '올인'하는 애플과의 기술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률, 부품값 인상 등을 고려하면 애플에 비해 삼성 프리미엄 제품 가격 인상은 낮은 편"이라며 "경쟁력 제고를 위해 출고가 인하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투자를 늘려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기다"라고 말했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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